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킬러’ 스레드의 출현과 대흥행
메타의 새로운 소셜미디어서비스(SNS) 스레드가 출시 닷새 만에 가입자 수 1억 명을 달성했다. 오픈AI가 내놓은 ‘챗GPT’보다 훨씬 빠른 기록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5일 출시 첫날 16시간 만에 3000만 명, 20시간 만에 7000만 명을 달성한 데 이어 닷새 만인 10일 1억 명 기록을 돌파한 것이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빨리 1억 명 가입자 수를 달성한 앱이 됐다. 기존에 가장 빨리 1억 명을 달성한 프로그램은 챗GPT로 2개월이 걸렸고, 틱톡은 9개월, 인스타그램은 2년 6개월이 걸린 바 있다.
스레드는 짧은 글 작성을 핵심으로 내세운 일종의 메신저다. 글 쓰는 영역과 이미지, 영상을 첨부할 수 있는 아이콘이 전부일 만큼 UI가 심플하다는 것이 특징. 최대 글자 수는 500자, 이미지는 10장까지 게시할 수 있다. 5분 길이의 영상, 링크 등도 업로드할 수 있다. 스레드가 짧은 글과 영상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그 대표 격인 트위터와 비교되곤 한다. <뉴욕타임스>는 대놓고 스레드는 ‘트위터 킬러’라고 표현했다.
스레드 성공의 일등 공신, 머스크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스레드가 초기 인기몰이에 성공한 데는 비교 대상인 트위터의 소유주이자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10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이용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면서 스레드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부터 연일 말 바꾸기를 일삼으며 혼란과 피로감을 높였다. 가령 트위터를 57조원에 인수한 날에도 “돈을 벌기보다 인류를 돕기 위해 트위터를 샀다”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로 트위터를 이용하겠다는 말이 됐다. 예를 들어 최근 서구에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을 외치는 이가 많아지고 있는데,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반PC’적 생각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그는 “PC는 현대 문명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자신은 “PC만이 옳다는 식의 편향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 트위터를 샀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미국, 나아가 서구 사회는 반PC적 생각에 긍정적이지 않다. 인종, 성별, 취향 등의 소수자를 차별하지 말고 기회를 동등하게 갖자는 게 최근 PC의 골자라면, 머스크는 이 같은 인식을 대단히 싫어했다. 얼마 전에는 “챗GPT 연구를 잠시 멈춰라”라고 말했다. 챗GPT가 PC를 따르도록 훈련되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챗GPT를 하다 보면 PC적인 글이 나와 사람들을 세뇌시킨다는 것. 그래서 자신은 “챗GPT의 PC적 성향에 대항하기 위한 트루스(Truth)GPT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너 리스크로 자멸하는 트위터
자신의 신념을 펼치기 위해 트위터를 사고 트루스GPT를 개발할 정도로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머스크. 당연히 트위터에 넘쳐나는 PC적 표현이 눈에 거슬렸을 테다. 결국 그는 각종 혐오 표현을 막고 있던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에 이른다. 이후 트위터에는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동성애 혐오 등의 표현이 급증했고, 자연스레 트위터를 떠나는 유저가 늘어났다. 특히 여성과 흑인 등 인종 소수자의 이탈률이 컸다. 이때부터 트위터는 자멸하기 시작했다. 2020년 미국 트위터 사용자는 7000만 명이었는데, 2022년 6300만 명으로 10% 감소했다. 2023년에는 미국 비호감 브랜드 4위에 등극하는 등 좀처럼 반전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용자 성비도 남성 68.1%, 여성 31.9%로 여성에게 특히 버림받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러한데 머스크는 지난 7월 1일 열람 가능한 트윗 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유료 회원은 6000개의 트윗을 볼 수 있는 데 비해 일반 계정은 600개, 신규 계정은 300개만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반발이 심하자 머스크는 “여론 조작의 악용을 방지하지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설득력은 없었고, 트위터는 ‘머스크 전용 놀이터’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불만 많은 트위터, 이용자의 실망감·피로감 증가
트위터가 무너지게 된 데는 2022년 EU가 발표한 ‘디지털 시장법’도 한몫했다. 여기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메신저들이 소규모 혹은 신규 메신저들과 상호 호환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글로벌 메신저들이 시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예를 들면 이메일은 도메인이 제각각일지라도 서로 주고받는 등 소통이 된다. 메신저도 그렇게 못 할 이유가 없다는 것. 카카오톡으로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유저와 대화할 수 있도록 서로의 장벽을 없애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다. 각 사의 영업비밀을 공유하고 경쟁 체제를 없애는 것은 디지털 플랫폼 산업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트위터가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심지어 지난 5월에는 EU의 ‘허위정보협정’ 탈퇴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허위정보협정은 EU가 가짜 뉴스 때문에 만든 일종의 벽인데, 글로벌 SNS들이 주기적으로 EU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때로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트위터의 허위정보협정 탈퇴 선언에 EU 집행위원회는 즉각 경고했다. EU에서 활동하는 한 법적 의무를 져야 하고, 만약 따르지 않으면 매출의 일부를 과징금으로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만은 가득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트위터의 약한 모습은 실시간 뉴스로 퍼졌고, 이용자들의 실망감과 피로감은 배가됐다.
