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용 원장은 3년 전 철인 3종 경기에 입문했다. 망가진 몸 상태를 바로잡기 위해 달리기와 사이클·수영을 시작했고, 이 세 가지를 합치니 철인 3종 경기가 됐다. 요즘은 팬데믹으로 대회가 취소되어 아쉬움이 많지만, 꾸준히 마라톤과 사이클 분야 메이저 대회에 나가 완주하며 성과를 냈다. 그는 하루빨리 철인 3종 경기가 재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50대 초반, 이제 막 인생 후반전에 돌입한 그가 철인 3종 경기를 치르는 부캐를 본캐(치과의사) 이상으로 중요시하는 이유는 운동으로 건강뿐 아니라 무너진 삶까지 회복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만나 ‘부캐 활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철인 3종을 시작한 계기는?
몸이 굉장히 안 좋았다. 지금은 68kg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85kg을 넘나들었다.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풀다 보니 살이 쪘고, 그 영향으로 고지혈증에 당뇨까지 왔다. 가족력이 있어 20년 넘게 고혈압 환자로 살아왔고, 대사증후군이라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심혈관 나이는 80대 수준이었다.
딸이 둘이나 있는데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6개월 만에 체지방만 17kg을 뺐다. 살을 뺀 후에는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운동이라도 해야 했다. 그렇게 마라톤을 시작했고, 하다 보니 자전거와 수영까지 하게 되었다.
달리기, 자전거, 수영이 잘 맞는 운동인가 보다
그렇지 않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10km 뛰고 나서 허벅지가 마비된 듯했다. 그 후 보름 동안 앓아누웠다. 그때 ‘달리기는 내 길이 아니구나’ 하며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몸이 회복되니 다시 달리기 생각이 났고, 또다시 뛰었다. 이내 열흘간 앓아누운 뒤 또 뛰어서 이번엔 일주일간 앓아누웠다. 그렇게 뛰고 앓아눕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체력이 올라 결국 매일 뛰어도 무리 없을 만큼 몸이 단단해졌다. 모든 건 습관의 문제다. 습관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운동하다 보면 부상을 당하거나 중도 포기하기 마련이다.
몸을 격하게 쓰는 운동인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나?
철인 3종 경기는 얼핏 격해 보이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나는 동호인으로서 완주와 건강 유지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굉장히 즐거운 마음으로, 딱 기분 좋은 수준으로만 운동을 한다.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기록도 좋은 편은 아니다. 물론 기록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성적과 기록에 연연하면 운동을 즐길 수 없다.
예전부터 운동을 좋아했나?
정말 싫어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체육이었다. 체력장을 하면 맨 아래 등급을 받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다. 막상 운동을 해보니 생각도 달라졌다. ‘이 좋은 걸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한다.(웃음)
처음 완주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입문하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그 전에 경기를 준비하면서 하나씩 미션을 클리어하는 과정이 있었다. 한강 수영 코스를 처음 완주했을 때,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을 땐 정말 뿌듯했다.
예전에는 수영을 거의 못했다. 실내 수영장의 25m 레인도 못 갔는데, 철인 운동을 하면서 배우기 시작했다. 철인 3종 한강 코스를 완주하기까지 2년은 걸린 것 같다. 처음 한강을 횡단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실내 수영장과 한강은 하늘과 땅 차이 아닌가?
완전히 다르다. 수영장은 발이 바닥에 닿지만, 한강은 발도 닿지 않는 데다 잘 보이지도 않는다. 수풀도 지나야 하고, 쓰레기도 눈앞으로 지나간다. 그런 코스를 지날 때면 물귀신이 나를 잡아당길 것 같은 공포감에 휩싸인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다. 살기 위해 어떻게든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공포를 느끼기 시작하면 페이스가 흔들리기에 마음을 편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땐 ‘나는 물고기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을 때 기분은?
