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피TV’는 국내외 프로젝터, 홈시어터, 오디오 등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이다. 운영자 이현준 씨는 24년 전 최연소 AV(Audio & Visual) 평론가로 업계에 첫발을 내딛은 이래로 많은 이에게 인정받으며 자타 공인 오디오 전문가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대표는 유튜브 운영 외 오디오 관련 칼럼 기고, 세미나,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그를 만나 오디오 세계의 매력과 만족스럽게 즐기는 팁에 관해 물었다.
난다 긴다 하는 전문가가 워낙 많은 오디오 분야에서 큰 성장을 이룬 배경은?
오디오 평론가가 되고 보니 주변 평론가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들과 경쟁하려면 나만의 무기를 갈고닦아야 했고, 이론 공부부터 시작했다. 우선 매일 아침 해외 오디오 사이트를 오가며 최신 뉴스를 습득했는데, 그건 지금까지도 이어오는 루틴이다. 여전히 국내외 유명 오디오 잡지는 전부 구독하고, 오디오 관련 서적이라면 원서든 번역서든 무조건 다 본다.
오디오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부터 영화와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다. 아마 자라온 환경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나는 10대 시절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보냈는데 당시에는 극장, 악기, 오디오 등 AV 관련 아이템이 전부 종로에 몰려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그 동네 애들의 놀이터는 극장, 세운상가, 명동 백화점이었다. 나 역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 오디오 잡지, 워크맨, 기타 오디오 장비 등 새로운 문물을 빨리 접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AV 분야를 파고들게 되었다. 일종의 ‘세운상가 키드’라고 보면 된다.
오디오 평론가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지금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시장 발전을 위한 목표를 세워 노력 중이다. 현재 목표는 해외의 최신 기술을 한국에 보급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의 오디오, 홈시어터 관련 멤버십인 ‘CEDIA’나 화질 자격증 ‘ISF’, 음질 자격증 ‘HAA’ 등을 한국에서도 취득할 수 있도록 길을 열고자 한다.
나는 현재 오디오 홈시어터 공간을 설계하는 기업인 ‘하이엔드 오디오’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라이선스를 모두 가진 국내 유일의 업체로 키웠다. 라이선스를 취득해 보니 깨달은 점이 있다. 해외 유수의 라이선스를 국내에 도입하는 건 한국 오디오 시장을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해외 라이선스를 따는 지금의 환경에 한계가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지금도 국내 오디오 수입 업체들이 해외의 기술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현지를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뿐 아니라 외국어도 수준급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해외 최신 기술이 한국에 도입되지 않아 국내 시장이 뒤처지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한글로 라이선스를 딸 수 있다면 최신 기술 보급률이 높아질 수 있다. 중국, 태국 등도 해외 라이선스를 직접 딸 수 있게 한 뒤 오디오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했다. 나는 앞으로 그런 방식으로 한국의 오디오 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이는 사명감과도 같다.
한국 오디오 시장은 얼마나 뒤처졌나?
해외에서는 집을 지을 때 홈시어터를 필수로 고려한다. 만약 어떤 공간에 홈시어터를 구성하고자 한다면 스피커의 위치, 오디오 세팅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룬 기술 이론도 살펴봐야 한다. 즉 오디오의 기본 원칙을 알고 집을 설계해야 최고의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집을 지어놓고 오디오 룸이나 홈시어터를 갖추려고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렇다 보니 오디오 인프라 형성도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결국 인식과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한국에 오디오 문화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게 내가 유튜브 채널 ‘하피TV’를 시작한 동기이기도 하다.
홈시어터나 음악 감상실을 설계하는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오디오 숍은 전문 설계와 시공을 해주는 곳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오디오 시스템, 홈시어터에 대한 시장의 니즈는 형성되어 있다 보니 간절한 사람들은 찾다 찾다 평론가인 나에게까지 문의를 해왔다. 그래서 몇 번 도움을 주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설계와 튜닝 관련 요청이 점차 많아졌고, 13년 전에 아예 정식으로 회사까지 설립하게 됐다.
