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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와 메시가 푹 빠진 운동,
‘빠델’이 온다

테니스와 스쿼시를 결합한 새로운 스포츠, 빠델.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코트부터 줄 없는 라켓까지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다. 호기심에 이끌려 라켓을 손에 쥔 순간, 빠델의 매력에서 빠져나오기엔 이미 늦었다.

ⓒshutterstock

빠델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국제빠델연맹(FIP)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25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빠델을 즐긴다. 유럽과 남미를 중심으로 그 열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스페인에서는 축구와 테니스 못지않은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지네딘 지단 등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도 빠델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빠델 전용 구장이 하나둘씩 들어서며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여러 라켓 스포츠 중에서도 빠델이 급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빠델협회 전 사무국장이자 대전빠델 대표 민경학 씨를 만나 빠델의 매력을 물었다.

 

민경학<br>· 한국빠델협회 (전)사무국장<br>· 대전빠델 대표
민경학
· 한국빠델협회 (전)사무국장
· 대전빠델 대표

빠델을 언제 처음 접했나?

현재 한국빠델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분이 오랜 지인이다. 그분이 스페인으로 이민 갔을 당시 “스페인에서 빠델이라는 스포츠가 축구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직접 해봤는데 정말 재미있다”라며 빠델을 처음 소개해 줬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관련 정보조차 찾기 힘들었고, 영어나 스페인어로 검색해야 겨우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빠델이 먼저 보급된 일본에 가서 직접 배웠다.

그동안 중학교 체육교사로 재직하며 배드민턴, 테니스, 스쿼시, 피클볼 등 다양한 라켓 스포츠를 접해 왔지만, 빠델은 기존 라켓 스포츠와 확연히 다른 매력을 지닌 스포츠였다. 직접 체험해 보니 ‘센세이션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국내에 들여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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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델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는지 궁금하다

많은 사람이 라켓 스포츠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타격감이다. 라켓에 공이 정확히 맞는 순간 손끝으로 전해지는 짜릿한 감각은 쉽게 잊기 어렵다. 빠델은 그 타격감이 한층 강렬하다. 공을 칠 때마다 마치 대포가 터지듯 ‘펑펑’ 울려 퍼지는 소리는 빠델만의 독보적 매력이다. 테니스나 배드민턴 등 기존 라켓 스포츠와는 다른 타격감에 빠져들었다.

 

빠델은 어떻게 탄생한 스포츠인가?

본래 테니스에서 파생한 운동이다. 1960년대 멕시코의 한 사업가가 자택 마당에 소형 테니스 코트를 만든 것이 그 시작이다. 그는 자신의 딸이 집에서 혼자서도 테니스를 즐길 수 있도록 벽을 설치해 랠리가 이어지도록 했고, 공이 코트 밖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사방을 펜스로 둘러싸며 지금의 형태가 갖춰졌다.

 

ⓒDen<br>
ⓒDen

테니스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단식과 복식 경기가 모두 가능한 테니스와 달리, 빠델은 기본적으로 복식 경기로만 진행된다. 그래서 빠델은 총 4명이 모여야 경기를 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코트 주위에 유리벽과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독특한 구조 덕분에 더욱 역동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테니스는 정면에서 오는 공만 받아 치면 되지만, 빠델은 측면과 후면 벽에 맞고 튕겨 나온 공도 플레이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에 반응해야 한다.

 

기존에 테니스를 즐기던 사람들이 빠델을 많이 찾나?

테니스를 즐기던 사람 중에는 빠델을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이는 빠델이 테니스보다 더 재미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지인에게도 권한다. 실제로 현역 중학생 테니스 선수가 코트를 찾아온 적이 있는데, 빠델의 매력에 빠져 전향을 고려하기도 했다.

