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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모음] 거장의 시간

시대를 건너 이어지는 창조의 맥락, 거장들과 만날 수 있는 전시.

주제전 ‘휴머나이즈 월’ 일부. © 최용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제공

서울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선택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거대한 꽈배기 형태의 조형물이 등장했다. 가로 90m 높이 16m의 친환경 대형 조형물 ‘휴머나이즈 월’은 다양한 국적의 디자이너 110명이 참여한 400여 건축물 이미지와 창작 커뮤니티의 아이디어를 모은 1428장의 스틸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바로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하 서울비엔날레)의 상징이자 메시지 그 자체다. 다양한 생각을 하나로 품은 작품을 통해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제안한다.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Radically More Human)’을 주제로 내세운 서울비엔날레의 총감독은 토머스 헤더윅이다. 그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건축물 외관을 통해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 주요 기획 방향이라고 밝혔다. “지나가는 아이도 거대한 조형물이 무엇인지 궁금해 오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는데, 실제로 많은 이가 방문해 ‘휴머나이즈 월’과 하나 되는 순간을 즐기고 있다. 이것이 지난 서울비엔날레와 가장 큰 차이다. 2023년, 제4회 서울비엔날레는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을 주제로 땅의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녹지광장에 건축과 관련된 감각이나 기억 등을 일깨우는 파빌리온을 지었다면, ‘보다 사람다운 도시 건축’을 표방하는 이번 전시는 서울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고 의견을 모으는 데 중점을 두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감을 줄 수 있도록 건물 외관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헤더윅의 철학이 서울비엔날레를 통해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녹지광장에는 “당신은 어떤 세계에 살고 싶나요?”라고 질문하는 주제전 ‘일상의 벽’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건축가, 디자이너, 장인 등 24개 팀이 24개의 벽(각 2.4m×4.8m) 모양 조형물을 완성했다. 각양각색 벽 사이를 자유롭게 걸으며 건물 외관이 전하는 다양한 감정이나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건물 외관이 단순한 장식을 넘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참여의 틈, 놀이의 장’은 시소가 달린 아트 월인데, 우리가 즐기던 전통놀이에서 영감을 받았다. 건물 외관 일부를 슬쩍 떼어놓은 듯한 개념의 벽이지만 이 작은 일부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 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도시전 [도시의 얼굴: 사람에게는 인간적인 건축이 필요하다]가 진행 중이다. 세계적 도시의 건축물 외관을 각각 다채로운 표정을 지닌 도시의 얼굴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해 21개 도시의 건축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서울의 미래를 위한 상상은 11월 18일까지 계속된다.

 

Philippe Parreno, ‘Membrane’, 2024년, Courtesy of the artist.&nbsp;© Okayama Art Summit 2025 Executive Committee Photo: Yasushi Ichikawa<br>
Philippe Parreno, ‘Membrane’, 2024년, Courtesy of the artist. © Okayama Art Summit 2025 Executive Committee Photo: Yasushi Ichikawa

미술 도시를 꿈꾸는 오카야마

오카야마는 3년마다 개념미술에 초점을 맞춘 국제현대미술전을 개최한다. 제4회를 맞이한 ‘오카야마 아트 서밋’의 예술감독은 필리프 파레노다. 작년 봄, 리움에서 국내 첫 개인전 [보이스]를 진행한 파레노는 당시 “미술관은 항상 닫혀 있는 공간이다. 여기에 틈을 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오카야마로 향한 파레노는 이번 아트 서밋을 ‘도시를 마법과 발견의 장소로 탈바꿈시키는 야외 전시회’로 묘사했다. 이번 주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 등장하는 수수께끼 캐릭터 아오마메에게 영감을 얻은 ‘아오마메의 공원’이다. 파레노는 “이 야심 찬 이벤트는 오카야마의 공공장소, 잊혀진 모퉁이, 도시 공원을 새롭게 상상하며 경이로운 지도를 만들어낸다”라고 소개한다. 11월 24일까지 오카야마 전역에서 펼쳐진다. 관람은 무료다. 

 

‘Untitled’, 1986년.&nbsp;©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Collection of Larry Warsh<br>
‘Untitled’, 1986년. ©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Collection of Larry Warsh

1980년대 뉴욕의 아이콘과 만나다 

장 미셸 바스키아가 돌아왔다.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은 ‘기호와 상징’의 관점에서 바스키아의 작품 세계를 제시한다. 전시장 입구에서 먼저 1980년 작품 ‘무제(자동차 충돌)’와 만난다. 교통사고 트라우마를 담은 동시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직접 많은 이에게 보여 준 작품이다. 출구에서는 그의 마지막 자화상 중 하나인 1988년 ‘엑수’가 작별을 고한다. 경계의 신 엑수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노예무역이나 식민 수탈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투영한다. 이 전시로 그라피티를 예술로 승화시킨 바스키아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창작 욕구를 확인할 수 있다. 내년 1월 3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에서 선보인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피아노 치는 소녀들’,&nbsp;1892년경, 캔버스에 유채, 116×81cm,&nbsp;Musée de l’Orangerie, Paris, inv. RF 1960 16.&nbsp;© GNC Media&nbsp;<br>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피아노 치는 소녀들’, 1892년경, 캔버스에 유채, 116×81cm, Musée de l’Orangerie, Paris, inv. RF 1960 16. © GNC Media 

파리를 대표하는 미술관의 유산

1874년 인상주의를 탄생시킨 주인공들이 찾아왔다. 1860년대 파리에서 만난 폴 세잔과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인상주의로 출발해 각자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했다. 이들의 예술적 여정을 조명한 특별전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이 전시는 세잔과 르누아르가 함께 탐구한 회화적 관심사를 중심축으로, 두 화가의 작품을 나란히 감상할 수 있는 6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 인상주의 전시 이후 두 화가는 자연 풍경과 시시때때로 변하는 빛을 포착하기 위해 야외에서 작업했다. 르누아르가 감각적인 아름다움에 몰두한 반면, 세잔은 자연을 기하학적 입방체로 파악하고 조형적 탐구에 천착했다.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 정물, 풍경, 인물 작품을 비교함으로써 각각의 예술 세계가 지닌 사유와 미학을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다. 또 두 화가부터 파블로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19세기에서 20세기로 이어지는 미술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오랑주리와 오르세 미술관이 엄선한 작품을 내년 1월 25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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