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뜨거운 스포츠는 단연 야구다.
한국 프로야구가 ‘역대급’ 흥행 가도를 달리며 야구 관람 문화도 새로워지고 있다.
젊어지는 야구장
야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한국 프로야구가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모으며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썼다. 홈 경기 누적 관중 100만 명을 넘어선 구단도 6곳에 달한다.
프로야구의 전례 없는 흥행을 이끌며 야구 판의 ‘큰손’으로 떠오른 건 Z세대와 여성이다. 이러한 경향은 작년부터 두드러졌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공개한 2023년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야구 고관여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달한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7.7%로 가장 많았다. 6개 구단의 티켓을 판매하는 ‘티켓링크’ 역시 올 시즌 20대 관중 점유율이 약 40%이며, 전체 티켓 구매자 중 여성의 비율이 54.4%라고 밝혔다.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끝, 야구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야구에 이들이 푹 빠진 이유가 뭘까. 다양한 이유 중 첫손에 꼽는 것은 야구장이 곧 ‘즐길 거리 종합 선물 세트’라는 점이다. 한국 야구장은 경기를 관람하는 경기장이면서 식당이기도 하고, 노래방 역할까지 할 만큼 특별하다. 야구장 안팎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음식을 즐기며 응원가를 따라 부르다 보면 규칙을 잘 모르더라도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고, 스트레스도 확 풀린다.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과제나 업무를 해도 괜찮을 정도로 관람 방식에 별다른 제약이 없어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도 새로운 팬들을 끌어 모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로 수도권에서 개최되는 콘서트와 달리, 이 모든 것을 비수도권에서도 부담 없는 가격에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매력적이다.
이 외에도 '최강야구'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야구의 미디어 노출 증가, 전력 평준화에 따른 치열한 순위 싸움, 전통 강호이자 인기 구단들의 선전,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의 등장도 야구 팬 유입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누구든 신나게 먹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와 저렴한 티켓 가격,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관련 콘텐츠들이 새로운 세대를 야구장으로 불러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대가 즐기는 문화의 장으로
팬덤이 커지면서 야구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콘텐츠를 있는 그대로 소비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생산하는 것을 선호하는 Z세대의 성향에 따라 야구 관련 콘텐츠와 굿즈를 직접 만드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경향이 Z세대 이외의 기존 야구 팬들에게도 확산되면서 야구장 분위기와 야구 문화가 한층 다채롭게 변화하고 있다.
구단 마케팅팀은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포토 부스 등 각종 즐길거리를 야구장 곳곳에 배치하고, 인기 캐릭터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굿즈를 출시하거나 여성을 대상으로 야구 강의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추억의 응원가를 부르는 레트로 시리즈나 먹거리를 판매하는 포차를 운영하는 등 전 세대를 아우를 만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구단도 늘었다.
새로운 즐길거리가 계속 생겨나고 있는 만큼 야구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문화 키워드로 자리매김한 야구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화합을 불러오고, 전 세대가 함께 즐기는 복합 문화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