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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엔 여기! 봄 맞이 세계 축제 8

따뜻한 봄날의 첫 페이지를 여는 전 세계 페스티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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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봄의 정원

네덜란드 쾨켄호프 꽃 축제

네덜란드는 꽃의 나라다. 한때 네덜란드 전역을 덮쳤던 ‘튤립 파동’의 주인공인 튤립뿐 아니라 각종 화훼의 생산 및 유통을 선도한다. 특히 구근 재배와 수출에선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데, 전 세계 구근의 80%를 재배한다. 화훼 강국 네덜란드의 쾨켄호프 정원에선 매년 3월부터 5월까지 튤립, 수선화, 히아신스, 백합, 붓꽃 등 700만 송이에 달하는 꽃을 볼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유럽의 정원’ 쾨켄호프 정원은 암스테르담과 헤이그 사이의 작은 도시 리서에 위치해 있다. 본래 사냥터였던 이 지역에 17세기경 쾨켄호프성이 축성되면서 주변이 정돈되었고, 이후 19세기 조경 건축가 얀 다비트 조허르(Jan David Zocher)가 공원의 모습을 완성했다. 1949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리서 시장과 지역 화훼 농가, 구근 수출업자의 주도로 열린 야외 꽃 박람회를 계기로 이곳에서 꽃 축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매년 가을 40여 명의 정원사가 100곳의 재배지에서 온 700만 개의 구근을 정원에 심고 관리한다. 축제 콘셉트는 매번 조금씩 달라지며, 조경 전문가가 구근의 색깔, 높이, 개화 시기를 고려해 정원을 새롭게 디자인한다. 이 축제에서 꼭 봐야 하는 것은 꽃 퍼레이드.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퍼레이드 차량 수십 대가 해안가인 노르드빅부터 하를럼까지 약 40km를 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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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벚꽃의 향연

일본 우에노 벚꽃 축제

1873년 일본 최초의 공원으로 문을 연 도쿄 우에노 공원. 이곳에서는 매년 일본 전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벚꽃 축제가 열린다. 공원에는 약 1000그루의 벚나무가 있는데, 매년 3월 말부터 4월 초가 되면 벚꽃이 만개해 이 일대가 전부 분홍색 꽃잎으로 뒤덮인다. 하늘하늘 휜 가지에 꽃이 피는 수양벚꽃, 왕벚꽃, 겹벚꽃 등 종류도 다양하다.

우에노 공원 전체에 벚나무가 심어져 있지만, 꽃을 좀 더 제대로 보고 싶다면 JR 우에노역 출구를 통해 우에노 공원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벚나무는 여기부터 박물관과 동물원으로 가는 길에 밀집해 있다. 공원 내 시노바즈 연못은 핫한 포토 스폿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석촌호수처럼 주변을 둘러 벚꽃이 피어 있어 길을 따라 산책하거나 가족과 함께 오리배를 타고 꽃놀이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벚꽃 축제는 어둠이 내린 후에도 이어지는데, 길을 따라 설치된 조명이 분홍빛 벚꽃과 어우러지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뿐 아니라 음료나 간식을 판매하는 포장마차가 공원 근처에 줄줄이 들어서고, 주말에는 플리마켓과 버스킹 공연도 열린다. 포장마차에서는 일본 축제를 대표하는 간식인 은어구이, 야키소바, 초코바나나, 각종 꼬치 요리를 판매하니 돗자리를 챙겨 가 간단히 피크닉을 즐기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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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스페인 라스 파야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는 매년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라스 파야스(Las Fallas)’ 축제가 열린다. 봄의 시작을 알리고 발렌시아와 목수들의 수호성인인 성 요셉의 축일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로, 축제와 정열의 나라 스페인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행사다. 2016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축제 기간 발렌시아 거리에는 지역 장인과 공예인이 만든 크고 작은 인형 ‘파야’가 등장한다. 주제는 정치인 등 유명인사를 모델로 사회 현안을 풍자하는 것부터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퍼포먼스까지 다양하다. 이 시기에는 700여 개의 파야를 둘러싸고 매일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며, 마지막 날에는 공들여 만든 파야를 모두 불태운다. 인형에 불을 붙이는 것은 중세시대 목수들이 봄이 오기 전 정화의 의미로 나무나 옷 등을 태워 없애던 풍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으로, 사회 전반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라스 파야스는 발렌시아 공동체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축제를 통해 사회적 결속을 강화했고, 발렌시아 고유어가 금지되었던 시절에도 전통 문화를 지킬 수 있었다. 특히 파야 제작 방식과 악기 연주 기술 등 각종 예술 전통이 라스 파야스를 계기로 전승·보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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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봄 맥주 축제

독일 슈타르크비어차이트

‘독일 맥주 축제’ 하면 흔히 매년 10월에 열리는 ‘옥토버페스트’를 떠올린다. 그런데 독일에선 3월에도 맥주 축제가 열린다. 바로 ‘슈타르크비어차이트(Starkbierzeit)’다. 직역하면 ‘강한 맥주 축제’. 말 그대로 맥아를 많이 함유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맥주를 마시는 축제다.

