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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이빙 랭킹 1위가 말하는
물속 즐거움 [인터뷰]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수심 100m 이상 공식 기록(103m CWT)을 달성한 프리다이버, 수심 종목 전체 한국 기록 보유자. 프리다이빙으로 이룰 수 있는 모든 기록에 장지훈 선수의 이름이 붙어 있다. 수심 깊이 하강함으로써 정점에 오른 그에게 프리다이빙의 매력을 물었다.

장지훈<br>· 프리다이빙 국가대표<br>· 프리다이빙 수심 전 종목 한국 기록 보유자
장지훈
· 프리다이빙 국가대표
· 프리다이빙 수심 전 종목 한국 기록 보유자

프리다이빙을 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전남 보성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다. 물속에 들어가는 걸 좋아했고,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중학생 때 서울로 전학을 오면서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생겼고, 한강이나 양평 계곡 같은 곳을 찾아다니며 물놀이를 즐기곤 했다. 자연을 좋아해 늘 물과 가까이 지내고 싶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러 취미를 시도했다. 자전거, 등산 같은 활동도 해봤지만 결국 물속이 가장 좋았다. 그러다 스노클링을 시작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프리다이빙을 알게 됐다. 특히 블루홀에서 프리 폴로 떨어지는 영상이 인상 깊었다. 사람이 숨을 참은 채 그렇게 깊이 내려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비하게 느껴졌다. 그 영상을 본 뒤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처음으로 외국에서 프리다이빙 교육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약 2년 동안 직장을 다니며 동호회 활동을 병행했다. 본격적으로 외국에 나가 수심 훈련을 하며, 이전에 쌓인 스트레스가 싹 씻겨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바다에 몸을 띄우고 있으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고요해졌다. 이걸 직업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프리다이빙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물속에 내려가면 무중력에 가까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숨을 길게 참든 짧게 참든, 그 안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생긴다. 명상과 비슷한 감각이다. 처음에는 숨 참는 시간이 2분밖에 안 됐지만, 지금은 8분까지 가능하다. 점점 수련을 통해 몸이 변하고, 성취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수심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5m만 내려가도 귀가 아팠는데, 점차 깊이 내려가면서 수련의 재미를 느꼈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조절해야 하는 스포츠다. ‘보디 스캐닝’이라 부르는 방식으로 눈, 코, 입, 목 등 신체 구석구석에 힘이 들어가는 곳을 의식적으로 살핀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면 머릿속의 두려움이나 잡념도 사라진다.

그리고 숨을 찾는 과정에서 고통이 따를 수 있는데, 그 이후에 수면 위 공기를 마시며 안도감과 성취감을 경험한다. 숨을 참는 고통 후 맑은 공기를 마셨을 때의 짜릿함도 프리다이빙의 매력 중 하나다.

 

 

물속 깊이 들어가면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인데, 그런 상황에서도 명상이 될까 의문이 든다

프리다이빙은 다른 스포츠와 생리적 접근 방식에서 완전히 다르다. 스키나 단거리 수영 같은 종목은 아드레날린을 끌어올리고 교감신경을 활성화해야 하지만, 프리다이빙은 반대다. 심박수를 낮추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야 산소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심박수가 오르면 그만큼 산소를 더 쓰게 되므로 오히려 위험해진다.

경기 전에는 로프를 잡고 눈을 감고 호흡을 조절하며 5분간 명상을 한다. 마음을 단순화시키는 과정이다. ‘오피셜 톱’이라는 공식 입수 시간에 맞춰 일정한 호흡 패턴을 유지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실제로 물속 깊이 내려가는 동안에는 생각이 많을수록 뇌가 산소를 더 소비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잡념이나 두려움은 줄이고 단순한 동작에만 집중해야 한다. 프리다이빙을 물속에서 하는 명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프리다이빙은 멘털 스포츠다. 수심 100m 이상에서는 폐의 공기 부피가 12분의 1까지 줄어든다. 압력, 추위, 어둠, 조류 등 물속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고, 그 안에서 긴장을 풀고 자신을 컨트롤해야 한다. 억지로 이겨내려는 게 아니라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프리다이빙에서 이퀄라이징은 필수라고. 이퀄라이징이 무엇인가?

