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생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의원 대표원장
처음에는 멋있어 보여 시작했다.
애초에 취미로만 할 거라 크게 욕심은 없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장기 목표도 갖게 됐다.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에는
내가 진짜 음악을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됐다.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의원 이인식 대표원장은 어릴 적 처음 시작한 바이올린을 지금까지 켜고 있다. 중년이 되어서야 바이올린을 놓지 않았던 자신의 삶이 풍요로웠다는 걸 깨달았고, 지금은 연주를 더욱 즐기고 있다.
연습실에서 활을 쥐는 시간을 사랑하는 그에게 바이올린은 취미이면서 공부이자 인생의 동반자다. 이미 멘델스존, 베토벤, 차이콥스키 3대 바이올린협주곡 전 악장을 연주하는 등 연주자로서 의미 있는 결실을 보기도 했다. 이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도전을 시작한 그를 만나 바이올린 연주에 관한 ‘취미관’을 들었다.
바이올린을 취미로 선택한 계기는?
부모님이 클래식 애호가셨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음반을 구해 들으셨고, 집에는 항상 음악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터라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하게 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 어린 마음에 나도 한번 연주를 해보고 싶었다. 당시 초등학생이 클래식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전부였던 만큼 선택지는 둘뿐이었다. 그중 바이올린이 더 멋있어 보여 시작하게 됐고, 지금까지 꾸준히 연주하고 있다.
음대에 진학할 생각은 전혀 없었나?
그런 생각은 안 했다. 어릴 때부터 취미는 취미일 뿐 본업과 구분돼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야 좋아하는 걸 오래도록 즐길 수 있으니까. 의대 진학 후에도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바이올린 연주를 이어갔고, 그것으로 만족하며 지냈다. 본업을 빼고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20~30대 시절엔 취미 자체를 즐기느라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바이올린 덕분에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깊어졌다.
전공인 안과와 바이올린의 연결 고리가 있을까?
정교한 수술을 할 때 왠지 모르게 더 정확하고 깔끔하게 되는 느낌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보통 오른손잡이와 달리 왼손을 사용하는 스킬이 발달되어 있더라. 바이올린 연주를 할 때 양손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단련된 것 같다.
바이올린 연주의 매력은 무엇인가?
취미에 매력이 있고 없고, 좋고 나쁨이 어디 있겠나? 바이올린도 축구, 사이클 등 다른 취미와 마찬가지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조기 축구를 하며 월드컵에서 볼 법한 플레이가 펼쳐졌을 때 엄청난 희열을 느끼듯이, 바이올린도 ‘신의 경지’에 오른 듯이 귀가 트이고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게 되면 짜릿한 기분에 빠져 연주를 멈출 수 없다. 무르익을수록 그 카타르시스가 깊어지는 분야가 바이올린 연주다. 갈수록 훨씬 더 잘 들리고, 그래서 느낄 수 있는 음악적 내공이 더욱 깊어진다.
음악을 하면서 스스로 감동받은 적은 없다.
연습이나 공연에 몰두하다 보면 감동을 느낄 여유가 없다.
하지만 곡을 해석할 때 이따금씩 ‘이거다!’ 싶을 때가 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하늘이 뻥 뚫리고
모든 감정이 분출되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카타르시스다.
아마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걸 느낀 사람은 평생 음악을 한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연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음대 입시 연습실을 빌려 혼자 연습하곤 했다. 최근 1년은 코로나19 탓에 공연이 별로 없어서 타이트하게 연습하지 못했지만, 한창때는 하루 10시간씩 연주하는 날도 많았다.
하루 10시간씩 연습하다니, 어떤 목표가 있었나?
연주 인생 10년이 넘는데 이왕이면 제대로 해보자 싶어 스스로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 그중 하나가 멘델스존, 베토벤, 차이콥스키 3대 바이올린협주곡을 완성하는 거였다. 3대 음악가의 바이올린협주곡을 전 악장 연주하고 녹음하는 건 아마추어 바이올린 연주자에게는 엄청난 도전이다. 성공하면 박수갈채를 받을 만큼 힘든 여정이기도 하다.
그때 하루 10시간씩 연주하며 열정을 불태웠고, 마침내 이뤄냈다. 멘델스존, 베토벤, 차이콥스키 순으로 도전을 마쳤는데 그때마다 공연장을 대관해 연주하고, 전문적인 녹음도 진행했다. 마음 같아서는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까지 끝내볼까 싶었지만 천천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엄청난 도전이었을 텐데, 주위 반응이 어땠나?