트위터 이탈자 노리는 메타의 저커버그
이처럼 ‘침몰하는 배’ 트위터의 빈자리는 누가 가져가게 될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와츠앱 등을 보유한 SNS 세계 1위 메타 입장에서 ‘짧은 글 메신저’ 수요는 유일하게 갖지 못한 시장이다. 가뜩이나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머스크는 앙숙으로 유명한 만큼 서로의 사정을 봐줄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의 악감정이 촉발된 건 2017년 AI를 두고 설전을 벌이면서부터다. 당시 머스크는 전 미주지사협의회 총회에 참석해 “AI는 인류의 실존적 위협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저커버그는 “AI의 미래에 대해 암울한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맞섰다. 그는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며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자동차 사고임을 강조했다. AI로 자동차 사망 사고를 줄일 수만 있다면 인간 삶에 엄청난 진보를 가져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머스크의 테슬라를 겨냥해 ‘AI 비관론’을 꼬집은 셈이다.
이후 둘은 틈만 나면 으르렁댔는데, 마침 최근 트위터가 흔들리니까 메타가 이때다 싶어 지난 1월 새로운 SNS 개발 뉴스를 발표한 것이다. 트위터와 경쟁할 수 있는 텍스트 기반 SNS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저커버그의 의도는 명확했다. 반PC를 위시한 혐오 표현에 질려 트위터를 떠나간 사람들을 메타가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총성 없는 전쟁은 서막을 열었다.
스레드 놓고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신경전 격화
개인적 감정은 차치하고라도 머스크는 저커버그를 좋아할 수 없었다. 스레드 개발 뉴스 발표 이후 트위터의 주식이 3분의 1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57조원에 산 트위터의 가치는 1년도 안 되어 20조원으로 내려앉았다. 이에 머스크는 지난 4월 BBC와 인터뷰에서 “트위터 인수 직후 회사 재무 상태는 4개월만 지탱할 정도로 악화한 상황이었다”며 “트위터를 인수한 후 고통 수준이 극도에 달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머스크는 NBC유니버설 출신 광고 전문가 린다 야카리노를 새 CEO에 앉히며 수익성 제고를 노렸다. 트위터의 분위기는 좋았다. 적어도 메타의 스레드 출시 뉴스가 보도되기 전까지는.
그리고 지난 6월, 한 트위터 이용자가 머스크의 트위터에 스레드 출시에 대해 질문한 것이 싸움의 발단이 됐다. 머스크는 “온 지구가 아무런 대안도 없이 저커버그의 손가락에 지배당할 것”이라는 조롱 섞인 말로 응수했다. 이에 다른 이용자가 “저커버그는 주짓수를 한다는 데 조심하라”라고 말하자 그는 “철창 싸움을 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다시 응답했다. 이를 본 저커버그가 “위치를 보내라”고 했고, 머스크는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며 격투기 대결을 예고했다.
