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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갈등을 고조시킨 수상한 삐삐의 정체는? [십자말풀이로 알아보는 국제 상식]

 최근 레바논에서 발생한 삐삐 폭발 사건으로 인해 중동은 대혼란에 빠졌다. 3천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잔인한 스파이 작전을 비롯해, 대선을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대통령 후보들의 발언 에피소드까지. 전 세계 크고 작은 이슈들을 모았다.     

 

➀ 이스라엘 정보기관 ○○○가 대만 제품으로 위장해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납품한 삐삐를 기습적으로 폭발시켜 3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➁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장점 세 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로 단점을 얘기하다 “트럼프가 가족은 ○○하는 것 같다”라고 마지못해 답했다.

➂ ○○○ 시게루가 일본의 새로운 총리로 선출됐다. 다섯 번 도전한 끝에 승리한 것이다.

➃ ○○○○○ 판사들이 급여가 너무 적다며 단체 휴가를 내고 재판을 사실상 거부하는 집단행동을 벌였다.

➄ ‘맥주애호가당’이 ○○○에 다시 생겼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장기화하자 “총 대신 맥주를 들자”며 평화를 창당 명분으로 내세웠다.

➅ ○○○○ 상원의회 의장이 의원들에게 반려동물과 함께 의회로 출근하는 것을 허용했다. 동물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➀ 모사드가 던진 삐삐 미끼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중동 갈등을 고조했는데요, 이 전쟁의 본격적 발단은 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 연쇄 폭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헤즈볼라 간부와 대원, 민간인 등 약 3000명이 사망 또는 중상을 입었는데요, 트로이 목마를 연상시키는 이 공격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어떻게 준비했는지 뒤늦게 밝혀지고 있습니다.

©shutter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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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드는 2년 전에 삐삐 공격을 구상하고 다른 나라 업체로 위장한 회사를 통해 레바논에 삐삐를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거래 이력을 쌓고 작년에 한 무역상을 통해 헤즈볼라에 고성능 삐삐를 납품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물론 헤즈볼라는 이 삐삐가 모사드의 공격용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당시 헤즈볼라 지도부는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원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삐삐를 지급했는데요, 모사드가 대만 브랜드 ‘아폴로’로 위장한 삐삐의 성능에 만족해 5000대나 구입했습니다. 특히 배터리 지속 기간이 길다는 점에 끌려 대량으로 구매했다고 합니다. 트로이 목마 안에 적군이 숨어 있는 줄도 모르고 성안으로 끌고 온 것처럼, 자신들을 해칠 폭탄 삐삐를 자기 돈 주고 사들인 것입니다.

어찌나 정교하게 만들었는지 헤즈볼라가 삐삐 몇 개를 분해하고 엑스레이도 찍었는데 폭발 물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헤즈볼라 조직원들은 이 삐삐로 중요한 비밀 문자도 받았는데요, 이를 확인하려면 두 손으로 버튼 2개를 동시에 눌러 암호를 풀도록 삐삐가 설계됐습니다. 이 또한 인명 피해를 최대한 입히려고 모사드가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헤즈볼라 대원 상당수는 비밀 문자를 보려고 양손으로 삐삐를 누르고 얼굴을 가까이 대다가 속수무책으로 폭발 공격을 받았습니다. 수천 명이 신체 일부를 상실하는 끔찍한 장애를 입거나 사망해 헤즈볼라의 전투력은 곤두박질했습니다.

미국의 일부 언론은 “최근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창의적인 스파이 작전”이라고 평가했지만, 1990년대 삐삐로 연인과 사랑을 주고받았던 한국 40~50대의 생각은 다를 겁니다. ‘삐삐의 낭만’을 추억으로 간직해 온 분들은 무시무시한 무기로 변한 이번 삐삐 테러 소식에 ‘정신적 테러’를 당한 셈입니다.

