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각국의 정치인 이슈가 많은 요즘, 방송 토론회 도중 폭행을 저지른 시장 후보부터 과한 생일 파티에 뭇매를 맞은 대통령까지 전 세계 흥미로운 이슈를 소개한다.
➀ ‘중국인 간첩’ 의혹이 불거진 필리핀 소도시의 전직 ○○, 앨리스 궈가 해외 도피 2개월여 만에 인도네시아에서 체포됐다.
➁ 초고속 승진으로 장관 직책인 중국 ○○○○에 올랐다 낙마한 친강이 출판사 직원으로 강등됐다는 보도가 오보 논란에 휘말렸다.
➂ 아르헨티나 주재 미국 대사관이 독거미인 ○○○○○○를 연상시키는 범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미국인들에게 주의보를 내렸다.
➃ 브라질 상파울루 시장 ○○에 출마한 후보가 방송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➄ 중국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정부 통제가 심해지자 중남미로 떠나는 중국인이 급증했다. 특히 미국과 가까운 ○○○로 몰려들고 있다.
➅ ‘봉봉’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페르디난드 ○○○○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자기 생일 파티에 영국 록 그룹 듀란듀란을 초청해 공연을 벌여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➀ 필리핀 젊은 여성 시장의 숨겨진 실체
홍콩 영화 <무간도>에서는 범죄 조직 삼합회 소속 유덕화가 홍콩 경찰이 되어 내부 정보를 빼내는 과정과, 이와 반대로 경찰인 양조위가 삼합회 조직원으로 활동하면서 서로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긴장감 넘치게 묘사됩니다. 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필리핀 전직 시장이 새벽 인도네시아에서 체포됐습니다. 필리핀의 작은 도시 밤반시(市)의 전직 시장 앨리스 궈(35) 이야기입니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젊은 여성 시장으로 승승장구하던 앨리스 궈의 정체가 탄로난 계기는 카지노 단속이었습니다. 이 카지노는 밤반시 시장 집무실 건물 뒤편에 있었는데요, 알고 보니 중국인들의 범죄 소굴이었습니다. 이곳에 갇힌 수백 명이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동원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때부터 앨리스 궈와 중국 카지노의 연루설이 불거지면서 그에 대한 의혹이 양파 껍질 까듯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앨리스 궈는 2022년 시장 선거에서 당선됐는데요, 정작 그의 출신 지역 등 모든 배경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카지노 조사 때 카지노 부지의 절반이 앨리스 궈 소유라는 점이 밝혀지고, 앨리스 궈 개인 소유의 헬기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그의 청렴한 젊은 정치인 이미지는 모두 거짓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필리핀 출생 기록뿐 아니라 학교 입학, 졸업 증거도 없다는 추궁이 이어지자 앨리스 궈는 “집에서 태어나 홈스쿨링으로 쭉 교육을 받았고, 출생 신고는 뒤늦게 17세 때 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물론 이 또한 거짓말이었습니다. 그의 본명은 궈화핑으로 13세 때 필리핀에 입국했고, 이후 앨리스 궈라는 이름의 필리핀 주민으로 신분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무려 20년 넘게 과거를 속이고 필리핀 주민으로 살면서 소도시 시장에까지 오른 것입니다. 범죄 조직에 연루된 것뿐 아니라 중국의 스파이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시장에서 해임된 앨리스 궈는 해외로 도피해 숨어 지내다 두 달여 만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에서 붙잡혔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범죄 활동 수익금은 약 24억원인데요, 앨리스 궈가 필리핀으로 송환돼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면 각종 혐의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가 2030년까지 3연속 시장 당선이 유력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라면 필리핀 밤반시는 영화 <범죄도시>처럼 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➁ 초고속 승진한 중국 외교부장의 미스터리
워싱턴 포스트(WP)는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사로 유명한데요, 최근 중국 관련 오보 논란을 불렀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외교부 장관에 해당하는 중국 외교부장을 지낸 친강에 관한 기사가 발단이었는데요, 워싱턴 포스트가 ‘단독 보도’라면서 친강이 작년에 낙마한 후 중국 외교부 산하 출판사 직원으로 강등돼 근무중이라는 기사를 낸 것입니다. 부총리급 인사였던 친강이 정부 산하 출판사 직원으로 좌천됐다는 소식에 전 세계 많은 언론이 워싱턴 포스트를 인용해 이를 보도했습니다. 그만큼 화제가 된 것이죠.
