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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취미 생활' 탁구 치는 흉부외과 최재웅 교수

18년째 탁구를 치고 있지만 지금도 전문가에게 코칭을 받으며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재미있는 운동이야말로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말하는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최재웅 교수를 만났다.

Profile 최재웅•1982년생•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
Profile 최재웅
•1982년생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

 

 

흉부외과 하면 응급 상황부터 떠오른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심정지로 환자가 위급 상황에 빠지면 재빨리 등장해 CPR(심폐소생술)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흉부외과 의사들이다. 드라마이다 보니 과장된 부분이 있겠지만,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돌봐야 하는 입장인 만큼 최재웅 교수 역시 만만치 않은 업무 환경에 놓여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 의료진이 포진했다고 하는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성인심장팀에서 심장 판막과 대동맥 및 혈관 수술을 담당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순간을 넘나드는 환자를 매일같이 돌보며 평일 내내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수술과 연구에 매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그의 삶에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 있으니, 바로 탁구를 칠 때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쳐온 구력은 이미 18년을 넘어서고 있다. 학업과 일에 치여 중간에 몇 년간 라켓을 놓은 시기도 있었고, 다른 운동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용수철처럼 탁구로 회귀했다. 탁구를 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레슨받는 것을 빼놓지 않고 있으며, 실력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탁구는 그의 의료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이자 삶의 활력소다.

 

탁구는 얼마나 자주 치나?

상황에 따라 다른데,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친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왔는데, 지금은 탁구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오는 횟수를 늘리려고 한다.

 

처음 탁구를 치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어린 시절 기억에 아버지가 탁구를 잘 치셨다. 정식으로 배우진 않으셨지만 폼도 깔끔하고 탁구채도 좋은 것을 쓰셨다. 당시 집 근처에 탁구장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쯤 아버지가 형과 나를 데리고 탁구장에 가셔서 그때 처음 탁구라는 운동과 만났다. 그 후 종종 주말이면 세 부자가 탁구를 치면서 점점 탁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운동에 소질이 있는 학생이었나?

좋아하는 편이었다. 탁구뿐 아니라 축구도 좋아해서 공도 자주 찼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축구에 빠져 다른 반 친구들과 시합을 벌이는 등 축구도 탁구 못지않게 꽤 즐겼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는 농구가 워낙 인기 스포츠였기 때문에 다들 농구를 했다. 그 시절엔 나 역시 농구에 한참 몰두했다. 운동을 아주 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감각은 있는 편이었고, 특히 구기 종목을 좋아했다.

 

본격적으로 탁구에 매료된 건 언제부터였나?

의대 본과 2학년 때부터 탁구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정식으로 레슨을 받은 적이 없었다. 대학에 진학해 탁구 동아리에 가입하는 등 라켓을 놓지 않고 있었지만, 전문 코치에게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필요성은 그때 깨달았다. 물론 당시에도 탁구를 못 치지는 않았다. 선배가 잘 받아주면 포핸드를 쉼 없이 100번 정도는 칠 수 있었는데, 보통 이 정도가 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하지만 난도 높은 기술을 구사할 수준은 아니었다.

 

흉부외과 최재웅 교수
흉부외과 최재웅 교수

 

돈을 주고 정식으로 레슨을 받으려고 한 이유가 궁금하다

탁구를 치려면 정식으로 레슨받는 건 필수다. 탁구 세계에서는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이들을 흔히 ‘사파’라고 하는데, 이렇게 치면 폼이 좋지 않다. 그러다 보니 고급 기술을 구사할 만한 스텝과 힘을 얻기 힘들며, 어느 시점부터는 실력이 더 이상 늘지 않는다. 개인적인 의견인데, 오랫동안 사파 탁구를 친 사람은 탁구를 제대로 배우는 사람과 경기할 때 초반에는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정파 탁구가 일정 수준에 이르러 사파 탁구 친 사람을 한 번 이기기 시작하면 사파 탁구로는 더 이상 정파 탁구를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 차이가 확연히 벌어지기 때문에 ‘탁구를 꽤 친다’는 사람일지라도 레슨은 꼭 필요하며, 탁구를 치는 동안은 계속 배워야 한다는 믿음은 지금도 변함없다.

 

탁구는 어떤 운동인가?

