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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흥미진진한 트럼프와 머스크의 난타전 [십자말풀이로 알아보는 국제 상식]

‘트럼프의 황태자’로 불리며 세계 최고 실세로 떠올랐던 인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의 감세 관련 법안을 비판하면서 두 사람 사이가 틀어졌다. 그들의 갈등으로 인한 난타전이 고조되며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양상이다.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정치 이슈부터 웃지 못할 사건까지 전 세계 흥미로운 소식을 전한다.

➀ 일본 쌀값이 1년 사이에 2배로 오르자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정부 ○○○를 반값에 판다고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뮤지컬 ○○○○○을 감상하러 갔다가 “당신은 자신이 누구에 더 가까운 인물이라고 생각하는가? 장발장인가, 자베르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즉답을 피했다.

➂ ○○○○ 청년들이 ‘취업 사기’에 속아 러시아 군 대로 동원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터에 투입되고 있다.

➃ 중국에서 40억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름은 물론이고 ○○○○ 번호까지 털렸다.

➄ ○○○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과 멀어지자, 이를 내심 반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것이다.

➅ 대만에서 식품업 종사자가 돈을 주고받은 손으로 음식을 다루면 최대 90억원까지 벌금을 물리는 규정이 시행됐다. 포상금을 노린 ○○○○가 급증할 전망이다.

 

 ➀ 쌀값 치솟은 일본의 대책

“빵이 없다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세요”는 18세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발언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백성들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지배층 인식을 풍자하는 말로 자주 인용됩니다. 학자들은 이 말을 한 실제 인물이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니라고 하니, 오명을 뒤집어쓴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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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연상시키는 일이 일본에서 벌어졌습니다. 일본 국민들은 1년 사이에 쌀 한 포대 값이 2배로 뛰어 경제적 부담이 커졌는데요, 주무 부처 장관(농림수산상) 에토 다쿠는 “나는 쌀을 사본 적이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사주기 때문이다. 남은 쌀을 내다 팔 정도로 우리 집엔 쌀이 많다”라고 실언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 말을 일본판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으로 각색하면 “쌀이 없으면 저처럼 기증받은 쌀을 먹으라고 하세요”가 되겠네요.

말실수로 논란을 부른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은 결국 경질됐습니다. 뒤를 이어 장관에 오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입니다. 그는 이번에 정부 비축미를 반값에 시중에 풀었습니다. 쌀 사태를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죠.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현 내각의 운명이 쌀값에 달렸다고 보는 겁니다. 1년 전 5kg 소매 기준으로 2000엔이던 쌀값이 지금은 4000엔 이상으로 급등했으니 그럴 만합니다. 일본의 쌀 파동은 이상기후로 급감한 쌀 수확량과 JA 전농(일본 농협)의 유통 독점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일본 정부는 시중가의 절반인 2000엔의 ‘정부 비축미’를 내놓으며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반값 정부미’가 어린 시절 맛없게 먹었던 ‘정부미’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일본의 정부미(공무원)와 일반미(국민)가 힘을 합해 이번 쌀 파동을 현명하게 해결하길 기대합니다.

 

➁ 트럼프 대통령은 장발장일까, 자베르일까?