 

➁ 트럼프의 숨은 장점 찾기

“당신이 생각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장점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10월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스페인어 방송국이 개최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와 유권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에 한 여성이 던진 질문입니다. 해리스는 이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고는 “질문 고맙다”라고 말했습니다. 속으로는 ‘어이없는 질문이군’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는 “대부분 사람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훨씬 많지만, 나와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에 대한 ‘디스’를 이어갔습니다. “그의 태도와 정치적 이분법은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는 국민에게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서로를 손가락질하도록 부추긴다”라고 했습니다. 장점을 물었는데 단점을 얘기하는 ‘동문서답’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shutter stock<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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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상황에서 해리스는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으려고 고심하다 “트럼프가 가족은 사랑하는 것 같다”며 “그것은 매우 중요하고 우리 모두가 우선순위를 두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나는 트럼프를 잘 모른다. 그래서 장점에 대해 할 말이 거의 없다”라고 답변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에 대해 언론은 해리스가 트럼프의 세 가지 장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하나도 답할 수 없었다” 또는 “하나도 답하지 않았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전자는 ‘트럼프가 너무 별로여서 아무리 장점을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었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해리스가 속이 좁아 끝까지 상대 후보의 장점을 말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상반된 해석입니다. 해리스가 솔직하고 순진해서 ‘정말 못 찾겠다, 꾀꼬리!’를 한 것인지, 트럼프가 너무 싫어서 장점을 찾기도 싫었던 것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질문을 트럼프가 받았다면 어떻게 답했을까요? 인공지능(AI)에게 물었더니 트럼프는 이렇게 답했을 것이라고 하는군요. “해리스의 장점으로 ‘부지런함’을 꼽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리석다는 겁니다. 멍청한 리더가 부지런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나라 망치는 겁니다!”

 

➂ 일본 새 총리의 ‘뽀샵’ 논란

재선을 포기한 기시다 후미오 후임으로 이시바 시게루가 일본 총리로 선출됐습니다. 이시바는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선 2위에 그쳤지만 결선 투표에서 승부를 뒤집었습니다. 일본은 내각제여서 다수당(현재는 자민당) 대표가 총리가 됩니다.

이시바는 그동안 네 차례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승리로 ‘4전 5기’로 뜻을 이뤘습니다. 29세 때 중의원에 당선된 뒤 무려 12선에 성공한 베테랑 정치인인 데도 자민당 내에선 비주류였습니다. 이시바 총리의 배우자는 성격이 활달해 지역구에서는 남편보다 더 환영받을 정도로 인기라고 합니다. 어쨌든 이시바 내각이 전임 기시다의 기조를 이어가 한국을 중시하는 외교정책을 펼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시바 내각 출범 기념사진이 ‘뽀샵’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연미복 단추 아래 흰색 셔츠와 허리띠가 보이지 않도록 조작을 한 것입니다. 배가 쏙 들어가고 다리는 더 길어 보이도록 사진에 손을 댔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영국 왕실에서도 지난 3월 케이트 미들턴 왕자비와 자녀들이 함께 있는 사진을 뽀샵 처리했다가 논란을 불렀습니다. 당시 미들턴 왕자비는 복부 수술을 받고 두 달쯤 지난 때여서 가족사진에 큰 관심이 쏠렸는데, 왕자비 재킷 지퍼를 비롯해 스무 군데에서 뽀샵 흔적이 드러나 구설에 올랐고, 결국 사진을 내렸습니다.

아마 이시바도 미들턴도 사진 보정을 지시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누군가의 과잉 충성이 낳은 해프닝 아닐까요?

 

➃ “월급 좀 올려주세요” 판사들의 호소

인도네시아 판사들이 급여 인상을 요구하며 단체로 휴가를 내고 재판을 사실상 거부하는 집단행동을 했습니다. 부러울 것 없는 판사가 월급 더 달라고 시위를 하다니 너무 한 것 아니냐고요? 한국 판사들이 이런 집단행동을 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사정이 크게 다릅니다. 30년 근속한 판사 기본급이 우리 돈으로 40만원 정도에 불과해 비슷한 연차의 한국 판사 기본급(900만원)의 5%가 채 되지 않습니다. 수당을 더하면 인도네시아 판사들 월급이 100만원은 넘는다고 하는데요, 그 나라 물가를 고려해도 열악한 처우여서 항의로 단체 휴가까지 쓴 것이죠.