공을 받아 치고 나면 일정한 위치로 조금씩 움직이게 되는데, 공이 오는 지점에 따라 짧은 거리를 재빠르게, 쉼 없이 계속 움직여야 한다. 이때 가능한 낮게 자세를 유지하면서 계속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하체 운동이 많이 되고, 결론적으로 운동량이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테이블 앞에서 살짝살짝 움직이는 것 같아 ‘탁구가 운동이 되면 얼마나 되겠어?’ 생각한다. 탁구는 유산소운동이자 전신운동으로, 몸통의 코어 근육까지 골고루 사용하기 때문에 강도가 높은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도 해보았지만,

지루하게 여겨졌고 오래 지속하기 힘들었다.

나는 운동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인데,

그런 면에서 탁구는 정말 재미있고 지속 가능한 운동이다.

 

탁구의 장점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좋은 운동이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30대가 넘으면 옆 사람과 몸을 부딪혀가며 운동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좁은 공간에서 공을 뺏고 뺏기는 축구, 농구 등은 부상의 위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테니스나 배드민턴처럼 중간에 네트로 서로의 구역을 나눠 놓고 하는 운동이 좋은데, 그런 면에서 탁구는 최적의 운동이다. 또 탁구는 생각보다 다양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고, 실내 스포츠이다 보니 날씨와 계절에 구애받지 않으며 1년 내내 언제든 칠 수 있다. 타구감도 좋고, 공 소리도 경쾌하다.

게임하는 동안 상대를 이기기 위해 이런저런 머리싸움을 벌인다. 상대의 서브를 예상해 맞받아쳤는데 그 공이 제대로 먹히면 정말 기분이 좋다. 운동은 상대를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있을 때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데, 탁구를 칠 때는 정말 신난다. 일할 때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효과적이다.

 

탁구를 치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 있다면?

군대에서 정말 탁구를 열심히 쳤고, 아마추어 탁구 대회에도 여러 번 출전했다. 그때 출전한 경기 중 ‘스마일 탁구대회’가 기억난다. 4명이 함께 출전한 단체전이었는데 나름 전국 대회였고, 같은 리그에 16개 팀이 출전해 실력들도 모두 쟁쟁했다. 우리 팀의 실력은 출전 팀 중 중하위 수준이었는데, 박빙을 기록하며 게임이 진행되었다. 네 차례 대결을 펼치는 경기는 매번 치열했고, 우리는 매 경기 아슬아슬하게 올라가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모두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기분이 좋다.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라니, 스트레스가 엄청 날 것 같다. 탁구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나?

처리해야 할 일이 많긴 하다.(웃음) 그렇다 보니 평일에는 집에 거의 들어가지 않고 병원에서 자는 일이 많으며 가족과는 주말에 얼굴을 본다. 그럼에도 짬을 내 탁구를 치는 것은 이런 바쁜 상황에서도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시간을 뺏기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체력 관리에 큰 도움을 받는다. 흉부외과 성인심장팀에서 수술과 연구를 계속하려면 추진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만큼 워낙 힘들고, 급박한 순간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나 자신이 지치지 않고 이 일을 오래 하려면 건강관리와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인데, 그런 면에서 탁구는 손색없는 운동이다.

 

입문자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탁구를 처음 시작하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2~3개월은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처음엔 당연히 낯설고 힘들 테지만 누군가 공을 쳐줘야 하는데, 초보라서 상대를 구하고 함께 공을 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색하다고 쉽게 포기하거나 재미없다며 나오지 않는 입문자를 많이 보았다. 이 과정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지인이나 가족 중에 함께 공을 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탁구를 시작하는 것이 좋고, 정식으로 레슨을 받으면서 시작하면 더더욱 좋다.

 

좋은 탁구장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선수 경력이 있는 코치가 상주하는 탁구장을 찾아가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선수 출신 코치가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선수 출신 코치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애정과 열정을 갖고 회원에게 기본기와 기술을 가르쳐주는 게 중요한데, 탁구장을 운영하는 관장이 코치 역할을 겸한다면 믿을 만하다고 본다. 자신의 사업장이니 회원을 관리하는 데 정성을 기울일 것이고, 회원들이 오래 나와서 치려면 잘 가르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초보일수록 더욱 그렇다. 내가 지금 다니는 탁구장도 그런 곳이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견해이고, 동호인 고수분들 중에서도 성심껏 회원들을 지도하는 곳이 많으니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탁구는 나이 들어서도 하기 좋은 운동이다.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 나도 부모님께 처음 탁구를 배우고 함께 즐겼듯이 언젠가는 아내, 아들과 함께 탁구를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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