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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업이 선택한 미래 먹거리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처럼 먹거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기업까지 앞다퉈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 발굴을 게을리하다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 입력 2022.01.03 13:53
  • 수정 2023.07.13 10:02
  • 2022년 1월호
  • 이영민 에디터

메타(옛 페이스북)

SNS → 메타버스

 페이스북이 2021년 10월 말 사명을 새로 공개했다. 이제 페이스북이 아니라 ‘메타(Meta)’다. 메타버스(metaverse) 할 때 바로 그 메타. SNS 회사가 아니라 메타버스를 주도하는, 메타버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이 되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온라인이 3D로 구현되는 세상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그동안 “온라인 세상은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 2D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3D로 구성된 메타버스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자주 해왔다. SNS를 포함한 인터넷의 다음 형태가 메타버스가 될 거라고 내다본 것이다.

아직까지 누구도 ‘메타버스’를 한마디로 정의한 사례가 없다. 다만, 저커버그의 말을 해석해보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을 보다 실감 나게 구현하는 개념에 가깝다.

향후 10년 안에 메타버스

이용자 수가 10억 명에 도달하고,

메타버스에서 수천억 달러의

디지털 상거래가 이루어지며,

수백만 명의 창작자와 개발자를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마크 저커버그 _ 메타 CEO

메타가 선보인 가상 회의 공간 ‘호라이즌 워크룸’
메타가 선보인 가상 회의 공간 ‘호라이즌 워크룸’

핵심은 VR

그럼 메타버스란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인터넷을 해왔다. 하지만 이젠 VR이나 증강현실(AR) 기기를 사용해 가상현실 안에서 회의를 하거나, 친구와 대화하고, 운동·게임을 즐기거나,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활동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최근 메타는 현실과 가상이 분리된 게 아니라 서로 연결된 서비스를 공개했다. 오프라인에서 콘서트를 보는 사람이 집에서 온라인 중계로 콘서트를 보는 친구에게 초대장을 보내면 친구가 홀로그램 아바타 형태로 콘서트 현장에 나타난다. 이때 초대받은 친구는 VR 기기를 이용해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공연을 즐길 수 있다.

 

2022년에만 메타버스에 12조원 투자

메타는 페이스북 시절부터 메타버스 구현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개발해왔다. VR 헤드셋, AR 안경 등 하드웨어를 비롯해 가상 회의 공간인 ‘호라이즌 워크룸’, 놀이 및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가상 세계 ‘호라이즌 월드’ 등의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예다. 메타버스는 현재 기술로 일부만 구현 가능할 뿐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메타도 향후 5년 안에 유럽 내 메타버스 관련 일자리 1만여 개 창출과 올해 100억 달러(약 12조원) 투자를 계획하는 등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며 사활을 걸고 있다.

아마존

온라인 상거래 → 클라우드

아마존은 당초 인터넷 도서 판매업체였지만 이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이후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인 ‘아마존 웹서비스(AWS)’에 적극 투자해 종합 IT 기업으로 변신했다.

아마존
아마존

전 세계의 데이터를 장악한 아마존

아마존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들쭉날쭉한 전자상거래에 올인할 수는 없었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신사업은 클라우드였다.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2002년에 아마존 각 부서의 모든 데이터 이동을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서만 해야 한다고 공표했고, 이를 어긴 사람은 해고했다.

내부적으로 시스템이 자리 잡은 후 외부로 확장한 사업이 바로 ‘아마존 웹 서비스(AWS)’였다. 2006년 시작한 AWS 사업은 지금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을 좌지우지하는 분야로 떠올랐다. AWS 론칭 당시 ‘15년 뒤 IT 시장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현재 아마존의 클라우드 시장점유율은 30%대로, 넷플릭스와삼성전자 등 세계적 기업이 AWS를 사용하고 있다. 오죽하면 “AWS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경제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

구글

검색엔진 → AI,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

 압도적 1위의 검색엔진 구글. 그러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유튜브(동영상),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정보통신기술(ICT)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며 기업 규모 확대를 이뤄내는 중이다.