 

ⓒ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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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플레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코트에 설치된 벽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핵심 요소다. 테니스는 공이 라인 밖으로 떨어지면 실점 처리되지만, 빠델은 벽 덕분에 랠리가 상대적으로 길게 이어진다. 더 나아가 벽에 맞고 튕겨 나오는 공의 거리와 각도를 예측해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어 전략의 폭도 한층 넓다. 처음에는 벽이 낯설고 방해물처럼 느낄 수 있지만, 적응하고 나면 벽이 오히려 든든한 조력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초보자는 벽을 활용한 플레이를 어려워할 것 같다

벽으로 둘러싸인 코트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까다롭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벽에 맞고 튕겨 나온 공을 받아 치는 플레이를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우에 따라 공이 벽에 두 번, 심지어 세 번까지 바운드되기도 해 정확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적응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숙련된 선수는 보통 30회에서 많게는 70회까지 랠리를 지속하며, 초보자도 평균 10~20회 랠리를 이어간다.

 

랠리가 길어질수록 체력전으로 이어지겠다

그렇다. 실제로 한 세트가 끝나면 네 명 중 두 명은 힘들어한다.(웃음) 보통 다음 세트를 시작하기 전까지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다. 그렇지만 빠델은 테니스 코트보다 작은 크기의 코트에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고강도 운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랠리가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전체 경기 시간이 평균적으로 길고, 따라서 유산소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인 운동이다.

랠리가 길어질수록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은 열광한다. 긴 랠리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직접 하지 않아도 관전 재미가 쏠쏠하다. 실제로 경기가 시작되면 어느새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하곤 한다. 이런 점에서 빠델은 ‘하는’ 스포츠를 넘어 ‘보는’ 스포츠로서도 각광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Den
 

호날두와 메시 등 많은 해외 프로축구 선수도 빠델을 즐긴다고 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축구는 체력 소모가 매우 큰 스포츠다. 선수들은 경기 내내 끊임없이 뛰어야 하고, 몸싸움이 자주 발생해 부상 위험도 높다. 이런 이유로 축구 경기를 마친 후에는 상대적으로 운동 강도가 낮고 부상 위험이 적은 활동을 통해 회복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때 추천할 만한 종목이 바로 빠델이다. 러닝처럼 가벼운 유산소운동도 도움이 되지만, 빠델은 레크리에이션 요소가 강해 즐기면서 할 수 있다.

또 축구와 빠델은 전략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빈 공간으로 공을 보내기 위해 순간적 판단력과 정교한 전략이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축구 선수들에게 빠델은 체력 회복과 동시에 운동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스포츠다. 그래서 많은 프로축구 선수가 빠델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빠델을 비롯해 피클볼 등 새로운 라켓 스포츠의 성장 추세가 눈에 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빠델과 피클볼은 기존 라켓 스포츠의 재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진입 장벽은 훨씬 낮춘 종목이다. 예컨대 테니스는 정확한 기술을 구사하고 본격적인 재미를 느끼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빠델과 피클볼은 초보자도 쉽게 배우고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점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축구와 풋살의 관계에 빗대어 생각하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축구는 테니스 못지않게 진입 장벽이 높은 스포츠다. 22명의 인원이 필요하고,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며, 공의 바운드가 높아 컨트롤하기 까다롭다. 반면 풋살은 10명만 모이면 경기가 가능하고,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다. 풋살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높은 접근성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풋살처럼 빠델도 국내에서 생활체육 종목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오히려 풋살보다 더 큰 잠재력을 지닌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풋살 역시 처음에는 생소하고 낯선 종목이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이 즐기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빠델은 국내 인지도가 아직 낮고, 전용 구장 등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풋살 협회가 축구 협회에 속해 있는 것과 달리, 빠델 협회는 테니스 협회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독자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빠델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이용하는지 문의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이곳을 찾는 비율은 그중 약 30%에 불과하다. 즉 관심은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경우가 많은 셈이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은 “진작 할 걸 그랬다”라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건 몸으로 직접 부딪혀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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