자랑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유튜브나 SNS에 녹음 파일을 공개하지는 않았고, 자주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만 파일을 공유했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게시물이 조회 수 1위라고 들었다. 하지만 그런 반응보다는 스스로 세운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이 훨씬 달콤했다.
동호회 활동이나 공연 활동도 하나?
그렇다. 음악은 혼자 하기 힘들다. 우리가 바이올린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멋지게 독주하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그건 음악을 하는 게 아니다. 물론 프로 연주자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일반인이 바이올린 독주로 남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공연장에 오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클래식 애호가일 텐데, 평소 음반으로 거장들의 연주를 듣던 이들이 아마추어 연주에서 어떤 감동을 얻겠나. 그래서 일반인은 대부분 앙상블 활동을 한다.
나 역시 대학생 때 동아리 활동을 시작으로 지금껏 각종 서클, 사회인 동호회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해 왔다. 주로 4중주단인 콰르텟(quartet) 그룹에서 활동했는데, 지금은 의사와 치과의사로 구성된 ‘매드 포 콰르텟(Mad 4 Quartet)’이라는 동호회에서 활동 중이다. 4중주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의미다.(웃음)
코로나19로 한동안 공연이 없었을 텐데?
1년 이상 무대에 서지 못했다. 4인 이상 모이기 어려우니 연습조차 할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나뿐 아니라 모두가 힘든 상황이니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가 음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다. 우스갯소리지만 그래도 나는 3대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해 봤으니 못 해본 멤버들에 비해 덜 애가 탔다.
본인의 공연을 본 지인들의 반응은?
유명 연주자가 세상에 많고 많은데, 우리 연주를 보러 온다는 건 나를 알거나 우리 연주를 들어본 사람일 것이다. 그중에는 우리처럼 취미로 악기를 연주하는 아마추어 연주자도 많다. 모두 우리 연주에 심취한다기보다 서로의 처지를 알기에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감동을 받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연습 시간을 내기도 버거웠을 텐데 언제 저렇게 연습했을까?’ 같은 감정을 느끼는 거다. 여럿이 모이기도 빠듯한 각자의 스케줄 속에서 합을 맞춰 무대에 오른 그 과정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고 할까? 물론 연주 중간중간 감동을 전달하는 부분이 그런 감정을 뒷받침해 줄 것이다. 그래서 공연을 본 이들은 “연주 들으러 와서 힐링하고 간다”라고 말한다.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한마디 한다면?
20~30대라면 해볼 만하고 그 이상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다양한 악기 중에서 바이올린은 기술적으로 최고 난도에 속한다. 숙련도가 다른 악기들과 차원이 다르다. 예를 들어 기타를 2~3년간 정말 열심히 치면 잘한다는 느낌이 든다. 5~6년을 치면 그보다 훨씬 잘하고, 10년이면 아마추어 중에서는 ‘거성’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반면 바이올린은 3년 연습해도 어디 가서 연주할 수 없는 수준이다. 7~8년 하면 “열심히 한다” 정도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 15년 정도 해야 좋은 연주를 들려줄 수준이 된다. 그러니 20~30대에 시작한다면 당연히 추천하겠지만, 중년이라면 말리고 싶다.
앞으로 음악을 통해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
대학 시절 젊은 혈기에 원대한 꿈을 안고 음악을 했다. 그때 60~70대 노인이 되어도 관객석 맨 앞자리에서 클래식 공연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뒷자리에 앉아 있는 수많은 관객이 내 뒷모습을 볼 텐데, 그때 보여지는 은발의 뒷모습이 정말 아름다울 거라고 상상했다.
그런 꿈을 꾸게 된 건 대학 때 본 일본 의사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배경이다. 당시는 전국 대학에 클래식 연주 동아리도 몇 없던 시절인데, 우리 학교에서 일본 의사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했다. 연주자들은 30~40대였지만 무대 아래 객석에는 50~80대 노인들이 앉아 공연을 감상하더라.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는데,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저렇게 멋지게 나이 들려면 역시 바이올린을 열심히 연주해서 실력을 쌓는 수밖에 없었다. 모든 건 내가 잘해야 즐거운 법이니까.(웃음)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건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