구글
구글

수학 문제 푸는 AI 만든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은 자율주행차 사업인 웨이모, 생명과학 사업인 베릴리, 초고속 섬유통신 사업인 파이버, 자율주행 사업인 윙 등 신사업 부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주력 사업인 검색, 클라우드, 동영상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신사업 분야에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는 것.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 먹거리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AI에 거는 기대가 가장 크다. 2016년 3월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압승한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는 그 시작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21년 12월, 구글 딥마인드의 AI는 수학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연 많은 수학자를 좌절하게 했던 난제를 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필립모리스
필립모리스

필립모리스

담배 → 헬스케어

 세계 최대 담배 제조업체인 필립모리스는 2021년 7월 흡입용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영국 의료용품업체 벡추라(Vectura)를 인수했다. 세계적으로 담배 판매량이 줄어든데다 각국의 니코틴 규제 때문에 웰빙 기업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이 어려워질 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이코스
아이코스

담배 퇴출 선언

담배 브랜드 ‘말보로’ 제조사로 알려진 필립모리스는 2021년 2월 헬스케어 사업 부문의 확장 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기업 스스로 ‘비욘드 니코틴’ 전략을 세우고 담배 및 니코틴 이외의 제품을 선보여 오는 2025년까지 연간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앞서 2014년에는 연기 없는 담배 ‘아이코스(IQOS)’를 개발해 출시 5년 만에 58억 달러(약 7조원)의 수익을 냈다. 아이코스는 담배를 태우지 않고 가열하는 방식으로 유해물질 발생량을 줄여 기존 담배에 비해 흡연자의 건강을 상대적으로 덜 해친다는 게 입증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위험 저감 담배 제품임을 인증받은 바 있다.

 

10년 내 연초 판매 중단

최근 필립모리스의 집중 사업 분야는 흡입기 치료제 분야다. 벡추라 인수에 10억 파운드(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에 앞서 필립모리스는 자체적으로 담배 매출을 50% 이하로 낮추고, 금연 등 건강관리 회사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덴마크, 캐나다, 인도 등지에 기반을 두고 니코틴 껌 등을 생산하는 제약사 페르틴파마(Fertin Pharma)를 인수하기도 했다.

페르틴파마, 벡추라를 연달아 인수한 이유는 흡입기 및 경구용 제품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더불어 필립모리스는 향후 10년 안에 우선 영국에서 연초형 담배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말보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소니

가전 → 엔터테인먼트, 반도체

워크맨과 TV로 1990년대까지 세계를 호령했던 소니는 인터넷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2000년대 이후 침몰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다가 최근 게임, 음악, 영화 등 콘텐츠 사업으로 부활을 알렸다.

소니
소니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에 사활

몰락의 길로 들어섰던 소니가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1조95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TV 등 성장성이 떨어진 사업은 버리고 미래 먹거리에 집중한 결과다.

호실적은 게임과 음악,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견인했다. 이들 사업은 수익성이 높을 뿐 아니라 다른 산업으로의 확장성도 컸다. 소니에서 제작한 영화가 음악, 게임 등 자사 플랫폼으로 확장하면서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은 것.

대표 분야인 카메라 역시 그간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이미 지센서 반도체 개발에 집중시켰다. 이미지 센서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율주행 차량용 센서까지 확장성을 이어가고 있다.

후지필름

필름 → 바이오

2012년 미국 코닥이 파산했다. 카메라 필름업계 2위였던 후지필름의 운명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예견했다. 10년 후, 예상은 빗나갔다. 후지필름은 바이오 사업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후지필름
후지필름

필름과 화장품 성분은 같다

2000년대 초·중반, 카메라 필름 시장이 위축되자 후지필름은 신사업 마련에 주력했다. 2006년 필름 기술을 활용해 시작한 화장품 사업이 그 출발선이다. 필름과 피부의 주성분이 동일하게 콜라겐이라는 점에 착안해 과감히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어 히트를 친 것. 사진이 노랗게 바래는 것을 막는 기술을 활용하면 피부의 주름 등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2008년에는 일본 중견 제약사 도야마 화학공업 인수로 의약품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는 엑스레이 필름과 초소형 내시경 등 소위 ‘진단용 의료기기’ 회사이던 후지필름의 위상을 바꿔놓았다. 이후 바이오 분야 기업 인수·합병에 50억 달러(약 6조원)를 투자하며 화장품·건강기능식품, 초음파, 내시경, 의약품 생산 등을 다루는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났다.

포스코

철강 → 친환경차 소재

그동안 철강 하면 포스코였지만, 이제 그 인식을 바꿀 때가 됐다. 포스코가 철강회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2차전지, 전기차용 강판 등 친환경차 소재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포스코
포스코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투자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각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해 친환경차용 철강 및 2차 전지 소재 제품과 이를 활용하는 솔루션까지 패키지로 제공하고 있다. 전기차용 고장력 강판 및 배터리팩 전용 강재 등을 포스코가 공급하고, 포스코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양음극재를 생산하는 식이다. 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자회사인 포스코에스피에스가 생산하는 전기차용 구동 모터 코어와 수소연료전지 분리판 소재를 판매한다.

2차전지 양음극재의 핵심 원료인 리튬, 니켈, 흑연 확보를 위한 자원 개발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리튬 22만 톤, 니켈 10만 톤을 자체 공급해 2030년까지 양극재 40만 톤, 음극재 26만 톤 생산 체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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