이 축제의 기원은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파울라너 수도승이 금식 기간인 사순절을 견디기 위해 맥아와 각종 곡물을 듬뿍 넣어 맥주를 양조한 것. 알코올 도수가 높은 이 맥주에는 ‘마시는 빵’, ‘성부의 기름’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렇게 도수가 높고 진한 맥주를 마시는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맥주 축제로 발전했다. 이 시기에 마시는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7.5~9도로, 일반적인 뮌헨 맥주의 알코올 도수보다 2배 이상 높다. 축제는 뮌헨 노커베르크의 파울라너 비어 가든에서 맥주를 개봉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뮌헨 곳곳의 비어홀은 축제를 찾은 이들에게 진한 맥주를 끝없이 제공하고, 독일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은 전통 공연을 펼쳐 보인다. 진한 맥주를 마신 뒤 100kg이 넘는 돌을 들어 올리는 게임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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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함께하는 봄

체코 프라하의 봄

음악을 좋아한다면 봄 기운이 절정에 이르는 5월에 체코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체코 프라하에서는 매년 5월 12일부터 3주간 ‘프라하의 봄’이라는 국제 음악 축제가 열린다. 1946년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며 개최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체코에서 열리는 모든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프라하의 이 음악 축제가 5월 12일에 열리는 이유는 이날이 체코 국민 음악의 선구자인 작곡가 스메타나의 기일이기 때문이다. 스메타나를 추모하기 위해 그가 작곡한 교향시 <나의 조국>을 행사 개막곡으로 연주하며, 축제가 시작되면 프라하를 대표하는 공연장 루돌피눔의 드보르자크 홀과 국립극장, 성당, 수녀원, 시민회관에서 매일 클래식 공연이 열린다. 이 기간에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유명 연주자들의 클래식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데, 올해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8년 만에 루돌피눔에서 모리스 라벨과 프란츠 리스트의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 티켓은 2만원에서 10만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세계 최정상 음악가들의 연주를 즐길 수 있다. 이 시기에는 길거리에서도 음악이 연주되어 일상에서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는 체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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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표 봄 축제

호주 뭄바 페스티벌

호주에선 매년 3월 노동절을 전후로 뭄바 페스티벌이 열린다. ‘뭄바(Moomba)’는 호주 원주민 애버리지니의 언어로 ‘함께 모여 놀자!’라는 뜻이다. 1954년부터 멜버른 시의회와 도시개발협회가 가을의 멜버른을 알리기 위해 기획했고, 이듬해인 1955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원주민을 위한 행사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다양한 문화의 공존과 발전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한다.

멜버른 야라강, 알렉산드라 가든 일대에서 진행되는 뭄바 페스티벌에선 신나는 음악과 여러 가지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대표 행사는 버드맨 랠리와 퍼레이드다. 버드맨 랠리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무동력 비행 장치로 누구의 것이 가장 멀리 나는지를 겨루는 대회다. 비행 거리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독창적인 의상과 비행 장치로 관중에게 즐거움을 주었는지도 주요 평가 요소 중 하나인 만큼 실제로 대회 참가자들은 우산, 비행기 모양 날개 등 다양한 의상을 준비한다. 대회 상금은 자선단체와 암 재단에 전액 기부한다. 댄스 스튜디오와 공연예술 아카데미 등이 참여하는 퍼레이드에서는 다양한 문화권의 음악과 춤을 즐길 수 있다. 매년 유명인에게 ‘뭄바의 왕’ 왕관을 수여하고 이들이 그해의 퍼레이드를 주관하도록 하는 것이 이 축제의 특징. 이 외에도 불꽃놀이와 수상스포츠 경기가 열려 관람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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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최대 와인 축제

아르헨티나 벤디미아

아르헨티나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생산량 대부분을 자국민이 소비해 수출량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수출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아르헨티나 와인의 70%는 안데스 산기슭 지역인 멘도사에서 생산되는데, 대표적인 와인 브랜드 ‘트라피체’의 와이너리도 이곳에 자리한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후가 건조해 와인용 포도를 키우기 적합한 환경을 갖춘 멘도사에서는 2월 말부터 3월 초 포도 수확을 기념하며 ‘벤디미아’라는 와인 축제를 연다. 17세기 수확에 감사하는 의미로 종교의식을 치르던 것에서 비롯된 벤디미아가 정부 차원의 공식 행사가 된 건 1936년이다. 이 축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카퍼레이드와 ‘포도의 여왕’ 선발 행사다. 각 지역의 햇과일을 가득 담은 퍼레이드 차량이 거리를 오가는데, 차에 탄 이들이 과일을 군중에게 나눠 준다. ‘포도의 여왕’으로 선발된 여성은 그해 1년 동안 멘도사 와인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거리 곳곳에서는 멘도사 와인 시음 및 판매 세션이 진행되고, 와이너리 투어 등의 행사도 열리니 와인 애호가라면 꼭 방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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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예술 애호가를 위한 곳

홍콩 예술 축제

여행 고수와 공연 러버들은 3월이 되면 일제히 홍콩을 찾는다. 1973년부터 시작된 홍콩 예술 축제(Hong Kong Arts Festival, HKAF)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기간에는 침사추이 홍콩 문화센터, 센트럴 홍콩 시청 극장을 비롯해 홍콩 전역이 예술로 물든다. 오케스트라 공연부터 연극, 오페라, 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연 예술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2024년 홍콩 예술 축제는 2월 22일부터 3월 24일까지 개최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축제 규모가 회복된 올해는 ‘꽃이 만개한 해(Years in Bloom)’을 주제로 다양한 공연이 기획되어 있다. 바이에른 주립 오페라단이 선보이는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상하이 발레단이 펼쳐 보이는 <사랑의 한숨>, 홍콩 예술 축제 주최 측의 의뢰로 재구성한 연극 <미스 줄리>, 중국 국립경극단이 들려주는 <창핑 공주 이야기>, 한경 아르떼필하모닉과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함께하는 연주회 등 1400명 이상의 국내외 예술가가 150회 이상의 공연을 펼치며, 예술 분야에 관심 있는 청소년을 위한 교육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예술가와의 대담 프로그램과 심포지엄, 워크숍, 마스터클래스에도 참석할 수 있다. 전체 프로그램 조회 및 티켓 구입은 홍콩 예술 축제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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