친강이 작년 이슈의 인물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외교 사령탑이었던 친강은 미국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 등 거친 언행으로 ‘전랑(늑대 전사) 외교’의 중심 인물이었는데요, 초고속 승진으로 국무위원까지 된 그가 작년 6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뒤 갑자기 사라져 궁금증을 낳았습니다. 이후 장관직을 비롯한 각종 직책이 박탈돼 외교 무대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유를 밝히지 않아 낙마 원인에 대한 여러 추측이 돌고 있지만, 혼외자 해외 출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17세 연하인 홍콩 봉황TV 앵커 푸샤오텐과 내연 관계였고, 혼외자도 낳았다는 내용입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사 출신인 푸샤오텐은 봉황 TV 런던 특파원이었던 2010년 즈음에 영국에서 친강을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영국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친강과 푸샤오텐은 10년 후 베이징에서 다시 만나 불륜 관계로 더 가까워졌는데, 친강이 2022년 외교부장으로 발탁될 무렵부터 푸샤오텐과 연락을 끊었다고 합니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것일까요. 푸샤오텐은 소셜미디어에 아들 사진을 공개하면서 아이 아빠가 친강임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둘이 다정하게 다니는 영상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불륜설이 확대됐습니다. 어쨌든 친강이 낙마한 뒤 출판사 직원으로 내려앉았다는 워싱턴 포스트 보도 이후에 홍콩 명보를 비롯한 현지 언론이 “출판사에 다니는 친강은 동명이인(同名異人)이고, 외교부장 출신 친강이 아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보도가 오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오보일 가능성이 큰데요, 워싱턴 포스트는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➂ 낯선 이성의 호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과부(寡婦)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커 그 자리를 대신한 말이 미망인(未亡人)인데요, 아직도 용어로 굳어져 언론에서도 그대로 쓰이는 동물 이름이 ‘검은과부거미’입니다. 영어로 ‘Black Widow Spider’인 것을 ‘검은 미망인 거미’로 번역하기에는 어색해 예전처럼 검은과부거미로 통용되고 있죠. 독거미로 유명한 검은과부거미의 특징은 짝짓기를 끝낸 암컷이 종종 수컷을 잡아먹는다는 것인데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암컷을 위해 수컷이 먹이로 희생되는 것이라는 추정도 있는데요, 죽기 싫어 암컷과 짝짓기를 피하려고 일부러 죽은 척하는 수컷도 가끔 있다고 합니다.
최근 아르헨티나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검은 과부’ 주의보를 발동했는데요, 여기서 검은 과부는 검은과부거미에서 따온 말입니다. 미국인을 겨냥한 아르헨티나 일부 여성의 범죄가 급증해 이런 경고까지 나오게 된 것인데요, 얼마 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시(市)에서 40대 여성이 70대 노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금품을 훔치던 중 노인이 깨어나자 병으로 머리를 내리친 사건이 발생해 이런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습니다. 미인계로 유혹한 뒤 수면제 또는 마약을 먹이고 모든 것을 털어가는 범죄인데요, 남성이 공범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 대사관이 자국민에게 “나이트클럽이나 데이트 앱으로 만난 상대가 권하는 술이나 음료, 음식을 먹을 때 특히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것입니다. 작년에 60대 남성은 이런 방식의 범죄에 당해 집에 있던 현금 1억원 이상을 털렸을 정도로 아르헨티나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합니다. 해외 출장을 가시는 분은 이런 범죄 피해를 입지 않도록 낯선 이성의 지나친 호의에 주의해야겠습니다.
