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사소한 습관 하나가 삶을 바꾼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물’이다.
·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
· BWF & FINE WATERS 국제 워터 심사위원
· (사)한국서비스경영학회 회장 역임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바로 ‘물’이다. 물은 우리 몸의 약 70%를 차지하며, 한 번 마신 물은 곧바로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서 순환하며 3개월간 머무른다. 따라서 어 떤 물을 어떻게 마시느냐는 중요한 문제지만, 워낙 흔히 접할 수 있다 보니 그 가치를 쉽게 간과하곤 한다. 국내 워터 소믈리에의 대부인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고재윤 고황명예교수는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은 바로 ‘물’에 있다고 말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금 워터 소믈리에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구온난화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수원지의 물 역시 오염되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건강에 좋은 물을 찾아주는 워터 소믈리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소비자들도 워터 소믈리에의 전문성을 신뢰하게 되면서 인식이 변화하는 추세이며, 자신의 체질이나 음식에 어울리는 물을 추천받기 위해 워터 소믈리에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워터 소믈리에는 무슨 일을 하나?
워터 소믈리에는 기본적으로 호텔, 레스토랑, 백화점 등에서 다양한 먹는샘물을 구매, 보관, 저장, 관리하며 고객이 원하는 먹는샘물을 추천하고 서비스하는 역할을 한다. 코웨이와 LG 등 정수기업체 연구소에서 근무하기도 하는데, 물맛을 연구하고 워터 코디네이터로서 소비자에게 물의 필요성과 물맛의 차별성을 설명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국내 1호 워터 소믈리에로서 이 분야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본래 와인 소믈리에로 활동했다. 그런데 와인과 독주 등 과 음하는 생활이 이어지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이를 계기로 건강에 좋은 물을 찾아 마시기 시작했고, 점차 건강이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깊어졌다.
물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살피면서 커피·차·위스키·맥주· 밥 등 여러 음식의 맛이 물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에 큰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물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물이 건강과 직결된 요소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수치 연구에 몰두했다. 그렇게 물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워터 소믈리에라는 직업과 학문을 독학으로 탐구하고, 관련 이론과 실무 체계를 정립했다.
워터 소믈리에의 개념이 지금보다 더 생소하던 시기에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워터 소믈리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나 인식이 어땠는지, 또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다.
2005년 워터 소믈리에 공부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먹는 샘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했고, (사)한국국제소믈리 에협회 산하에 한국워터소믈리에분과를 창설했다. 뒤이어 국내 최초로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에 워터 소믈리에 단기 교육과정을 개설했으며,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과 대학원에 워터 소믈리에 교과목을 신설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주변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인식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물 분야에서 석박사를 배출하고, 학술지에 물에 관한 논문을 게재하면서부터다. 이후 분위기가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어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민간 자격제도를 승인받아 워터 소믈리에 자격증을 운영하고, 2011년부터는 매년 ‘한국 국가대표 워터 소믈리에 경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와인 소믈리에와 다른 워터 소믈리에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와인의 경우 포도의 품질과 양조 과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테이스팅 시 후각이 매우 중요하다. 아로마와 부케 등 와인의 향이 품질의 약 70~80%를 좌우하며, 이취를 통해 와인의 변질 정도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워터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 취수했기 때문에 무색, 무취이므로 미각 중에 구강 촉감이 중요하다. 특히 구강 촉감으로 느껴지는 무게감, 부드러움, 청량감, 균형감, 목 넘김, 여운, 풍미 등이 물의 맛과 품질을 좌우한다.
좋은 품질의 물을 선택하려면 물병에 부착된 라벨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수원지와 병입 날짜는 물론 칼슘, 마그네슘, 규산의 함유량과 pH지수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물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먹는샘물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먹는샘물의 TDS(Total Dissolved Solids), 경도, pH지수, 탄산화 정도, 오염도를 알아야 한다. TDS는 물에 녹아 있는 총용존고형물, 쉽게 말해 미네랄을 의미한다. 경도는 물속에 녹아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의 양을 나타내며, 물의 세기를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한다. pH지수는 산성 혹은 알칼리성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수소이온농도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TDS 및 탄산 함유량은 먹는샘물의 구조감, 즉 품질을 좌우하며, 경도와 산도는 물맛의 강도를 결정한다.
어떤 물이 좋은 물인가?
청정 수원지에서 취수해 오염되지 않고 깨끗하며, 최근에 병입된 신선한 물이 좋은 물이다. 또 생명력을 지니고, pH 7.3~8.0으로 약알칼리성을 띠며, 미네랄이 적정량 함유된 물이 좋다. 미네랄이 과다할 경우 오히려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적정량을 함유하면 균형감이 좋아 물맛이 뛰어나고 인체에도 유익한 영향을 준다. 칼슘·마그네슘· 규산이 풍부하게 함유된 물, 그리고 산소와 탄산가스가 충분히 용해된 물 역시 좋은 물로 평가된다. 일상생활에서 좋은 물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물병에 부착된 라벨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프리미엄 워터’는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는가?
