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회사 대표, 스타트업 멘토, 커리어 코치, 브런치 작가 등 1976년생 강재상을 수식하는 말은 이처럼 다양하다. 스무 살 이후 삶의 방향을 끊임없이 바꾸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강 대표의 삶은 단순 명료하다. 그저 일하는 게 즐겁다는 것.
‘사업을 놀이처럼 하는 N잡러.’ 강재상 대표가 본인을 정의한 말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꾸준히 삶의 방향을 바꿔왔다. 그 결과, 현재 직장인·기업 교육을 주로 하는 패스파인더넷과 스타트업 육성 그룹 알렉스넷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마케팅 및 브랜딩 컨설팅 회사인 매드해터의 CMO(최고마케팅책임자)이기도 하다. 하루 한 가지 직책만 소화하기도 24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데,세 가지 일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그렇지도 않단다. 삼수 끝에 대학에 진학한 그는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대엔 누구보다 부지런히 시간을 쪼개 살았다. 반면 40대가 된 지금은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살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지금의 40대는 과거의 20대와 마찬가지라는 것. 할 수 있는 한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강 대표의 얼굴에서 즐거움이 묻어난다.
다양한 분야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상당하다
자라면서 부모님께 늘 들은 말이 “경제적 지원은 고등학생 때까지”였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라도 일을 해야 했다. 안정적 수입을 얻기 위해 과외 교습을 꾸준히 했다. 이 외에 물건 판매, 임상실험 참가, 컨설팅 회사 인턴 등 30~40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러는 한편,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탐색했다.
그 결과 어떤 진로를 택했나?
고등학생 때 영화감독을 꿈꾼 적이 있다. 대학생이 되어 영화 현장에 발을 담가보니 내가 좋아하는 건 영화 제작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영화를 감상한 관객의 환호성에 희열을 느꼈다. 그래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는 대기업 마케터가 되기로 했다. 더 나아가서는 대기업 임원을 꿈꿨다. 20대의 당찬 목
표였다.
대기업 입사 후 여러 번 이직한 이유가 궁금하다
첫 직장인 삼성SDI에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일을 주로 했다. 문서 작업보다는 현장감 있는 업무를 하고 싶어 현대캐피탈로 이직했다. 두 번째 회사에선 옥외 광고 게시 같은 일을 직접 하면서 마케팅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이후 온라인 마케팅에 관심이 생겨 두산인프라코어로 둥지를 옮겼다. 마케터로서 한 단계씩 발돋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임원 자리는 포기한 건가?
대기업 임원 자리는 입사 후 얼마 안 돼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신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거쳐 2015년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임원 자리에 올랐다. 대기업 임원은 되지 못했지만 스타트업 임원이 되면서 절반쯤 꿈을 이룬 셈이다.(웃음)
현재 사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패스파인더넷은 기업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커리어 관리, 인재 육성, 직무 교육 같은 프로그램을 전개한다. 그중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의 비중이 가장 높다. 알렉스넷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보다 심도 있는 컨설팅을 제공하는 네트워킹 그룹이다. 매드해터는 마케팅과 브랜딩에 집중하는 컨설팅 회사다.
스타트업 멘토가 된 계기는?
현대캐피탈에서 근무할 때,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사관학교에 멘토로 참여했다. 당시엔 재능 기부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그 후 몇 년이 지난 2017년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코치로 활동하게 됐다. 나의 경험과 노하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기뻤다. 같은 해에 기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패스파인더넷을 설립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함께 성장해온 스타트업도 여럿일 것 같다
수십여 곳이 있는데 그중 몇 군데를 소개하자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음성이나 영상을 합성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인 라이엇로켓과는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이곳은 얼마 전 벤처기업협회가 주관하는 ‘2021 우수벤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커피 찌꺼기로 고양이 배변 모래를 만드는 그람컴퍼니 역시 아이디어 발굴에서 상품화까지 함께하는 중이다. 이 같은 청년 스타트업 외에 중·장년 스타트업도 있다. 가상 주방이라는 IT 플랫폼을 제공하는 주식회사 래식이다. 멘토링을 통해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나?
현재 ‘덕업일치’ 상태다. 일이 좋아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내게는 일이 곧 취미고 취미가 곧 일이다. 매일매일이 보람으로 가득하다.