어릴 때부터 약골이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그런 나를 항상 걱정했다. 막내이기도 했고. 아마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마음이 편치 않으셨을 거다. 그런데 마라톤 풀코스를 골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어머니 생각이 났다. ‘엄마, 천하의 약골이던 성용이가 42.195km를 완주했어요. 나 자랑스럽죠?’ 이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철인 3종 선수로서 주특기가 있다면?
지구력! 나이가 있다 보니 20~30대보다 빠르지는 않다. 하지만 끝까지 해내겠다는 정신력만큼은 자신 있다. 한번은 전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사이클 대회에 참가했다. ‘설악그란폰도’라는 대회인데, 강원도 인제 인근의 구룡령~조침령~쓰리재~한계령~구룡령으로 넘어오는 코스다. 획득 고도가 4000m 정도 되고, 총길이가 208km다. 이 모든 코스를 12시간 안에 종주해야 하는데, 전국의 자전거 좀 탄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대회를 목표로 한다. 내가 출전한 2018년에도 4000명이 참가했는데, 그날 따라 비가 많이 내려 대부분 낙오했다. 끝까지 완주한 사람이 400명밖에 안 된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나다.
시합 전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예전에는 혼자 했는데 지금은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하는 철인 3종 동호회에서 운동한다. 동호회 사람들끼리 모여 일주일에 한 번 자전거나 러닝, 아니면 수영을 해왔다. 평일에는 혼자 새벽에 10km를 뛰거나 자전거를 30km 정도 탔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체계가 잡히지 않았고, 실력도 정체되는 듯했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체계적으로 몸을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계획대로 움직이는 중이다. 월요일·수요일은 마라톤 강좌에 참여하고, 화요일·목요일은 수영과 자전거 강좌에 참여한다. 둘 다 국내 최고 철인 감독이 운영하는 클럽 강좌라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주말에는 고등학교 동창 동호회에서 운동을 한다. 결국 매일 운동하는 셈이다.
본업 외에는 철인 3종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데?
이제 철인 3종으로 몸이 세팅됐고, 치과 근무 일수도 운동 때문에 확 줄였다. 운동이 너무 재미있으니까.(웃음) 치과도 예전에는 혼자 운영했는데, 지금은 철인 3종을 하는 다른 원장님 한 분을 영입해 둘이 번갈아가며 진료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오늘도 그분이 진료하는 동안 이렇게 나올 수 있었다.
철인 3종 선수가 된 후 치과의사로서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
환자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운동하는 사진을 병원에 걸어놓았는데(웃음), 다들 ‘대단하다’라고 말한다. 이젠 휴진을 할 때면 당연히 운동하러 갔다고 여긴다. 개인적으로는 운동 이후 혈당과 혈압 등 모든 것이 정상 지표로 내려갔다. 체력 나이도 20대 중반으로 나올 만큼 몸이 호전됐다. 주치의에게 약을 끊어도 된다는 소견도 받았다. 건강해지면서 본캐인 치과의사의 삶에도 도움이 되었다.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은 하루에 얼마나 되나?
최소 1~2시간, 주말에는 5~7시간. 운동은 종합운동장이나 집 주변의 육상 트랙을 조성한 공원에서 한다. 트랙에서 하는 이유는 안전하기 때문이다. 부상 위험이 없고, 한 바퀴가 400m라 내가 얼마나 운동했는지 알 수 있다.
운동의 최종 목표는?
작년과 올해 모든 대회가 취소되어 안타깝다. 궁극적으로는 철인 운동선수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하와이 코나 아이언맨 월드 챔피언십’에 가고 싶지만, 기록이 좋아야 참가 자격이 주어지기에 쉽지 않을 것 같다. 대신 하와이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는 세계 여행 대신 ‘대회 여행’을 하고 싶다. 나 같은 사람을 ‘관광 철인’이라고 한다. 대회에 나가고, 그 대회가 열리는 장소를 여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즐겁게 운동한다. 완주하는 데에만 목표를 둔 철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