먹는샘물도 고급화 마케팅의 전쟁이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경쟁하고 있지만, 그 기준이 반드시 물맛에 있는 건 아니다. 프리미엄 워터란 품질이나 서비스가 일반 수준을 뛰어넘는 먹는샘물로, 반드시 병에 담긴 물이어야 한다.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주로 사용되며, 희소성이 있고 가격이 비싸다.
갈증 해소나 음용 같은 일반 기능을 넘어 다이어트와 건강관리 등 특정 기능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하는 브랜드도 있다. 프랑스의 이드록시다즈(Hydroxdase), 콘트렉스 (Contrex), 샤테르돈(Chateleldon) 등이 그 예다. 또 병 디자인을 매년 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에비앙(Evian)이나 미식가들이 즐겨 마시는 바두아(Badoit)도 프리미엄 워터에 속한다.
물마다 맛이 어떻게 다른가?
물은 탄생하는 생태환경에 따라 광천수, 해양심층수, 빙하수, 빙산수, 천상수 등으로 나뉜다. 각각의 물은 고유한 특성이 있으며, 맛도 미묘하게 다르다. 광천수는 미네랄이 함유된 물로, 미네랄 함량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해양심층수는 해저 200m에서 취수한 물로 약간 짠맛이 나고 바다 냄새가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빙하수와 빙산수는 각각 빙하와 빙산을 채집해 만든 물로 가볍고 시원한 맛이 돋보이며, 천상수는 빗물을 받아 만든 물로 가볍고 부드러우면서 순수한 맛이 난다.
이처럼 물마다 맛과 특성이 다른 만큼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매출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을 세심하게 파악해 적합한 먹는샘물을 추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러한 역할을 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워터 소믈리에가 수행한다.
물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물속에 함유된 미네랄이 물맛을 좌우한다. 칼슘과 마그네슘의 균형이 잘 맞을 때 물맛이 좋으며, 칼륨과 규산이 적정 수준 들어 있으면 물맛이 더욱 좋아진다. 반면 마그네슘·황산염·중탄산염 함량이 높으면 쓴맛이 날 수 있으며, 철분이 과다하게 함유되면 아린 맛이 난다.
또, pH지수와 유통기간에 따라서도 물맛이 달라진다. 약알칼리성인 경우 단맛이 감돌고, 강알칼리성인 경우 쓴맛이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유통기간이 짧을수록 물맛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물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물맛이 좋은 환경을 갖췄다. 수원지의 자연생태가 우수하고, 산소를 많이 함유할 수 있는 조건을 구비했으며, 칼슘·마그네슘·칼륨·나트륨 등의 균형감이 좋은 지질학적 구조를 지닌다. 이처럼 국내 청정 수원지의 물맛을 간직한 물을 선호한다. 청량감이 뛰어나고 구강 촉감이 부드러우며 은은한 단맛이 감돌아 균형감이 탁월하다.
물이 다른 음식의 맛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다. 와인처럼 물도 어울리는 음식 궁합이 있나?
그렇다. 먹는샘물의 탄산화 정도와 기포의 크기에 따라 최 적의 식감을 내는 음식이 따로 있다. 기포성 탄산수인 ‘에 퍼베슨트 워터(Effervescent Water)’는 채소 요리나 샐러 드와 잘 어울리고, 가벼운 탄산수인 라이트 워터(Light Water)는 닭고기·오리고기·생선회·스시와 궁합이 좋다. 중간 정도의 탄산을 함유한 클래식 워터(Classic Water)는 쇠 고기 안심스테이크, 소 갈빗살구이, 양고기 등 붉은 육류 와, 기포가 많은 볼드 워터(Bold Water)는 전채 요리·훈제 연어·새우 칵테일과 최고의 마리아주를 자랑한다. 또 생선 회, 스시와 함께 해양심층수를 마시면 생선 비린내를 잡아 주는 효과가 있다.
앞으로의 비전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워터 소믈리에는 미래 유망 직업 30개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워터 소믈리에의 약 70% 가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 워터 소믈리에의 위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한국 국가 대표 워터 소믈리에 경기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매년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에 맞춰 ‘먹는샘물·정수기 품평회’와 ‘국제 워터 소믈리에 세미나’도 열고 있다.
현재 세계워터소믈리에협회 창설과 ‘세계 워터 소믈리에 경기대회’ 개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맛있고 건강에 좋은 물을 찾아 소개하는 데 힘쓸 뿐 아니라 한국 워터 소믈리에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➀ 보관 장소
개봉한 먹는샘물은 하루 안에 소비하는 것이 좋다. 개봉 후에는 세균 번식이 시작되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마시는 것이 위생적이다. 냉장 보관하면 세균 번식을 억제할 뿐 아니라 물맛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다. 개봉하지 않은 먹는샘물도 미네랄과 청량한 맛을 유지하려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만약 냉장 보관할 상황이 아니라면 서늘하고 그늘진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햇빛에 오래 노출되거나 3개월 이상 보관할 경우 변질될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➁ 적정 온도
자연 그대로의 물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12.8℃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먹는샘물마다 탄산 함유량에 따라 권장 온도가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인 먹는샘물인 스틸 워터는 상쾌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12℃로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다. 에퍼베슨트 워터는 13℃, 라이트 워터는 14℃, 클래식 워터는 16℃, 볼드 워터는 17℃로 마셔야 각각의 물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