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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유튜버 재활의학과 의사 김경렬

“요즘 트렌드는 중년이 선도한다”

구독자 수 20만 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김경렬 원장. 의학, 테크, 운동, 여행, 사회적 이슈까지 유튜브계의 놀이동산이라 할 만큼 그를 거치지 않는 주제가 없다. 20대보다 더 젊게 사는 그의 원동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공자는 일찍이 “40세가 되어서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됐다(不惑)”라고 말했지만, 이는 평균 수명이 환갑에도 못 미친 옛날 옛적 이야기. 지금의 40대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에너지가 넘치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각자의 욕망에 충실하게 살며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40대 신중년을 소개한다.

양지기쁨병원 김경렬 원장
양지기쁨병원 김경렬 원장

평범하게 생긴 중년 남자가 혼자 나와 느릿느릿 말하다가 끝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무려 20만 명이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온갖 ‘생쇼’를 다 하는 요즘 유튜브 판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인공은 바로 <부산의사 김원장>채널의 김경렬 원장이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재활의학과 의사가 되었고, 취미로 격투기 웹진을 운영했다. 취미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 흥행하며 파워 인플루언서가 된 것은 젊은 시절 취미에 푹 빠져 지내며 체득한 탄탄한 내공이 비결이었다. 실제로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차분한 진행과 해박한 지식, 명쾌한 설명 등이 어우러진 ‘고급 콘텐츠’에 열광하는 구독자가 대부분이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주짓수를 열심히 했다. 그러다 문득 주짓수 선수들이 좀 더 많이 주목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6~7년 전에 <컴뱃포스트>라는 격투기 웹진을 만들었다. 열심히 홍보한 덕에 주짓수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쾌거까지 이루었다.웹진을 만들 당시에는 공중보건의 시절이라 시간 여유가 많아 운영이 가능했지만 점점 병원 일이 바빠지고 공부도 끝나다 보니 일과 웹진을 병행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웹진 운영을 그만두고 대신 취미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격한 운동 영상이 꽤 많은데 전공과 관련이 있나?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스포츠 의학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었다. 보통 스포츠 의학 하면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 중 하나를 고르는데 정형외과 인턴을 지원했다 떨어졌다. 그래서 재활의학과 의사가 됐다.

어디를 누르면 더 아프고 어떤 부분이 약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운동에 잘 활용하지는 않는다. 운동은 피지컬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의학을 전공한 것이 격투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부상을 예방하는 측면에선 큰 도움이 된다.

 

첫 반응은 어땠나?

시작부터 좋지는 않았다. 사람들을 혹하게 할 만한 자극적인 영상도 아니었기에 구독자 수나 반응이 조금씩 천천히 올라왔다. 그러다 구독자 수가 1만명쯤 됐을 때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되며 조회 수가 많이 늘었다. 구독자 수가 3만 명이 되자 건강 및 의학 관련 영상 조회 수가 갑자기 늘었고, 덕분에 구독자 수가 10만 명이 넘었다. 결과적으로 알고리즘 덕을 크게 보았다.

 

테크 관련 영상도 많다. 테크에 빠진 계기는?

웹진 운영이 가장 큰 계기다. 웹진을 직접 운영하다 보니 의학 공부와 전혀 다른 편집 및 디자인 기술이 필요했다. 그래서 영상 편집과 웹 디자인을 배우며 웹진 제작에 필요한 장비와 카메라 등을 계속 공부 했다. 그러다 자연스레 테크에 관심이 생겼다. 특히 카메라와 드론에 관심이 많다.

김경렬 원장은 기획, 촬영, 편집까지 모두 혼자 소화한다
김경렬 원장은 기획, 촬영, 편집까지 모두 혼자 소화한다
의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제작한다
의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제작한다

중년을 정의하는 키워드는 ‘책임감’ 아닐까?

가족에 대한 책임감, 자기 삶에 대한

책임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게 없으면 나이 들어도 철이 없다는

소리를 듣거나 푸대접을 받는 듯하다.

영상 제작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살면서 저장해둔 생각들을 꺼내 쓴다. 예전에 읽은 책에 관한 내용을 다루거나 공부한 의학적 내용을 하나씩 꺼내서 만든다.

