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개회식 논란부터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미국 대선까지. 유독 뜨거웠던 글로벌 뉴스를 한데 모았다.
➀ ○○○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의 일부 공연이 보편적 정서와 동떨어진 주제로 논란을 불렀다. 종교를 조롱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➁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와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가 앞다퉈 “내가 더 어렵게 자랐다”며 ‘흙수저’ 경쟁을 하고 있다.
➂ 중국에서 ‘관단’이라는 ○○ 게임이 전역으로 확산하며 인기를 끌자 중국 정부가 관영지를 통해 비판하며 견제에 나섰다.
➃ 이탈리아 문화계 인사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원한 16세기 문화재 ○○○○을 이탈리아 정부가 매물로 내놓는다.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다.
➄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영국 예술가 ○○○가 올림픽 기간에 일주일 동안 런던 곳곳에 매일 자신의 작품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➅ ○○○○○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총리가 해외로 도피했다. 공무원 채용시 권력층을 우대하려다 역풍을 맞아 정권을 내려놓게 됐다.
➀ 논란의 개회식으로 뜨거웠던 파리 올림픽
지난여름 세계를 뜨겁게 달군 2024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무엇보다 논란의 개회식이 화제였는데요, 대한민국 선수단을 북한으로 호명한 실수에 대해 토머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공식 사과했고, 여성 옷차림을 한 남성들이 등장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흉내 낸 장면은 종교를 조롱했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 밖에도 눈길을 끈 인물이 있는데요, 개회식 공연에서 온몸이 훤히 비치는 파랑 망사 옷을 걸치고 거의 반라(半裸)로 등장한 중년 남성입니다. 누군지 궁금해 알아보니 프랑스에서는 유명한 가수 필리페 카터린이라고 합니다. 부끄러운 부위만 살짝 가리고 거의 나체로 등장했는데 온몸이 파란색이어서 만화영화 주인공 스머프를 흉내 낸 줄 알았습니다.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로 분장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가 부른 노래 제목은 ‘벌거벗은(Nu)’인데요, 노랫말은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 태초에 창조됐을 때 모두 벌거벗고 생활한 것처럼 지금도 그렇게 산다면 빈부격차도 없고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이죠. 모두가 벗고 살면 총도 칼도 숨길 수 없어 전쟁도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평등의 나라’로 불리는 프랑스다운 노래인데요, 프랑스어 노랫말을 모르는 전 세계의 대다수 시청자는 벌거벗은 아저씨의 퍼포먼스에 갸우뚱했죠. 필리페 카터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영감을 받아 이 노래를 만들었고, 이러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개회식 공연에 나섰다고 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오해를 불러 미안하다”라고 사과했습니다.
➁ 누가 더 흙수저일까? 미국 부통령의 진흙탕 싸움
두 달 정도 남은 미국 대통령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피격 사건 직후에는 그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려놓은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이어받은 카멀라 해리스가 바짝 따라붙었습니다. 이제는 양당의 부통령 후보 대결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부통령 후보들이 공유하는 키워드는 ‘흙수저’인데요, 서로 “내가 더 흙수저”라고 어필하며 경쟁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피격 직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D. 밴스는 미국에서 낙후 지역으로 꼽히는 오하이오주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자수성가한 인물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은 그는 고교 졸업 후 해병대에 입대해 5년간 복무하며 모은 돈으로 학업을 이어갔습니다. 오하이오 주립대, 예일대 법학대학원을 거쳐 변호사가 됐고, 벤처 투자가로 경력을 쌓은 뒤 재작년 상원의원이 됐습니다. 이에 맞서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도 네브래스카주 농촌 마을의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17세부터 24년간 주방위군으로 복무했고, 고등학교 교사 겸 학교 미식축구 코치로 일하다 정치에 입문해 주지사까지 오른 입지전적의 인물입니다. 밴스와 월즈 모두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들은 서로 상대 경력을 깎아내리며 흠집 내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밴스가 월즈에게 “전쟁은커녕 무기 한 번 들어본 적 있느냐”고 도발하는 식입니다. 월즈는 밴스에게 ‘무늬만 흙수저’이지 실제로는 실리콘밸리 부자들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폄하합니다. 이렇게 진흙탕 싸움을 하는 걸 보니 둘 다 개천에서 나온 용이 맞나봅니다.
➂ 높은 실업률에 뿔난 방글라데시 청년들
올해 4월 한국 정치권에서는 민주 유공자 법안이 논란을 불렀는데요, 민주 유공자 자녀에게 사회통합전형 등 대입 우대 혜택을 주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 것입니다. 이와 약간 비슷한 일이 8월에 방글라데시에서 벌어졌습니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독립전쟁 유공자 후손을 공무원 채용 때 우대하는 정책을 시행하려고 하자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것입니다.