제가 아주 어릴 때 감동받은 만화영화가 <레미제라블>입니다. 어른이 된 후에는 오리지널 뮤지컬팀의 <레미제라블> 내한 공연을 감상했는데요, 공연 직후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더군요. 이 뮤지컬을 감상하러 6월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케네디센터의 오페라하우스를 방문했는데요, 뜻밖의 질문에 당황했다고 합니다. 취재진 중 일부가 “당신은 자신이 누구에 더 가까운 인물이라고 생각하는가? 장발장인가, 자베르인가?”라고 물은 겁니다. 장발장은 조카들에게 먹일 빵을 훔친 혐의로 19년 동안 수감된 주인공이고, 자베르는 장발장의 어두운 과거를 캐내려는 증오심 가득한 형사로 나옵니다. 트럼프는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문을 열고는 곁에 있는 멜라니아 영부인에게 “당신이 대답하는 게 좋겠어요, 여보. 난 모르겠어”라며 대답을 회피했습니다. 질문 의도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유죄 전과가 있는 트럼프를 장발장과 대비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이민자 추방으로 논란을 빚은 트럼프의 무자비함을 잔인한 등장인물 자베르에 빗대려 했을 수도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는 케네디센터 이사회의 진보 성향 이사들을 해촉하고 자기 자신을 이사장으로 임명했는데요, 이에 미국 문화계의 반발도 큽니다. 이날 <레미제라블> 관객 중에서도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가 맞섰습니다. 트럼프를 겨냥한 “범죄자!” 등의 야유와, 트럼프를 응원하는 “USA” 구호가 공연장에서 잇따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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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가 격화한 날에 트럼프 부부가 프랑스 민중 봉기를 담은 <레미제라블>을 감상한 것이 역설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작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멜라니아 여사의 구두였습니다. 프랑스 명품 수제화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 하이힐을 신었는데요, 이번 공연과는 프랑스산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레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이 신을 수 있는 구두가 아닌 건 맞죠?

 

➂ 취업 사기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청년들

글로벌 무역회사인 줄 알고 입사한 태국 회사가 사실은 미얀마 범죄 조직 연계 회사였다니, 피해 당사자는 얼마나 놀랐을까요. 드라마 같은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져 사기 범죄 피해를 입은 한국 청년이 지난달 구출됐는데요, 이보다 더 심한 ‘취업 사기’가 아프리카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아내와 어린 세 자녀를 둔 카메룬의 30대 가장이 러시아 샴푸 공장이라는 구인 광고를 믿고 모스크바로 갔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러시아 군대였던 겁니다.

이렇게 취업 사기에 속은 그는 5주간 군사훈련을 받고 전쟁터에 투입됐습니다.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그를 취재한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취업 사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된 아프리카 출신 신병 중에 목숨을 잃거나 큰 부상을 입는 사람이 하루 평균 110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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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세네갈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유학 중인 20대 청년은 군대에서 설거지 임무를 수행하면 월 800만원 가까이 받는다는 제안에 입대했다가 최전방으로 투입돼 사선을 넘어야 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러시아군에 자원하는 아프리카 청년들도 있습니다. 본국에서 직업군인으로 받는 급여보다 러시아 용병 급여가 20배 이상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현직 군인이 러시아군으로 자원하는 경우가 급증하자 카메룬 정부는 군인의 출국을 이전보다 강하게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취업 사기로 청년들을 유인해 보이스피싱을 시키는 동남아시아 범죄 조직들도 문제이고, 비슷한 방법으로 용병을 동원하는 러시아 불법 세력들도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워(War)피싱’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 전에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좋겠습니다.

 

➃ 중국의 어마어마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는 2700만 건의 휴대전화 유심 정보가 유출돼 불안을 키웠는데요, 중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무려 40억건의 개인정보가 털렸다는 겁니다. 이런 것까지 대륙(大陸)의 면모를 보여줄 필요는 없는데, 어쨌든 놀라운 규모입니다. 리투아니아의 사이버 보안 매체가 6월 10일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에서 유출된 개인정보 데이터 용량은 631GB에 달한답니다. 고화질 영화 한 편이 2GB 정도이니 영화 300편 용량이네요. 유출된 정보는 이름과 전화번호 등 텍스트이니 실제로는 훨씬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일반적인 워드 문서 1페이지 용량이 100KB이니 631GB는 6300만 페이지 분량입니다. 하루 100페이지씩 읽어도 1700년 넘게 걸릴 정도로 방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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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된 자료 중에서 ‘wechatid_db’라는 데이터베이스는 8억5000만 건의 정보를 담고 있는데요, 중국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웨이신) 아이디 등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지어 위챗에서 오간 대화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누군가와 나눈 카톡 대화가 고스란히 해커 손에 들어간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이 밖에도 생년월일과 신용카드 번호 등 6억 건이 넘는 금융 정보와 실제 주소 정보 7억 건 이상이 털렸다고 합니다. 이런 정보들을 탈취한 해커가 정밀하게 분석하면 특정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신용카드 번호도 알 수 있다고 하니 중국인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네요.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밝혀낸 사이버 보안팀은 “유출된 개인정보가 거의 모든 중국인의 행동과 경제적 상황 등 프로필을 종합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꼼꼼하게 수집되고 관리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으니 떠오르는 ‘빅 브라더’가 있네요. 설마 중국공산당이 개인정보 40억 건을 관리 중인 것은 아니겠죠?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우리 속담을 중국인들에게 소개하면 싫어할까요?