➃ 브라질 방송 토론회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
요즘엔 K1, UFC 등 격투기의 인기가 시들해졌는데요, 현실에서 공인(公人)의 폭행 사건이 종종 벌어져 인기가 밀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10월에 시행되는 브라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TV 토론회 도중 격분해 의자로 상대 후보를 내리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상파울루 시장 후보로 나선 조제 루이스 다테나(67)가 생방송 토론회에서 경쟁 후보와 언쟁을 하다 분을 참지 못하고 폭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당시 파비우 마르시우(37) 후보는 조제 루이스 다테나 후보의 성추행 전력을 언급하면서 “요즘 내 뺨을 때리고 싶다고 했죠? 당신은 그렇게 할 용기도 없어요”라고 자극했습니다. 이를 도발로 받아들인 조제 루이스 다테나가 파비우 마르시우를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되고 말았습니다.
브라질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상파울루 시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방송 토론회에서 벌어진 일이라니, 세계적으로 망신살이 뻗친 셈입니다.
➄ 멕시코로 몰려드는 중국인
멕시코로 몰려드는 중국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멕시코 정부가 작년 중국 이민자에게 임시 거주 비자 5070건을 발급했는데요, 재작년의 두 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중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청년 실업률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멕시코뿐 아니라 중남미 곳곳으로 중국인이 물밀 듯 들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파나마와 콜롬비아 사이에는 약 100km 길이의 정글 지대인 다리엔 갭(Darien Gap)이 있는데요,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을 통과하는 중국인이 급증했습니다. 2010~2021년까지 12년 동안 다리엔 갭을 통과한 중국인은 400명도 안 됐는데 작년에는 2만 명 안팎으로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이죠. 남미의 난민처럼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불법 밀입국하려는 중국인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권위주의 시진핑 정부의 통제에 좌절한 중국 국민이 해외로 탈출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인구 국가였던 중국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해외로 밀입국하는 이들까지 늘면서 인구 1위 자리를 인도에 확실히 내어준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이 다른 나라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당하지 않도록 ‘경제 살리기’에 신경을 더 써야겠습니다.
➅ 필리핀 현직 대통령의 과한(?) 생일 파티
구두 3000켤레를 비롯해 사치와 부정부패 오명으로 이름난 이멜다 마르코스의 아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의 생일 파티가 세계적으로 뒷말을 낳았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봉봉(Bongbong)’이라는 별명으로 필리핀 현지에서 유명한데요, 공식 석상에서도 호칭으로 쓸 만큼 이 별칭이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봉봉 대통령이 9월 13일 수도 마닐라에서 연 자신의 67번째 생일 파티에 영국 록 그룹 듀란듀란 초청 공연을 넣어 논란을 불렀습니다.
듀란듀란은 오래전 ‘리플렉스(The Reflex)’라는 곡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었는데요, 봉봉 대통령이 청년 시절에 좋아한 그룹이라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로 치면 그룹 ‘라이즈(RIIZE)’처럼 인기 있는 남성 밴드죠. 생일 파티에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현직 대통령이 해외 유명 가수를 초청해 생일 공연을 하게 했다니 비판이 나올 법합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생일 파티에 브루노 마스 같은 해외 가수를 불러 공연했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상상만 해도 헛웃음이 나옵니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듀란듀란 초청 비용을 봉봉 대통령 친구들이 부담해 정부 예산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요, 현지 언론은 그의 친구들이 거액을 쓴 데는 어떤 동기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공짜가 어딨냐’는 것이지요. 봉봉 대통령은 재작년 태풍 당시 이재민 수천 명이 발생해 난리인 상황에서 싱가포르로 날아가 F1(포뮬러원) 그랑프리를 관람하고, 작년엔 마닐라에서 열린 영국 록 그룹 콜드플레이 공연을 보기 위해 헬기를 타고 가 도마에 올랐는데요,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팬심’이 다소 과하다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