좋은 오디오, 좋은 소리란 뭘까?
소리를 통해 감동을 주어야 좋은 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소리를 잘 전달하는 것이 좋은 오디오고. 중요한 건 아무리 좋은 기기라도 세팅이 엉망이면 좋은 소리를 낼 수 없다 는 것이다. 재료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모두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없듯이, 내공을 쌓은 진짜 전문가만이 기기가 갖고 있는 음의 99%를 구 현할 수 있다. 그래야만 듣는 이에게 감동으로 전해진다. 전문가가 되려 면 끊임없이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늘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오디오 분 야는 특히 더하다.
어릴 때야 힘든 날 다른 사람에게 의지했다면, 이젠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오디오, 음악은 누군가에게 뭔가를 기대하지 않으니 상처도 훨씬 덜하다. 무엇보다 돈을 벌게 해주는 지금의 직업과 관련이 있기도 하니, 내게 오디오는 그 누구보다 귀인인 셈이다.
오디오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또 다른 조언이 있다면?
자신이 정한 예산 안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구매하라. 그래야 감동적인 음을 들을 수 있다. 예산을 너무 낮춰 오디오를 선택하는 사례를 종종 봐왔지만, 결국 그 오디오가 내는 음에 감동하지 못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더라.
블루투스 스피커, 빈티지 오디오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디자인이나 유행을 중요시하다 보니 300만~400만원을 들여 이런 제품을 사지만, 시중에서 소리로 감동을 전해 주는 제품을 찾기는 어려운 것 같다.
블루투스나 빈티지 오디오에서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 이유는?
빈티지 제품의 경우 부품이 낡았기 때문이다. 길게는 20~30년 된 오디오는 이미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만약 소리를 통해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2개의 스피커를 갖추는 ‘2채널’ 스테레오 시스템을 추천한다.
블루투스 스피커의 경우, 기본적으로 ‘1채널’의 모노 시스템이다. 아무래도 사운드 스테이지가 그려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물론 모노 시스템이라 해도 좋은 소리가 나는 스피커가 있지만 수백만원의 가격을 감안할 때 같은 예산이면 훨씬 좋은 소리를 내는 오디오가 더 낫다.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시스템 기본 구성 요소는 무엇인가?
입문자에게는 심플한 구성을 권한다. 요즘은 ‘네트워크 플레이어’라는 제품이 트렌드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기계인데, CD보다 10~20배 더 좋은 음질을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는 ‘타이달(TIDAL)’이라는 서비스를 지원한다. 최고의 음질로 수천만 곡을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는 데다, 오디오 시스템을 심플하게 꾸밀 수 있어 입문자에게 추천한다.
아니면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내장된 ‘올인원 인 티앰프’도 괜찮다. 요즘 시장에 많이 나오고 있다. 100만~200만원대 제품도 있으니 좋은 스피커를 함께 세팅하면 오디오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업그레이드하려면 무엇부터, 어떤 식으로 진행하면 될까?
전문가를 찾아 본인의 예산과 어떤 소리를 좋아하는지 상담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때 가격보다는 사후 서비스가 어떤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야 한다. 오디오는 듣는 이가 끊임없이 원하는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구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튜닝도 해주고, 기기가 작동하지 않을 때 수리도 해줘야 한다. 사후 서비스가 안되면 아무리 비싼 기계라도 고물에 불과하다. 결국 좋은 판매자를 만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음악을 더 재미있게, 오래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
즐거울 때, 슬플 때, 누군가와 식사할 때 등 각 상황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게 좋다. 사람은 처한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치유받고자 하는 음악도 다르다. 만약 상황별로 플레이리스트를 마련해 두었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감동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인생을 좀 더 충만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오디오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음악에 대한 치유의 힘을 믿는 것이다. 예전에는 오디오를 그냥 단순한 기기로 여겼다면, 이제는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 거기서 나오는 음악이 삶을 치유해 준다고 여긴다. 음악을 통해 내가 좀 더 건강하고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가 생기고, 그런 마음이 오디오 구매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