 

➄ 트럼프와 머스크의 난타전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의 황태자’로 불리며 최고 실세로 떠올랐던 인물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신설한 정부효율부(DOGE)를 약 5개월간 이끌고 퇴임한 머스크가 6월 초 트럼프의 감세 관련 법안을 비판하면서 두 사람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미쳤군” “배은망덕” 막말까지 오갔을 정도입니다. 이들을 풍자하는 밈(Meme, 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유튜브 등 플랫폼에 급증하자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와 머스크의 싸움에 인터넷 세상은 팝콘을 꺼내 들었다”라고 풍자했습니다.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감상하듯 둘의 난타전을 지켜본다는 겁니다. 특히 머스크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트럼프와의 전면전을 은근히 기대하며 즐겼습니다. 예를 들면 유럽연합(EU)의 한 집행위원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커다랗게 뜬 눈과 팝콘 이모티콘을 올리며 머스크를 조롱했습니다. 작년에 머스크가 이 위원에게 “엿이나 드세요”라고 영화 대사를 인용해 모욕한 것을 되갚은 것입니다. 머스크와 사이가 좋지 않은 폴란드 외무장관도 X에 머스크를 비웃는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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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유럽 정치인들이 머스크와 트럼프의 갈등을 속으로 기뻐하는 것에 대해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독일어로 고통을 뜻하는 샤덴(Schaden)과 기쁨을 뜻하는 프로이데(Freude)의 합성어입니다. 사람에게는 타인의 고통을 은밀히 즐기는 심리가 있다는 것인데요, 우리말로 하면 ‘쌤통이다’ 또는 ‘고소하다’일 겁니다. 샤덴프로이데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2015)의 주인공 이름으로 검토됐을 정도로 널리 자리 잡은 용어인데요, 저는 이보다는 ‘쌤통’이 훨씬 간결해 마음에 듭니다. 문득 머스크의 X에 댓글을 남기고 싶네요. “Musk, R U Samtong?”

 

➅ 대만 식당가에서 요리사의 손을 감시하는 이유

6월 4일부터 대만에서 식품업 종사자가 돈을 주고받은 손으로 음식을 건네거나 요리하면 최고 2억 대만달러(약 9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 수 있습니다. ‘우수식품위생규범준칙 개정안’이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대만 위생 당국은 식품업계의 위생 수준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개정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노점상들이 돈을 만진 손으로 음식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식품업 종사자가 식재료를 준비하거나 조리할 때 돈을 포함해 오염원이 될 수 있는 물질을 만지면 안 된다는 뜻이죠. 배달 중 떨어뜨린 음식을 다시 주워 담아 배달하는 것도 벌금 부과 대상입니다. 야시장 등 길거리 음식 문화가 발달한 대만에서 위생 문제가 얼마나심각하면 ‘최대 9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벌금 상한까지

규정했을까요. 12만 곳이 넘는 대만 노점은 물론이고 대형 요식업계도 벌벌 떨게 만들 액수입니다. 대만 정부는 신고자에게 벌금의 2~5%를 지급하고, 별도로 1억원 이상의 포상금도 주겠다고 합니다. 만약 벌금 90억원짜리 위반 사례를 신고하면 최대 4억5000만원(벌금의 5%)의 보상금에 1억원 추가 포상까지, 한 번에 5억5000만원을 받게 되네요. 앞으로 대만 야시장과 식당가 곳곳에서 요리사의 ‘손’을 뚫어지게 감시하는 ‘파파라치’가 급증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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