법관이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인도네시아 전체 판사 중 약 20%(1600여 명)가 참여한 단체 휴가로 다수의 재판이 연기됐습니다. 출근한 판사들 상당수도 단체 행동하는 동료 판사들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법복 소매에 하얀 띠를 둘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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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는 헌법을 개정해 판사 직선제를 도입했는데요, 대법원이 “직선제의 합헌 여부를 살펴보겠다”라며 제동을 걸어 논란입니다. 멕시코 의회가 국민투표로 판사를 선출하기로 합의했는데 사법부가 반발하는 것입니다. 멕시코 정부는 비리 세력과 판사들의 결탁을 막겠다는 취지로 직선제를 추진하는데요, 판사들을 정치에 예속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판사 선거’가 멕시코에서 과연 자리를 잡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당선된 판사들은 재선을 위해 유권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텐데요,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질 것입니다.

 

➄ 맥주로 평화를 되찾자, 맥주애호가당의 꿈

맥주를 사랑하는 이들이 만든 정당이 러시아에 재창당했습니다. 이른바 ‘맥주애호가당’인데요, 지난 10월, 총회를 열고 당을 다시 세웠습니다. 1994~1998년 활동하다 없어진 러시아 맥주애호가당이 다시 생긴 이유는 뭘까요? 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맥주로 평화를 되찾자”, “총 대신 맥주를 들자”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맥주애호가당은 “보드카 애호가들이 이끄는 정부에 반대한다”며 푸틴의 전쟁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만, 이들이 정치적 세력화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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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폴란드 맥주애호가당은 비록 잠깐이긴 했지만 의회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장관까지 낸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1990년에 창당한 이 당은 보이스카우트 복장을 한 아저씨들이 맥주 모험담을 담은 시트콤의 내용을 활용해 선거운동을 펼쳐 선풍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속 당원 16명이 의원으로 당선돼 큰 화제가 되었지요. 하지만 기쁨의 술에 너무 취했던 것일까요? 내부 분열로 1993년에 해산했습니다. 비록 결말이 거품 빠진 맥주처럼 허무하지만, 잠시나마 즐거움을 준 이런 정당이 우리나라에도 생기면 재밌겠다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막걸리애호가당’ 어떨까요? 건배!

 

➅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하는 이탈리아 의원

이탈리아 상원의회 의장이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에 상원의원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의회로 출근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우리 국회로 치면 본회의장은 제한되지만 의원회관 등 다른 공간에는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탈리아 집권당 유력 의원 가운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집에 두고 온 반려견이 걱정돼 의정 활동에 집중할 수 없었는데, 이제 이런 걱정을 덜게 됐다”며 환영했습니다. 반면, 야당 일각에서는 “이보다는 더 근본적인 동물보호정책을 고심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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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에 저는 제 친구의 교수님이 떠올랐는데요, 그분이 강의 때마다 데려오는 반려견을 학생들이 아주 미워했다고 합니다. 교수님 강의가 워낙 어려운 데다 평가도 너무 엄격해 많은 학생이 ‘F학점’ 총성에 내상을 크게 입어 불만이 컸던 것입니다.

이 교수님과 이탈리아 상원의회 의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반려동물을 위한다며 어디든 데려가지만, 집에서 혼자 쉬고 싶은 동물들은 괴롭답니다. 강의실에 묶여 지루한 강의를 들어야 하는 반려견과, 아침 일찍 상원의회에 딸려 나오는 반려묘에게 마이크를 건넸더니 그룹 퀸의 유명한 이 노래를 부르는군요. “I want to break free!(자유롭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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