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여유’에서 나온다
윈스턴 처칠은 정적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처칠과 적대 관계에 있던 한 여성 의원이 그에게 “만약 내가 당신의 아내라면 서슴없이 당신이 마실 커피에 독을 타겠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처칠은 태연한 얼굴로 “만약 당신이 내 아내였다면 난 망설이지 않고 그 커피를 다 마셔버릴 거요”라고 응수했다. 표독스러운 여자와 사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는 뜻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 상대방의 인신공격도 재치 넘치는 말로 여유 있게 받아치는 건 처칠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마윈의 성공 키워드는 ‘재미와 즐거움’
포터 에리스먼 전 알리바바 부사장은 ‘재미와 즐거움’을 알리바바의 첫 번째 성공 전략으로 꼽았다. 마윈은 종종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꾸미고 언론에 등장했는데, 그 핵심에는 ‘다르게 생각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는 것이 에리스만 전 부사장의 설명. 즉 마윈은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성공시킬 영감을 얻고 이를 사업 모델에 적용한 것이다. 2008년 창업한 쇼핑몰 이름이 ‘타오바오(보물찾기)’인 이유다. 마윈은 타오바오를 이용한 경험을 소셜네트워크에 올리는 아르바이트 인력을 대거 고용했는데, 이들이 장난스레 올린 콘텐츠가 결국 소비자의 공감을 얻어 대박으로 이어진 것.
심지어 김정은도 유머를 구사한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한 예술단의 <봄이 온다> 방북 공연을 관람한 후 우리 측 관계자를 만나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 라고 말했다. 덧붙여 자신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나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라고 했다. 우리가 볼때는 뜬금없는 소리지만, 당시 방북한 우리 측 관계자는 “‘북측 최고지도자에게 전하겠다’는 말은 북한에서 유행하는 유머”라고 설명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과의 만남에서도 남한 언론과 해외 언론에 자신이 어떤 식으로 보도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소재로 ‘셀프 디스’를 해가며 회담을 여유 있게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유머가 왜 중요한가?
인생이 즐거워진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가학적 농담이 아니라 모두가 즐겁게 웃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가 몸에 배게 된다. 그래서 정말로 위트 있는 남자는 대부분 휴머니스트다.
에이브러햄 링컨, 윈스턴 처칠, 로널드 레이건, 버락 오바마 등 인기 있었던 역대 미국 대통령만 봐도 알 수 있다. 휴머니스트에게는 적이 없다. 있어도 많지 않다. 주위에 즐거운 사람, 관계가 좋은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인생이 한결 즐거워진다.
재미있는 남자가 매력적이다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Geoffrey Miller)는 유전적으로 더 나은 상대를 고르기 위해 본능적으로 더 유머러스한 사람에게 끌린다고 해석했다. 즉 유머의 바탕이 되는 재치와 관대함이 상대를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뜻이다. 똑같은 수업이라도 더 재미있게 강의하는 교수의 수업이 인기 있는 법이다. 딱딱한 회의 시간, 처음 만나는 이들과의 서먹한 식사 자리 등에서 좌중을 휘어잡는 이는 유머를 아는 사람이다. 웃음은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유머는 창의력으로 이어진다
나이 들수록 자기만의 세계와 고정관념에 갇힌다. 어릴 때는 ‘연필’이라는 단어 하나로도 온갖 상상이 가능하지만, 어른이 된 후에는 ‘연필은 필기구’라는 고정관념이 생긴다. 기존 방식대로 사고하는 성향이 생겨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같은 사물을 봐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고 웃음으로 연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훈련이 결국 창의적 사고로이어진다.
유머는 인간의 두뇌 활동 중 가장 탁월한 활동이다.
- 에드워드 드 보노(1933생, 영국, 철학박사, 전 하버드대 교수)
위트 있는 남자가 되는 법
유머도 연습이다
유머 감각은 풍부한 상식과 경험에서 비롯된다. 영화 관람, TV 시청은 물론 신문, 잡지, 책 등을 시간 날 때마다 읽어 풍부한 상식을 갖춰야 한다. 자연스럽게 웃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평소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방송에 나오는 코미디언들의 표정은 단 한 차례 출연하기 위해 일주일 내내 수십 번 반복해 연습한 결과물이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여라
진정한 고수는 자기 자신을 웃음 소재로 삼는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원숭이를 닮은 외모 때문에 못생겼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중요한 유세에서 상대 후보가 “당신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야!”라고 비난하자 그는 “내가 정말 두 얼굴을 가졌다면 이 중요한 자리에 왜 하필 못생긴 얼굴을 갖고 나왔겠소?”라는 말로 상대방마저 웃겨버렸다.
