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생
•에스엠치과병원 원장
쉬는 날 갈 곳이 생겼다
2년 전 전라남도 담양의 전원 마을에 작은 집을 마련했다. 집과 직장이 있는 광주에서 차로 20분 거리로, 진료가 없는 금요일마다 이곳을 찾는다. 편백나무 향이 그윽한 공간에서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렇다고 마냥 쉴 수는 없다.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주로 텃밭과 꽃나무를 가꾸는 데 시간을 보낸다. 첫해에는 집 둘레에 울타리 역할도 겸하도록 직접 과실나무를 심었다. 주말에 갈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간을 하나씩 꾸며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이곳은 나만의 캠핑장
캠핑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광주 주변의 캠핑장은 너무 멀어 지레 포기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나만을 위한 캠핑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고, 화장실이 딸려 있으며, 누워서 책 읽을 정도의 공간이면 충분하다. 작은 집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지금은 친구들이 이곳으로 캠핑을 온다. 모닥불 옆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니 맛은 물론 운치도 비할 데가 없다.
집도 라이프스타일도 단순한 게 좋잖아요.
캠핑장에 가기 위해 예약하고
텐트를 설치하는 번거로움을 없앨 순 없을까?
하루 만에 뚝딱 집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마냥 꿈만 꾸다가 비로소 작은 집을
갖게 되었죠.
내부에는 꼭 필요한 것만
내부 공간은 복층으로 구분하고 계단 아래를 수납공간으로 활용했다. 1층에는 거실을 중심으로 주방과 화장실이 있다. 내장재로 사용한 편백나무는 이음새가 군더더기 없이 직각으로 떨어져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작은 집에는 친환경 벽지나 패브릭을 많이 사용하지만,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편백나무를 선택했다. 목재 특유의 수축·팽창하는 성질을 고려해 원목 사이에 조이너를 넣어 틈새가 보이지 않게 했다.
잔디 깎는 로망의 실체는 노동이었다
이곳 전원 마을은 각 호당 대지 면적이 약 660㎡(200평)로 균등하다. 따라서 20㎡의 작은 집과 덱, 약간의 텃밭을 제외한 모든 곳이 잔디밭이다. 이전에는 잔디가 펼쳐진 넓은 마당을 갖고 싶었는데, 막상 잔디를 관리해보니 만만치가 않다. 그렇지만 나중에 본격적으로 전원생활을 할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하루 만에 집이 생기는 모듈러 하우스의 매력
일반적인 방식으로 집을 지을 때는 전문가에게 맡겨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시간 여유가 없다 보니 이런 과정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현장에서는 설치만 하는 모듈러 하우스(조립식 주택)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하루 만에 집이 생긴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또 훗날 가족이 살 수 있게 공간을 늘리기도 쉽다. 여차하면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
이동식 조립 주택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디자인이 세련되지 못하고 유지 및 보수에 손이 많이 갔다.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이 모듈러 하우스는 자재와 내부 시설, 보안 등에서 완성도가 높고, 알루미늄 복합 패널로 외관을 마무리해 모던하고 단순했다. 원래 이동 주택보다는 고층 건물의 외관에 주로 사용하는 자재인데, 간결해 보이면서 단열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서 작은 집에도 적합하다.
금속 프레임으로 기본 골격을 세우고 패널을 재단해 붙인다. 내부를 마감한 후에 외단열 작업을 하고 마감재를 붙여 외벽을 마무리한다. 기본 프레임을 바탕으로 이를 변형하면서 집 형태를 다양하게 하는 것이다. 프레임이 고정돼 있으면 변형에 한계가 있으므로 업체를 정할 때 프레임 자체 생산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감재로 사용한 알루미늄 복합 패널은 두 장의 알루미늄 코일 사이에 저밀도 폴리에틸렌 소재를 끼운 후 고온 접합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알루미늄 판 자체의 단점은 보완되고, 단열과 흡음 효과는 좋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