그래도 휴식이 필요하지 않나? 쉬는 날은 무얼 하며 보내나?
예전에는 방송 댄스, 수영, 웨이트트레이닝 등 혼자 몰두하는 취미 생활을 주로 했다. 최근에는 잘 먹고 잘 쉰다. 특히 2021년 4월에 독립한 뒤로는 집 꾸미기에 재미를 붙였다. 쉬는 날이면 밀린 청소를 하느라 바쁘다. 나만을 위한 공간이라 더욱 애정이 간다.
대학 시절, 과외 교습을 하며 깨달은 게 있다.
학생의 성적을 올리려면 잘 가르치는 것만큼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는 게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스타트업 멘토링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도 이와 같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한 다음 해결책을 제시한다.
문제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통해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한데, 어디서 글감을 찾나?
‘브런치’에는 브랜드 마케팅, 슬기로운 직장 생활, 스타트업 코칭 일기 등을 주제로 글을 쓴다. 나의 지식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다. 브런치뿐 아니라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페이스북엔 좀 더 자연스러운 일상을 공개하고, 네이버 블로그엔 커리어뿐 아니라 영화 리뷰, 여행 에피소드도 업로드한다. 여러 플랫폼에 게시한 글을 읽고서 교육이나 컨설팅 문의를 해오는 경우도 가끔 있다. 2019년에는 브런치에 연재한 글을 모아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라는 자기 계발서를 내기도 했다.
스스로 ‘꼰대’라고 생각하나?
작년에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이라는 책을 냈다. 중간 관리자를 위한 재택 근무 팁을 제시한 책인데 꼰대, 아재, 중년 등 40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인정하고 있다. 애써 안 그런 척할 필요도 없지 않나. 내가 하는 컨설팅 업무야말로 잔소리하는 게 일이다.그런 면에서 꼰대라고 해도 반박할 말이 없다. 그런 코드가 맞으면 같이 가는 거고, 아니면 그만인 거다. 일례로 주변에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해보라고 한다. 근데 유튜브에서 중년 ‘아재’가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리 높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그쪽으론 나서지 않는다. 나를 잘 알고 인정해야 방향성이 보인다.
살아가는 데 나이가 중요한 기준이 될까?
그렇지 않다. 100세 시대이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보면 지금 40대는 과거 20대와 동등한 위치라고 생각한다. 옛날의 40대와는 분명 다르다. 중년이긴 하나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차피 은퇴는 70대 이후일 터. 오히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다. 물론 체력은 20대에 비해 약해졌지만 그렇다고 한계를 맞이 할 나이는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로든 떠날 수 있지 않나. 나이에 나를 가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중년 남성은 흔히 경제적 안정, 가정에 대한 책임감 같은 가치관을 좇는다. 본인은?
어느 정도 비슷하다. 결혼을 하지 않아 아내나 아이에 대한 책임감은 없지만 부모님은 부양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홀로 서려고 노력했고, 나를 최우선에 두고 커리어를 쌓아왔다. 스스로 중심을 잡지 않으면 주변에 휩쓸리기 쉽다. 내 기반을 단단히 다져야 다른 사람을 도와줄 힘이 생긴다.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나?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3~4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다녔다. 페루의 마추픽추, 아르헨티나의 모레노 빙하, 요르단의 와디럼 사막 등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를 일부러 찾아갔다. 그중 볼리비아에 위치한 우유니 사막에는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우유니 사막에 쏟아지는 별을 감상하면 정말 좋겠다. 언젠가 실천에 옮길 계획이다. 부글부글 끓는 용암도 두 눈으로 직접보고 싶은데, 위험하다고 다들 만류하더라.
커리어 측면에선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우선 2022년에는 새로운 사업 출시를 준비 중이다. 개인 성향과 연관 지어 이직이나 창업 컨설팅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이와 관련한 책도 출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저런 일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단기 목표는 10여 곳의 스타트업에서 사외이사 직함을 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더욱 힘차게 뛸 것이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스타트업계의 백종원이면서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요식업계에 수많은 비결을 전수하는 백종원 대표처럼 나 역시 컨설팅을 통해 여러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향후 어떤 스타트업의 성공 비결을 파헤치든, 어디에나 존재하는 그림자처럼 내 이름이 등장하길 바라는 야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