웃기는 사람과 어울려라
웃음은 전염성이 강하다. 재미있는 사람과 자주 대화하다 보면 저절로 그의 재치와 감각이 내 안에 스며든다. 위트 있는 사람의 말투와 표현 방식을 관찰한 뒤 주변 사람을 상대로 하나씩 연습하는 방법으로 감각을 키워나가자. 단, 회사 동료 등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연습 대상으로 삼지 말 것. 자칫 실패할 경우 ‘썰렁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인터넷 뉴스 댓글을 봐라
요즘은 TV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인터넷 뉴스에 달린 댓글이 더 웃긴다. 수많은 네티즌의 검증을 받은 ‘베플(베스트 리플, 가장 많이 추천받은 댓글)’이 살아남기 때문. ‘촌철살인’의 진수가 댓글창에 모여 있다. 일례로 114 상담원들이 박봉에 시달린다는 기사에 달린 베플은 “좀 더 챙겨줘라. 내 27년 인생에서 유일하게 사랑한다고 말해 준 사람이다”였다.
유명인들의 유머
링컨은 22세에 이미 사업에 실패했고, 49세 때까지 일곱 번 선거에 출마해 모두 패배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은 끝에 52세의 나이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링컨의 전매특허인 자신을 웃음 소재로 삼는 유머 감각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고 언제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를 웃음 소재로 삼을 수 있는 내공이 쌓였던 것이다.
나는 밤낮으로 무거운 긴장감에 시달렸다.
만일 내가 웃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 에이브러햄 링컨
로널드 레이건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출중한 외모 못지않게 어려운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위트 넘치는 화술이 일품이었다. 1981년에 정신질환을 앓던 존 힝클리의 저격 시도로 총상을 입었을 때, 그는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의사들에게 “내가 예전처럼 영화배우였다면 쉽게 피했을 텐데…. 당신들이 전부 공화당원(레이건의 소속 정당)이었으면 좋겠소”라며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였다. 심지어 병원을 찾은 아내에게는 “여보, 몸을 숙인다는 걸 깜빡했지 뭐요. 그런데 가게(백악관)는 누가 보지?”라고 말하며 아내를 안심시켰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정치인들이 흔히 하는 의례적인 수사 대신 진심을 담은 유머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탁월했다. 대선에 승리하고 백악관 출입 기자단과 만난 첫 번째 만찬 자리에서 그는 “힐러리 클린턴 장관과는 경선 당시 라이벌이었지만 최근에는 아주 친해졌어요. 그녀가 멕시코(당시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지역)에 다녀오더니 다짜고짜 나를 껴안고 키스를 퍼붓더군요”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퇴임 전 마지막 기자단 만찬에서는 “8년 전 나는 이상주의와 힘으로 넘치는 젊은이였는데, 지금 나를 보세요. 회색 머리에, 관으로 들어갈 일만 남았습니다”라고 자신을 희화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박용만 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계정을 손수 관리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인 중 하나. 그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위트 있는 언어를 활용해 공유한다. 덕분에 박 회장은 SNS상에서 ‘용만이 형’으로 불린다. 한때 두산그룹이 내홍을 겪을 때도 ‘유쾌한 CEO’ 이미지 덕분에 큰 위기 없이 넘어갔을 정도.
내가 웃기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그들을 마주 보면서 결국 내가 행복해진다.
- 박용만
대한민국에서 ‘위트’를 논할 때면 유병재를 빼놓을 수 없다. 방송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자신의 SNS 채널에 촌철살인 블랙코미디를 올려 젊은 층 사이에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 그의 유머는 현실을 비꼬는 풍자와 상식을 뒤집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식.
젊음은 돈 주고 살 수 없어도 젊은이는
헐값에 살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어느 날 운명이 말했다. 작작 맡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