 

콘텐츠 관련 지식은 계속 공부하나?

사실 웹진을 만들 때 배운 지식이 대부분이다. 그때 공부한 것을 조합해서 콘텐츠를 만든다. 영상 편집도 한 번 배워두면 계속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기에 굳이 매번 새로운 스킬을 배울 필요가 없다. 이제는 시간도 많지 않아 새로운 것을 배우기가 쉽지 않다.

 

기획, 촬영, 편집까지 혼자 소화하는 비결이 뭔가?

내용에 집중한다. 예전에는 편집에 공을 많이 들였다. 하지만 이제는 육아도 하고 병원 일도 바빠져 편집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대신 내용에 집중한다. 틀린 의학 정보는 없는지, 사람들을 잘 설득할 만한 내용인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그래서 영상 제작 단계 중에 기획이 가장 오래 걸린다.

 

본업에 지장은 없나?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로만 영상을 만들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 덕을 보려면 영상을 자주 만들어 주기적으로 업로드해야 하지만 일과 병행하기엔 시간이 많지 않아 그렇게까진 못 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개 정도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한다. 여유가 있으면 더 많이 만들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끔은 일주일에 한 개도 못 찍을 때도 있다.

 

구독자가 많아질수록 마음가짐도 달라질 것 같은데?

처음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20만 명이 넘어가니 이제 길에서 알아보시는 분도 생기고 인사해주시는 분도 있지만 아직까진 크게 주목을 받거나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라서 마음가짐은 변함없다.

구독자 수가 늘며 구독자들이 요청하는 콘텐츠 주제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구독자들이 원하는 모든 트렌드를 따라서 만들 여력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으로 내가 관심 있고, 그중에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찾아 만든다. 처음부터 쭉 내 관심사 위주로 다루었기 때문에 마음가짐 또한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반응이 좋은 주제는?

의학 관련 영상의 반응이 가장 좋다. 아무래도 요즘엔 건강에 관심을 갖는 분이 늘어서인지 반응도 좋고 조회 수도 높다. 어깨 건강에 관한 영상 조회 수는 대략 200만 회가 넘고 콜레스테롤, 혈압 관련 영상도 많은 분이 봐주셨다.

 

본인 영상 중 가장 추천하는 것은?

뇌과학에 특히 관심이 많아 뇌 관련 영상을 추천한다. 올해 가장 처음 올린 영상으로 테슬라 인공지능에 대해 만든 콘텐츠가 있다. 인공지능과 뇌과학을 엮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내 생각을 담은 영상인데, 추천한다. 그 외에 호문쿨루스를 다루며 인간의 뇌와 개불의 신경 구조를 비교한 영상도 재미있을 거다.

‘중년’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내가 벌써 중년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조금 진부하게 들릴지라도 최대한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할 것 같다.

 

요즘 시대의 ‘중년’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확실히 예전 40대는 나이도 많아 보이고, 흔히 생각하는 중년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거의 퇴근 뒤 술을 드시고 집에 오셨지만, 나만해도 여유 시간에 나를 위한 취미 생활을 즐긴다. 또 실내 활동도 많이 하다 보니 잘 늙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우리 나이대는 인구수가 많지만 젊은 인구 수는 점점 줄어들어 인원이 많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트렌드로 자리 잡는다. 시장도 우리에게 맞춰주고, 덕분에 중년일지라도 트렌드에서 벗어나지 않는 중년이 되었다.

 

유튜브를 시작해보려는 중년에게 조언을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다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짧게라도 찍어 올리며 꾸준히 업로드해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비싼 장비를 사서 너무 과하게 촬영하는 것보다 소소하게 시작해보는 것도 팁이다. 주기적으로 올리다 보면 알고리즘이 밀어줘서 조회 수가 갑자기 폭발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유튜버, 의사로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식에게는 좋은 아빠, 아내에게는 좋은 남편, 부모님께는 좋은 아들, 환자에게는 폐 끼치지 않는 좋은 의사로 남고 싶다. 나를 직접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유튜브는 지금처럼 취미 생활로 즐기며 일주일에 한 편 정도 꾸준히 올리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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