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근무 형태가 각광받는 시대다. 팬데믹을 계기로 원격근무가 확산했지만, 현실적 제약으로 여전히 보수적인 근무 방식을 유지하는 기업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는 보다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원하고, 기업은 직원 만족도와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 한다. 이를 모두 충족하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 대안으로 워케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Work(일)’와 ‘Vacation(휴가)’의 합성어로, 휴양지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개념이다. 기존 근무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업무와 휴식을 결합해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준다. 다만 프리랜서 문화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일반 근로자 중 많은 이가 여전히 낯설게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이다.

디어먼데이는 이런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고 워케이션 문화를 주도하는 기업이다. 맞춤형 워케이션 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니즈에 맞춘 ‘업무 중심 워케이션’을 제안하고, 이를 조직문화 혁신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디어먼데이 권유진 대표는 “워케이션이 정착하려면 기업과 정부가 주도적으로 근무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라고 말한다.

디어먼데이를 창업한 계기가 궁금하다

오랜 기간 직장에서 인사 담당자로 근무했다. 다양한 인사제도를 운영하면서 워케이션을 접하게 됐다. 원래 회사에서 직원들을 해외로 파견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중단되면서 대안이 필요했다. 그러나 근무 특성상 원격근무가 어려운 환경이었고, 이로 인해 퇴사율이 증가하는 문제도 있었다.

완전한 원격근무는 어렵지만, 원격근무의 장점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근무제, 즉 워케이션을 도입했다. 직원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데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무 환경 변화에 대한 수요는 분명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 과정에서 부동산, 오피스 구축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했다. 또 호텔리어 경험을 살려 관광·호텔 산업과 근무 제도로서의 워케이션을 결합할 수 있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활용해 최적의 워케이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월요병 없는 세상’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월요병’은 직장인을 대표하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무리를 해서 회사 근처로 이사하거나, 육아와 업무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 결국 퇴사를 선택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봤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의문이 들었고, 이런 근무 형태가 불합리하다고 느꼈다.

출근이 힘든 이유는 다양하다. 업무가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조직문화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변화는 근무지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출퇴근하는 데 한두 시간씩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출퇴근이 필수가 아닌 회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변화는 강제적으로 찾아왔지만, 그 흐름을 되돌리기엔 아쉬웠다. 조금 더 행복하게 일할 방법을 고민했고, 그 의미를 담아 ‘월요병 없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기업이 워케이션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보수적인 근무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팬데믹 이후 많은 근로자가 원격근무리더를 경험하면서 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기업으로서는 원격근무 도입이 쉽지 않다. 조직문화적 이유, 업무 효율 문제, 직무별 형평성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존 출퇴근 근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 직원 만족도 저하를 넘어, 인재 유출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 입장에선 이를 보완할 대안이 필요했다. 직원 만족도를 높이면서도 업무 환경의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워케이션이 절충안으로 도입됐다.

실제로 디어먼데이 고객사 대부분은 원격근무를 도입하지 않았다. 워케이션을 통해 직원들이 리프레시할 기회를 얻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기업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워케이션을 한 번 도입한 기업은 다음 해에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과 숙박시설 양쪽을 연결하는 셈이다.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업무 효율성이 유지된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 때문에 설득 과정에서 제대로 된 오피스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실제 워케이션을 경험한 직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공유하거나, 경영진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호텔을 설득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단순히 숙박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 내 유휴 공간을 오피스로 바꿔 활용한다. 호텔 입장에서는 휴가철이 아닌 평일 비수기 공실을 채워줄 기업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디어먼데이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워케이션 수요에 맞춰 기업과 호텔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워케이션이 필요하다면 기업 인사부에서 자체 기획을 한다. 그럼에도 워케이션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이 자체적으로 워케이션을 기획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업무 공간 확보다. 대부분 숙소에는 오피스 공간이 없기 때문에 인사 담당자는 별도로 업무 공간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강릉에서 워케이션을 진행하려면 강릉 숙소를 예약한 후 현지에서 사용할 오피스를 따로 찾아야 한다. 하지만 서울 및 수도권과 달리 휴가 중심의 관광지에서 일일 단위로 유연하게 이용 가능한 공유 오피스는 많지 않다. 결국 스터디 카페나 콘센트가 많은 카페를 찾아다니게 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또 업무 공간과 숙소의 거리가 멀어지면 직원들은 불편을 느낀다. 결국 방 안이나 호텔 로비에서 비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워케이션을 기획하는 본래 목적과 어긋나는 지점이다. 직원들이 리프레시하면서 동시에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디어먼데이는 이런 어려움을 개선하고자 역량을 집중했다.