지난 7월 초, 미국 종합격투기 단체 UFC 회장인 데이나 화이트가 대결 성사를 위해 나섰고, 머스크가 종합격투기 단체 UFC 챔피언 출신 조르주 생 피에르와 훈련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머스크의 모친 메이 머스크가 자신의 SNS에 경기 취소 사실을 공지하는 한편, 머스크의 트위터에 “말로만 싸워라”라고 경고하는 등 말싸움이 커지지 않도록 진화에 나섰고, 싸움은 정작 예고만 길어지면서 실제 대결은 물거품이 된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실제 두 사람의 대결을 기대하고 있다.
메신저끼리 상호 호환? 진화한 SNS 모델, 스레드
저커버그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주먹다짐 예고는 스레드의 엄청난 홍보 효과로 이어졌다. 또 한때 세계적 ‘비호감’에 등극했던 저커버그의 호감도가 올라가는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성공 이후 한때 실리콘밸리 성공의 대명사로 여겨졌으나,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가짜 뉴스를 방치하고 청소년 유해 게시물 대응에 미흡하며, 또 틱톡이나 스냅챗 등 경쟁사 서비스를 모방하는 데 그친다며 최근 몇 년간 비난을 받아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년 동안 ‘공공의 적’이던 저커버그가 스레드 공개와 함께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또 저커버그의 건강하고 스마트한 모습이 머스크의 감정적이고 나약한 모습과 대비된 것도 호감도를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였다.
저커버그는 스레드가 트위터를 따라잡으려면 자극적인 글이 필요하다는 한 이용자의 말에 “개인적으로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 내용 면에서 트위터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실제로 스레드는 개방적이고 상호 운영 가능한 앱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트위터와 궤를 달리한다. 즉 시중의 다양한 앱과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앱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한 단계 진화한 SNS의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저커버그는 자신의 첫 스레드 게시물에 “Letʼs do this”라고 적었다. ‘(친구들아) 한번 해보자’라는 의미로, 다른 앱을 쓰던 이들이 스레드로 넘어오는 걸 독려하는 느낌이었다. 이어진 두 번째 스레드 게시물 “친근한 공공 공간”에는 비전이 담겨 있었다. 모든 사람이 대화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친근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이메일처럼 도메인이 다르더라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SNS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친근한 공공 공간”은 트위터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트위터는 친근하기보다는 정치, 사상 등 진지한 콘텐츠에 이미 점령당한 상태다. 그에 반해 스레드는 친근하고, 좀 더 가볍고, 재미있는 SNS로 일상에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 이를 노리듯 저커버그는 세 번째 게시물로 자신과 아이가 함께 누워 있는 사진을 올려 ‘친근한 앱’ 이미지를 강조했다.
베낀 건가, 뺏긴 건가? 일단은 신경전만!
스레드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위기를 느낀 트위터는 ‘지식재산 불법 도용’을 들어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메타가 트위터 전 직원 수십 명을 고용해 스레드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트위터는 “지식재산권을 엄격히 행사할 계획이며, 메타가 트위터 영업비밀을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개선을 촉구했다. 머스크도 “경쟁은 괜찮지만 속임수는 안 된다”는 트윗을 날리며 신경전에 가세했다. 이에 메타 대변인 앤디 스톤은 “스레드 팀원 중 아무도 트위터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라고 항변했다. 저커버그 역시 11년간 사용하지 않던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물을 올리며 대변인의 말을 지지했다. 그는 똑같은 모습의 스파이더맨 2명이 나온 이미지를 올리며 스레드가 상당히 흡사한 트위터에 정면승부를 걸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공은 다시 머스크에게 넘어간 상황. 그는 트위터에 “고통을 숨기는 인스타그램의 거짓된 행복에 빠지기보다 트위터에서 낯선 사람의 공격을 받는 것이 훨씬 낫다”라고 적었다. 트위터는 거짓되지 않다는 말이다. 여기에 린다 야카리노 트위터 CEO는 “우리는 종종 모방의 대상이 되지만 트위터 커뮤니티는 결코 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긴 싸움이 종착지를 향하는 가운데 어떻게 결판이 날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일단 현재는 저커버그의 기세가 훨씬 우세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