우리로 치면 독립운동가 자녀들이 공무원에 응시할 때 가점을 준다는 식인데, 방글라데시에선 왜 난리가 났을까요? 여기서 방글라데시의 독립전쟁은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할 때를 말하는데요, 당시 독립운동을 이끈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 무지부르 라만이 바로 이번에 쫓겨난 방글라데시 총리 셰이크 하시나의 아버지입니다. 무지부르 라만 대통령은 쿠데타로 피살됐고, 군부에 맞선 그의 딸 하시나는 1996년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가 됐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이 집권 세력이 된 것이죠. 방글라데시에서는 공무원 채용 인원의 30%를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배정하는 정책이 시행되다 2018년 폐지됐는데요, 하시나 총리가 올해 총선에서 승리해 4연임에 성공하자 다시 이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자, 청년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실업률이 40%에 달하고 매년 공무원 채용 인원(약 3000명)을 놓고 40만명이 경쟁하는 방글라데시 청년들이 화날 법도 합니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결국 하시나 총리는 물러나고 인도로 피신했습니다. 차기 총선 때까지 임시정부 수반은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 대출 제도)’를 빈곤 해결 정책으로 발표하고 이를 그라민 은행을 통해 실행한 무함마드 유누스가 맡게 됐습니다. 그는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유명한데요, 빈민들을 위기에서 건져낸 것처럼 방글라데시를 구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➃ 정체 불명의 화가, 뱅크시의 길거리 그라피티
올림픽이 열린 프랑스 파리로 세계의 관심이 쏠리자 샘이 난 것일까요? ‘정체 불명의 화가’로 불리는 뱅크시가 올림픽 기간 영국 런던 곳곳에 그라피티(Graffiti, 건물 외벽에 스프레이나 페인트로 그린 그림) 작품을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항상 남 모르게 벽에 그린 뒤 사라져 아무도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데요, 그래서 더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8월 5일 염소 그라피티를 시작으로 동물의 종류를 매일 바꿔가며 런던 곳곳에 작품을 깜짝 공개했습니다. 이 중에서 한 건물 옥상 위성 안테나에 그려 넣은 늑대는 복면 쓴 절도범들이 뜯어가는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 뱅크시가 런던 다른 지역의 광고판에 그린 고양이 작품은 도난을 막기 위해 곧바로 다른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뱅크시는 그다음 날에는 교통 단속 등에 쓰이는 경찰 박스에 물고기 떼를 그려 넣어 수족관처럼 보이게 만들었는데요, 훼손을 걱정한 런던시가 별도의 장소에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일주일 내내 화제를 뿌린 뱅크시는 8월 13일 런던 동물원 외벽에 고릴라와 동물들 그림을 끝으로 ‘동물 연작’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작품은 고릴라가 새, 바다사자 등 다른 동물들의 탈출을 돕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이번 뱅크시의 연속 작품이 영국 내 폭력 사태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판하는 메시지를담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는데요, 뱅크시 본인은 “그저 시민들을 응원하는 뜻을 담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날 뱅크시가 이렇게 유명한 예술가가 된 데는 2018년 런던 소더비 경매 사건이 결정적이었는데요, 당시 그는 자신의 작품이 15억원에 낙찰되는 순간에 자동 세절기로 그림이 잘리도록 해 모두가 놀랐습니다. 반쯤 잘린 이 작품은 오히려 가격이 300억원대로 치솟았습니다.
➄ 중국 정부가 견제하는 카드 게임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베이징청년보가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카드 게임인 ‘관단(摜蛋)’을 비난하는 칼럼을 실었습니다. 관(摜)은 ‘던지다’는 의미이고, 달걀을 뜻하는 ‘단(蛋)’은 폭탄과 도 발음이 같아 관단은 ‘폭탄 던지기’ 또는‘달걀 깨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포커와 같은 카드인데 사이즈는 더 큽니다. 2명이 한 팀이 되어 붙는 4인용 카드놀이죠.
관단은 작년부터 장쑤성에서 유행하다 중국 전역으로 확산했는데요, 이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1억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특히 중국 공무원들이 관단을 좋아하는데요, 이들과 어울리려는 사업가들도 골프처럼 로비를 위해 관단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고위직 공무원들이 저녁 술자리에서 마오타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관단에 몰두하는 바람에 마오타이 시가총액이 내려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지금은 청년들에게도 널리 퍼져 남녀노소 모두에게 관단 열풍이 퍼졌습니다. 10만원짜리 ‘관단 과외’까지 생겼을 정도죠.
그런데 왜 중국 관영지는 관단의 인기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걸까요? 관단이 관료와 기업의 결탁 수단이 된다는 것인데요, 속내는 “카드 좀 그만하고 일해라”입니다. 매일 2시간 이상 관단에 빠진 공무원들이 있어서 이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입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신문이니 정부 입장으로 봐도 되겠는데요, 조만간 ‘관단 금지령’이 나올 것 같다네요. 작년에는 골프보다 훨씬 서민적이고 건전하다며 관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중국 정부가 이제는 잡아먹으려고 으르렁대는 모양새입니다. 혹시 관단 카드를 판매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 회사를 겨냥해 ‘돈 달라’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전래동화 속 호랑이처럼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➅ 경매 매물로 나온 이탈리아 국립 유적지
제가 다닌 초등학교는 위인전을 강조해 어릴 때 영웅전을 자주 읽었는데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인물이 나폴레옹입니다. 그가 권력을 잃고 유배된 엘바섬의 등대를 이탈리아 정부가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이뿐 아니라 피렌체 지역 궁전과 별장, 그리고 나폴리 인근 카푸아성도 경매에 넘긴다고 합니다. 카푸아성은 16세기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위해 건축됐고, 현재 이탈리아 국립 유적지입니다. 이탈리아 국민 일부는 이 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자고 하는데요, 정부가 국방부 소유인 이 건물을 팔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렇게 문화재를 매물로 내놓은 이유는 이탈리아 정부의 부채 때문입니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배에 달하니 어떻게든 부채를 줄이려고 정부 소유 건물을 내다파는 것이죠. 이번 카푸아성 감정 평가액은 3600억원쯤 된다는데요, 이보다는 더 비싸게 팔릴 것 같다고 합니다. 5년 전에도 이탈리아 정부는 베네치아의 명소 산 살바도르 궁전을 경매에 넘겼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팔아 2026년까지 약 30조원을 확보한다는 목표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탈리아 정부의 부채는 얼마일까요? 4000조원쯤 된다고 합니다. ‘명품’으로 유명한 나라인데, ‘빚’도 수준급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