워케이션 플랫폼으로서 디어먼데이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숙박시설 자체에 오피스 공간을 조성했다. 숙소와 업무 공간이 멀면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워케이션의 효율이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숙소와 오피스를 가까이 배치하고, 전국 지점망을 구축해 현재 8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예약 시스템에도 차별점을 뒀다. 호텔 등의 숙박업체는 대부분 오후 3시 체크인, 오전 11시 체크아웃을 하는데, 이는 통상 업무 시간과 맞지 않았다. 업무 시작 시간은 오전 9시이니, 숙소에 도착해도 딱히 일할 공간이 없는 셈이다. 이러면 워케이션 중에도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불편을 개선하고자 사전 예약자에 한해 체크인 전부터 체크아웃 후까지 업무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경영진이라면 여전히 워케이션에 대해 보수적인 생각을 할 것 같다. 어려움은 없나?

지금은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앞으로 워케이션 문화가 점차 정착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근무시간이 유연화되어 왔다. 우리가 주 6일 근무제에서 주 5일 근무제로 바뀌고, 주 4.5일제로 바뀌는 데 20~30년이 걸렸다. 워케이션은 근무시간뿐 아니라 근무 공간도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채용 브랜딩이나 복지 차원에서 워케이션을 홍보할 수는 있겠지만 워케이션 자체가 문화가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국내 워케이션업계에서 디어먼데이가 차지하고자 하는 포지션은 무엇인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근무 문화로 워케이션을 정착시키고 싶다. 디어먼데이가 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 서비스로 시작한 이유다. 개인이 혼자 워케이션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프리랜서가 늘어난다고 자연스럽게 정착되는 개념이 아니라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야 가능한 변화라고 생각했다.

국내 워케이션 시장에서 많은 업체가 휴가와 결합된 형태를 강조하는 반면, 디어먼데이는 업무 중심의 워케이션을 추구한다. 단순한 휴양이 아니라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도 충분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이 워케이션을 도입했을 때 직원들이 리프레시되는 것은 물론 애사심이 높아지고, 동료들과의 유대감이 강해지는 등 조직 차원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워케이션을 채택할 것이고, 점차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면서 워케이션이 새로운 근무 문화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워케이션이 근로자를 위한 문화인 만큼 근로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기업에 유익한 측면을 강조하는 점이 흥미롭다

근로자는 따로 설득할 필요가 없다. 근무 환경의 자율성을 높이는 제도인 만큼 거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워케이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이를 지원할 기관을 설득하는 일이다.

디어먼데이가 B2B(기업 간 협업) 모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B2G(기업-정부 협업)다. 최근 정부 기관에서는 인구 소멸 지역 정책의 일환으로 워케이션을 주목하고 있다. 평일 비수기, 수도권에 몰려 있는 청년층을 지역으로 유입할 방안이기 때문이다. 여러 국가 기관이 워케이션을 주요 정책 키워드로 설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숙박업체도 워케이션을 환영하나?

그렇다. 워케이션이 하나의 안정적인 영업 채널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휴가철과 상관없이 비수기에도 객실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크다. 또 기업 단위로 방문하는 고객 특성상 블랙컨슈머 비율이 낮아지는 것도 숙박업체로서는 긍정적 요소다. 숙박업체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인 만큼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 대비 수수료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워케이션이라는 소재로 모두의 니즈를 충족하는 플랫폼인 셈이다. 설득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을 것 같다

창업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스타트업인 만큼 레퍼런스가 없었기 때문에 숙박업체에 가서 공간을 제공해 달라고 설득하기 어려웠다.

초반에는 공동 창업자 3명이 직접 전국을 돌며 숙박업체를 찾아다녔다. 렌터카를 빌려 호텔부터 소규모 펜션까지 방문하며 명함을 돌렸다. 그렇게 발품을 팔던 중 마침 워케이션에 관심을 갖고 있던 대형 호텔과 연결됐다.

첫 레퍼런스가 생기자 상황이 달라졌다. 공간을 맡기면 보안망, 모니터, 책상, 의자, 회의실까지 세팅하는 과정을 업체들이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실제 이용 사례를 보면서 오히려 숙박업체에서 먼저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다. 창업 초반의 고생을 떠올리면 감격스러운 변화다.

기업의 니즈에 공통점이 있나?

교통 편의성이다. 직원들이 얼마나 안전하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본다. 워케이션 장소가 너무 깊은 시골에 있다면 가기 귀찮을 수도 있지 않나. 교통이 불편하면 직원 만족도도 떨어지고, 운영 과정에서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간편하게 기차로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다.

워케이션이 글로벌 트렌드인 만큼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디어먼데이의 장기 비전은?

그렇다. 다만 해외 지점을 직접 설립할 것인지,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다.

해외 워케이션 시장을 살펴보면, 발리와 치앙마이가 대표적이다. 특히 치앙마이는 저렴한 물가 덕분에 비용 부담이 적어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가 모이는 곳이다. 대형 마트 위층에 공유 오피스가 자리할 정도로 워케이션이 일상화된 환경이다.

디어먼데이는 이런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해 워케이션이 활성화된 지역과 협력하거나, 디지털 노마드 시장을 공략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다. 단순한 숙박과 오피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전 세계 어디서든 안정적인 워케이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장기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