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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년을 재정의하다

‘일만 하며 달려오느라 삶을 즐길 줄 모르는 중년 남성을 위한 잡지.’ 지난 10년간 의 모토였다. 그러나 이제 ‘중년’의 개념과 범주가 변화했다. 10년 전 30대 청년이 중년에 편입되었고, 50대 중년 남성은 60대에 접어들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젊다. 현시점에서 중년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그동안 만난 덴맨에게서 힌트를 찾았다.

New 덴맨
New 덴맨

 

중년이 된 X세대

20년 전 기성세대로부터 ‘세상에 없던 세대’로 불린 X세대(1965~1978년생)가 모두 마흔을 훌쩍 넘었다. 개성을 넘어 파격을 일삼던 세대가 우리 사회의 허리를 차지한 현재, 기존 중년의 개념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금의 40대는 20대보다 IT에 익숙하고, 아이돌 팬덤에 드는 걸 꺼리지 않을 정도로 젊다. 몸매와 피부 관리에도 신경 쓰며, 외모적으로 나이 드는 걸 거부한다. 그러면서도 세상을 보는 식견이 무르익은 데다 경제적 여유도 갖췄다. 이들은 ‘아저씨’는 거부하지만 친근감을 나타내는 ‘아재’라는 표현은 받아들인다. ‘꼰대’ 상사에게 치이면서 20대 막내 팀원의 불만에도 공감할 줄 아는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갖고 있다.

 

노년을 거부하는 5060

14년 전 <Den> 창간 때부터 중년기를 보내고 있는 세대다. 베이비부머, 386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지금의 50대와 60대는 전통적 ‘중년’ 개념에 부합한다. 성공을 목표로 달려왔고, 가족을 위해 헌신했다. 그 과정에서 자아를 찾는 작업이 서툴렀기에 항상 문화적 욕망을 갈구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10년 전 정의일 뿐, 그간 덴맨들은 <Den>과 함께 성장해왔다. 경제적 여유와 학식, 위트를 지니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젊은 중년’으로 살아왔다. 이제 60대에 접어든 이들에게 ‘노년’이라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삶을 대하는 ‘애티튜드’가 나이를 가른다

연초 “유엔에서 66~79세까지를 중년으로 정의했다”는 가짜 뉴스가 화제였다. 그만큼 전통적 연령 구분이 무의미해졌다는 방증이다. 베이비부머, 386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 복잡한 세대 구분 속에 ‘중년’은 가장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그 안에서 각 세대별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서로 다른 세대가 ‘중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갖는 공통점을 찾아야 할 때다. <Den>은 이번 특집을 준비하며 그 핵심은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리적 나이가 아닌 자기 삶을 바라보고 영위하는 태도와 에너지가 중년과 노년을 가르는 기준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간 <Den>이 만난 사람들을 통해 이 시대 중년, 덴맨은 어떻게 특정해야 할지 살펴봤다.

 

 

2021년 현재, 키워드로 본 덴맨의 자격

Keyword 1

경제적 여유

 

천재지변을 겪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성실하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 왔다면, 중년 남성은 자기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고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얻었을 시기다. 자연스럽게 경제적 여유도 어느 정도는 갖췄을 터.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고 삶에 찌들지 않았다면 사람은 으레 여유를 갖게 된다. 이런 조건과 자신이 쌓아온 내공은 저절로 중년의 기품으로 드러난다.

인생을 즐기려는 덴맨의 욕구는 여기서 출발한다. 경제적 여유는 비단 스스로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만은 아니다. 덴맨은 이런 여유를 기반으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나아가 문화적 발전을 지지하는 동력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한다.

 


양평에 별장을 마련한 대학교수

홍성태 1955년생

前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141호 인터뷰

홍성태
홍성태

"인생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30세까지는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시기, 60세까지는 사회의 주축으로 활발하게 일하는 시기, 은퇴 이후에는 이룬 것을 누리고 후대에 기여하는 시기다."

 

 

상가를 매입해 음감실을 만든 의사

허필석 1970년생

길벗내과 원장·158호 인터뷰

허필석
허필석

"여기서 공부했던 시간, 음악을 들으면서 감격했던 시간, 다리를 뻗고 쉬었던 시간, 이런 것이 모여 나의 Den을 완성한다."

 


 

 

Keyword 2

젊음

 

전통적인 개념의 ‘젊음’은 20~30대 청년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의학 발달과 산업구조의 변화로 오히려 중년의 경험과 능력이 더욱 필요해진 시대로 접어들면서 젊음은 노년의 반대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리적으로도 자기 관리를 잘하는 중년 남성은 오히려 삶에 찌든 청년보다 건강한 경우도 많다. 최근 스테로이드 복용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호르몬 검사 결과를 공표한 가수 김종국(1976년생)은 남성호르몬 수치가 무려 8.38ng/mL가 나왔는데, 이는 통상 3~9ng/mL를 정상 범위로 보는 기준에서 최상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게임 룸을 꾸민 ‘덕후’

이광석 1980년생

(주)넥슨레드 게임UI디자이너·133호 인터뷰

이광석
이광석

"고등학생 시절 이후 내 방은 언제나 ‘오락실’이었다. 단지 꾸며놓지 않았을 뿐."