이퀄라이징은 수심이 깊어질수록 높아지는 수압으로부터 고막을 보호하기 위한 ‘압력 평형’ 동작이다. 수심 10m만 내려가도 압력이 2기압이 되고, 20m는 3기압, 30m는 4기압으로 증가한다. 이런 압력이 귀를 강하게 밀어붙이기 때문에 외이도와 이관을 통해 안쪽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압력을 맞춰줘야 한다.

이 과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귀가 아프고, 심한 경우 고막에 구멍이 나거나 파열될 수 있다. 피지컬이 좋든, 수영 선수든, 특수부대 출신이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기본 원리다. 이퀄라이징을 하지 않으면 어떤 신체 조건도 무용지물이다.

특히 수직으로 하강하는 종목에서는 필수이며, 수영장 등 일정한 수심에서 수평으로 움직이는 ‘인도어’ 종목은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 프리다이빙 종목은 수직 하강을 하기 때문에 이퀄라이징은 가장 기본이자 필수 기술이다.

 

 

부상 위험은 없나?

프리다이빙을 일반 수준에서 즐긴다면 부상 위험이 거의 없다. 물속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라서 뼈가 부러지거나 격한 충격을 받을 일도 드물다. 다만 준비운동은 필수다. 프리다이빙은 몸을 이완시키고 심박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격렬한 스트레칭보다는 요가나 명상 같은 부드러운 워밍업을 주로 한다. 심장을 천천히 데우고, 호흡을 정리하는 정도의 준비운동이면 충분하다.

 

일반인의 취미로 프리다이빙을 추천하는 편인가?

강력히 추천한다. 프리다이빙을 배우면 여행의 폭이 확실히 넓어진다. 예전에는 산을 좋아해 산을 찾는 여행을 했다면, 프리다이빙을 배운 후에는 자연스럽게 바다를 중심으로 한 여행지로 눈길이 향한다.

최근에는 프리다이빙 인프라를 갖춘 곳이 많아져 일본 미야코지마나 오키나와, 국내에서는 제주도 같은 곳에서도 활발히 즐길 수 있다. 필리핀 보홀이나 세부 같은 대표적인 휴양지도 프리다이빙을 하기 좋은 환경이다. 장비만 챙겨 가면 현지에서 이용 비용만 내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프리다이빙은 한 번에 최소 2명 이상 들어가야 하니,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을 것 같다

맞다. 프리다이빙은 혼자 할 수 없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커뮤니티가 잘 발달해 있다. 동호회에 가입해 함께 프리다이빙을 즐기기도 하고, 센터를 운영하는 강사들이 연간 투어 계획을 짜 참여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2월에는 오키나와에서 혹등고래를 보는 투어, 3~4월에는 필리핀 보홀에서 펀 다이빙과 수심 훈련, 국내 시즌인 6~8월에는 제주도나 울릉도 투어가 대표적이다. 여행을 즐기면서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스포츠이기에 자연스럽게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어 있고, 그게 또 프리다이빙의 매력이 되기도 한다.

 

프리다이빙 입문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처음엔 체험 과정도 있고 입문 과정도 있는데, 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오히려 프리다이빙이 수영보다 접근하기 쉬울 수 있다. 수영은 물에 뜨기 어렵고 호흡도 빠르게 해야 해 긴장을 많이 하게 되는데, 프리다이빙은 잠수복 자체에 부력이 있어 물에 잘 뜬다.

또 처음에는 스노클로 호흡하면서 시작하니 물 공포증이 있는 사람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도전할 수 있다. 한 달 정도의 입문 과정을 거치고 꾸준히 연습하면 누구나 수심 20m 도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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