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화
•1974년생, 사회부 기자를 거쳐 모터사이클
전문 기자로 10년가량 활동했다. 현재는 영상 제작자 및
모터사이클 관련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모터사이클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이유는?
나도 한때 미친 듯이 속도에 몰두했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일을 몇 번 경험한 후 생각이 바뀌었다. 10년 전부터는 철저하게 ‘안전하게 주행하는 법’을 연구해 정리하고 있다. 특히 공공도로에서 바이크를 안전하게 타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유튜브 등 개인 채널을 통해 방송도 한다. 사실 이건 나라에서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모터사이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지 관심이 없는지 아직까지 관련 법령 제정과 제도 정비에 너무 소홀하다. 어쩔 수 없어 나라도 나선 것이다.
어떻게 모터사이클에 빠지게 됐나?
남자라면 누구나 모터사이클에 대한 로망이 있지 않나? 모터사이클을 타고 바람처럼 달리면 왠지 내가 대단한 존재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모터사이클을 접하게 됐다. 대림 ‘핸디50’이라는 모델이었다. 지금 보면 작고 대단치 않은 모터사이클이지만, 당시 속도감과 서스펜션에서 느껴지는 푹신함에 매료되어 이후로 쭉 모터사이클을 타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모터사이클을 타는 건 불법이다
당시에는 불법이라고 하기도 애매했던 게 모터사이클 면허에 관한 법률 체계가 미비했다. 물론 지금은 18세 이상부터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법률로 정해져 있는 등 상황이 전혀 다르지만. 부모님께서도 알고 계셨다. 속된 말로 ‘폭주’하는 것도 아니었고, 안전하게 탈 것이라 믿어주셨기 때문에 크게 나무라지는 않으셨다.
‘모터사이클’ 하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먼저 떠오른다
첫 번째는 실제로 위험하게 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막연히 ‘자전거 타는 거랑 비슷하겠지’, ‘운전면허가 있으니까 괜찮아’라며 무작정 타는 사람이 많다. 실제 배달 일을 하는 분 중에는 난폭하게 운전하는 이가 많기도 하고. 두 번째는 모터사이클 면허 체계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모터사이클은 총 230만 대다. 라이더가 최소 230만 명이라는 건데, 그중에 과연 몇 명이나 제대로 된 라이딩 기술이나 안전 교육을 받았을까?
원동기 면허가 따로 있는 걸로 아는데?
일단 배기량 125cc 이하 모터사이클은 2종보통 운전면허만 있으면 몰 수 있다. 250cc 이상은 원동기 면허를 따로 취득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원동기 면허 취득 과정이 어이없을 정도로 허술하다는 거다. 시동 켜고 대충 ‘S’자 코스 한 번 돌고 나면 면허를 내준다. 도로 주행도 없다. 심지어 수동변속기 모터사이클로 면허를 취득한 라이더가 변속기를 조작하지 못하는 것도 봤으니까. 이런 상황이니 사고가 안 날 수 없는 거다.
자동차나 자전거 운전과 어떻게 다른가?
자동차는 운전자의 몸무게가 운전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적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은 운전자의 체중과 체중 이동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접지력과 조종 성향을 보여준다. 자신의 주행 수준에 맞지 않는 모터사이클을 타다가는 주행의 맛을 알기도 전에 버거운 덩치와 출력에 끌려 다니다 사고가 나거나 모터사이클에 대한 공포심으로 결국 포기하게 된다.
모터사이클은 어떻게 연습해야 하나?
안정적인 운전 실력을 구사하는 라이더가 되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자동차는 경차를 타다가 3500cc짜리 대형차를 타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차폭을 감지하지 못해 사고가 날 수는 있지만, 운전자가 심하게 다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은 일단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저배기량의 바이크로 시작해 조금씩 배기량을 높이는 게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125cc로 최소 6개월, 250cc로 6개월, 400cc로 6개월 정도 연습하고 그다음에 600cc나 1000cc로 단계를 올리는 것이다. 주위에 처음부터 고배기량의 모터사이클을 덜컥 사놓고 레슨을 문의하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내 대답은 똑같다. “다시 팔고 125cc부터 시작하세요.”
중년 남성에게는 어떤 바이크가 어울릴까?
모터사이클 하면 두 가지 유형이 떠오를 거다. 하나는 가죽 점퍼를 걸치고 ‘만세 핸들’에 무지막지한 배기음을 자랑하는 할리 데이비슨 같은 ‘아메리칸 바이크’고, 다른 하나는 영화 <천장지구>에서 유덕화가 엎드려 타던 ‘레플리카’. 아메리칸 바이크는 미국 같은 넓은 땅덩이를 장시간 달리는 데 최적화된 디자인이고, 레플리카는 태생 자체가 속도를 겨루는 레이스용 기체를 도로에서 달릴 수 있게 개조한 모델이다.
사실 종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주로 탈 장소, 주행 시간, 주행 스타일, 선호하는 디자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기에게 맞는 모델을 고르면 된다. 예를 들어 출퇴근용으로 레플리카를 탄다면 복잡한 도로를 다니는 데 꽤나 피곤할 거다. 그래도 본인이 좋다면 그냥 타는 거다.
라이딩 코스를 추천한다면?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쉬운 곳으로는 퇴촌 주변을 추천한다. 퇴촌면사무소에서 시작해 팔당호를 따라 달리다가 양평에서 양근대교를 타고 유명산 쪽으로 빠진 다음 서종면을 지나 팔당대교 쪽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사실 우리나라 국도만큼 모터사이클 타기 좋은 곳이 없다. 외국 라이더들이 와서 보고 놀랄 정도다. 도로 상태도 좋고 주변 풍광도 아름다운 데다가, 곡선 구간이 많아 와인딩(코너링에 치중한 드라이빙)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에 입문하기 전 명심할 사항은?
앞서 말했지만, 디자인만 보고 처음부터 큰 바이크를 사면 안 된다.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삶의 기반을 마련한 중년 남성들은 “그래도 체면이 있지”라며 덜컥 고배기량의 수입 바이크를 사는 경우가 많다. 이는 멋지게 폼 한번 잡아보겠다고 자신의 몸으로 도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초보 라이더에게는 125cc의 10마력도 버겁다.
꼭 갖추어야 할 안전 장비는?
50cc 스쿠터를 타도 안전 장비는 필수다. 헬멧은 머리 전체를 덮은 풀 페이스 헬멧을 써야 한다. 얼굴을 노출하는 하프 페이스 헬멧은 사고시 2차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팔꿈치, 무릎 보호대는 기본이며, 발목 관절 보호를 위해 부츠도 필수다. 좀 더 신경을 쓴다면 바이크 전용 전신 수트를 입는 게 좋지만,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면 옷 안에 보호대가 들어 있는 라이더 재킷이나 팬츠를 입어도 된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이다. 외부에 착용하는 보호대는 사고가 났을 때 자칫 착용 위치에서 돌아가 2차 충격을 받을 때 다칠 위험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