 

 

울트라 마라톤 뛰는 의사

양재혁 1974년생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형외과 교수·154호 인터뷰

양재혁
양재혁

"일반인이 즐기는 수준에서 ‘타고난 체력’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평소 어떻게 몸을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Keyword 3

문화적 소양

 

창간 당시 <Den>의 모토는 ‘일만 하며 사느라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중년 남자를 위한 문화, 엔터테인먼트 가이드북’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Den>과 함께한 덴맨들은 변화했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Den>을 통해 관심사를 찾고, 그 분야에 뛰어들었다는 독자엽서는 지금도 꾸준히 이어진다. 클래식, 대중음악, 영화, 아이돌 등 문화 전반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독자들이 지금은 조금 더 고급 정보를 요청할 정도로 발전했다.

이제 중년 남성은 자신의 취향을 알고, 그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 체득하는 능력을 갖췄다. 대중문화의 황금기라는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X세대뿐 아니라 환갑을 맞은 남성도 마찬가지다. 문화적 관심사와 소양은 중년의 삶을 한층 풍요롭게 만든다. 지금 우리 사회의 중년, 덴맨들은 물질적 가치 위에 놓인 정신적 가치, 문화의 과실을 수확하고 있다.

 

 

LP 감상실을 만든 화가

이종승 1962년생

건국대학교 회화과 교수·133호 인터뷰

이종승
이종승

"예술가에게 예술은 기본적으로 노는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래서 잘 놀아야 예술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클래식 해설가가 된 제약 회사 연구원

정지훈 1976년생

클래식 해설가·147호 인터뷰

정지훈
정지훈

"클래식이 좋아 강의를 찾아다녔는데, 하나같이 너무 지루했다. ‘좀 더 쉽고 재미있는 강의는 없을까’ 궁금해하다가 직접 해보기로 했다."

 


 

 

Keyword 4

생산력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대중가요 리메이크, <응답하라> 시리즈의 복고 열풍, 나영석 PD표 관찰 예능까지 모든 연령대가 열광하는 문화 콘텐츠 생산자는 대부분 40대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의 면모만 봐도 유재석, 김종국, 신동엽, 안정환, 서장훈, 이수근 등 40~50대가 즐비하다. 중년이 우리 사회의 트렌드를 이끄는 기수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미 오랜 기간 대중문화의 수혜를 받고 저변을 확대해온 40대가 이제는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X세대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뭘 좋아하나’

유심히 보고 있다가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거기에 동참해 메가 트렌드로 만들어버려요.”

- 이선미, <영 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 저자

 

‘배달의 민족’ 마케팅의 주인공

박용후 1965년생

관점 디자이너·126호 인터뷰

박용후
박용후

"사무실에 ‘21세기 전자 지라시’라는 슬로건이 있었다. 당장 바꿨다. 배민이 가야 할 길은 사용자의 배달 습관을 바꾸는 것이었다. 결과는 다 아는 대로다."

 

‘수제 맥주’를 트렌드로 만든 남자

도정한 1974년생

‘더핸드앤몰트’ 설립자·128호 인터뷰

도정한
도정한

"승진에서 누락된 후 펍에서 술을 마셨다. 거기서 수제 맥주를 마신 사람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문득 ‘저걸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Keyword 5

유머

 

‘진지충’, ‘엄근진’이라는 단어를 아는가? 매사에 쓸데없이 진지한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와 ‘엄격, 근엄, 진지’의 준말이다. 모두 유머가 부재한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이렇듯 유머는 시대가 우리에게 바라는 미덕이다. 

중년 남성이 꼰대가 되지 않는 비결, 다음 세대와 소통하는 열쇠가 바로 유머다. 억지 웃음이나 과도한 제스처가 아니라 순간순간 번뜩이는 기지와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는 위트가 핵심이다. 스스로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Den>의 마지막 페이지를 열어 ‘유머카드’를 주의 깊게 정독할 것. 유머도 연습하면 체득할 수 있다.

 

TIP 

자신을 내려놓자 체면 때문에 웃음과 멀어지는 중년 남자가 많다. 요즘 유행하는 ‘망가진다’는 표현처럼, 자신을 낮추고 웃음 소재로 활용하면 주변 사람들은 당신에게 마음을 열 것이다.

 

클래식기타와 ‘늦바람’ 난 기자

김종구 1957년생

한겨레신문 편집인·128호 인터뷰

김종구
김종구

"기타는 아내가 허락한 애인이다. 가끔 밤에 일어나 애인을 품에 안으면 아내가 시끄럽다고 타박한다. 역시 조강지처에게 잘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다이어트를 유머로 승화한 의사

김용철 1980년생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157호 인터뷰

김용철
김용철

"체중이 70kg대로 접어들자 환자들이 나를 못 알아봤다. 진료실 밖에서 ‘담당 교수가 바뀌었으면 말을 해야지!’라고 화내는 환자의 고함을 듣고 껄껄 웃었다."

 

 


New Denman은?

New Denman의 자격

 

1. Denman은 젊다

물리적 나이는 상관없다. 덴맨은 늘 젊게 살려는 사고와 행동 방식을 유지한다.

 

2. Denman은 교양 있다

자기 분야에서 평생 일궈낸 성과와 경제적 성취는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대중문화를 넘어 순수 예술과 클래식, 문학까지 아우르는 문화적 욕구를 가진 사람이 덴맨이다.

 

3. Denman은 세련됐다

화려한 멋이 아닌 자기 자신의 개성을 가꿀 줄 안다. 추레한 아저씨가 아니라 점잖으면서도 고리타분하지 않은 멋을 풍길 줄 안다.

 

4. Denman은 유머러스하다

덴맨의 핵심이다. 유머를 바탕으로 항상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

 

5. Denman은 자신감이 넘친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자신감, 카리스마로 드러난다. 이는 나이와 무관하다. 자신감을 잃으면 노년으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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