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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대답을 검증하는 추가 질문을 던져라

ChatGPT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질문하지 않고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좋은 질문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입력 2023.04.17 09:37
  • 수정 2023.05.24 14:23
  • 2023년 5월호
  • 이영민 에디터

 

 

철학자의 시선

 

통찰력이 뛰어난 전문가는 우리가 산발적으로 느끼던 세상의 변화를 선명한 언어로 정돈해 준다. 과거에는 철학자가 그랬고 지금은 전문가, 지식인 등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철학자 이진우는 ChatGPT의 등장 이후 본격적으로 이 세계의 룰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식인도 전문가도 없는 ‘AI 혁명’ 시대로의 진입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인간이 입력한 특정 데이터 안에서만, 또는 인간이 발전시킨 소프트웨어 안에서만 AI의 세계가 꾸려지는 세상을 살았다. 그러나 ChatGPT처럼 대화형 AI가 주도하는 세상에선 전문가도, 지식인도 불안에 떤다. AI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인간과 달리 AI의 문제 해결은 찰나에 불과하고, 궁금증이 다 풀릴 때까지 몇 번을 질문해도 지치지 않고 데이터에 기반한 답변을 끊임없이 내놓는다. 그런 의미에서 ChatGPT의 등장은 AI가 인간이 관리하는 세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진우 교수는 묻는다. “당신은 AI의 그럴듯한 답을 그대로 수용하는 수동적인 플레이어가 될 것인가, AI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스마트한 사용자가 될 것인가?”

 

AI의 오류에 속지 말 것

이진우 교수가 생각하는 AI 혁명 시대의 목표는 ChatGPT 같은 프로그램이 잘못된 답을 내뱉지 않도록 보완하고 수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문제이기에 지금껏 수많은 논의가 있었고, 훗날 기술적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오류를 마치 진실인 것처럼 가장하는 AI의 능력이다. AI는 수많은 오류를 개선해 가며 급속히 발전, 지금은 어떤 물음에도 그럴듯하게 답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는 사이에 그 답변이 참인지 거짓인지, 오류인지 혹은 조작된 정보인지를 구별하는 문제는 등한시됐다. 그러나 ChatGPT의 출현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 교수는 AI 혁명 시대의 핵심은 정보의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박학다식한 사람이라도 질문을 던지면 자기가 아는 분야에 대해서는 현명한 대답을 줄 수 있지만, 모르는 분야 혹은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때에는 머뭇거리거나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나 ChatGPT는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심지어 짧은 시간에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생성해낸다. 모든 답에는 근거도 명확하다. 그런 점이 사람에게 신뢰감을 준다. 이 같은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인간은 어느 순간 오류가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어진다. 진짜를 분별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추가 질문이 곧 좋은 질문이다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이 교수는 그 답을 ‘질문’에서 찾았다. 질문이야말로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든 생물은 번식을 목적으로 살아간다. 그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번식의 의미를 궁금해하고 질문을 던진다. 그런 행위가 인간을 욕망으로부터 성숙하게 하고, 다른 동물과 구별되게 했다. 이는 AI와의 관계 적립에도 적용된다. 즉 인간만이 물을 수 있다는 것은 챗봇에 대한 인간의 우위를 말해 준다.

그럼 이제 우리의 목적은 ‘질문을 잘 던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귀결된다. 발 빠른 이들은 벌써 ChatGPT에게 질문하는 법을 강좌로 만드는 등 상업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점점 단순하고 객관적인 답을 원하는 현대인의 요구와 맞물리면서 더욱 탄력받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그런 환호 일색의 분위기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질문을 많이 하지 않고 좀 더 쉽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ChatGPT를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던 사람들이 지금은 좋은 질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좋은 질문을 효과적으로 잘 던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ChatGPT가 우리에게 묻는 시대적 도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인간에겐 앞으로 ChatGPT가 제공하는 대답을 검증하는 추가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양극화 극심해질 AI 세상

추가 질문을 하려면 인간 스스로가 자신에게 질문할 줄 알아야 한다. 인간 가치를 ChatGPT가 해결해줄 것도 아니고, 과학과 기술이 대답해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과거 철학자들처럼 깊이 있는 사유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하는데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지?’, ‘왜 내가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직장에 나가지?’ 등의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나의 근로와 노동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삶에 관한 질문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유감스럽게도 AI 혁명 시대에는 양극화가 훨씬 극명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ChatGPT의 위험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올 것이다. 사람들은 ChatGPT를 두고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니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된 그 시간에 자유를 누리며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고 여긴다. 이는 아주 순진한 생각이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회는 더욱 양극화될 것이다. 기술이 있는 사람은 돈을 더 많이 벌 것이고, 직업을 잃는 사람은 늘어날 것이다.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이 인간 삶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 아닌가?”

이진우 교수는 직업을 잃은 자들의 박탈감은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심지어 일하는 사람들마저 행복은 보장할 수 없다. 소득이 있더라도 그것이 인간에게 의미와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는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커다란 혜택이 되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며 “자신의 삶과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은 질문을 던지는 첫 번째 단계”라고 밝혔다.

 

당신은 AI의 그럴듯한 답을
그대로 수용하는
수동적인 플레이어가 될 것인가,
AI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스마트한 사용자가 될 것인가?

Profile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
前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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