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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빵의 역사

매일 먹는 빵에 숨겨진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식사나 티타임 때 당신의 상식을 뽐내 줄 잘 안 알려진 빵의 역사.

  • 입력 2022.09.02 00:00
  • 수정 2022.09.02 14:04
  • 2022년 9월호
  • 진주영 에디터

 

 

 

법으로 관리하는 빵

바게트 baguette 

프랑스에서는 아침 식사로 버터나 과일 잼을 바른 바게트를 먹는 게 일반적이다. 바게트의 어원은 라틴어 ‘지팡이(baculum)’에서 비롯됐다. 기다란 생김새가 지팡이 같기 때문. 프랑스에는 바게트에 관한 법률이 있다. 1980년대까지 프랑스는 바게트의 규격을 길이 80cm, 무게 250g으로 규정했다. 프랑스혁명 이후 모든 사람에게 빵의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것. 혁명 이전에는 귀족은 희고 부드러운 빵, 농부는 딱딱하고 검은 빵을 먹는 등 차별이 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프랑스 식품법은 바게트 재료를 밀가루, 소금, 물, 효모 등 네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다른 재료를 추가해 만든 빵은 바게트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수 없다.

 

 

 

왕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만든 빵

마들렌 madeleine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저트로 버터에 밀가루, 달걀, 설탕, 우유 등을 넣어 부드럽게 반죽한 다음 조개껍질 모양의 틀에 구우면 완성된다. 마들렌의 기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프랑스 왕 루이 15세에 얽힌 이야기. 루이 15세가 정부에게 빠져 왕비를 멀리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왕비의 아버지이자 폴란드 왕인 레슈친스키가 마들렌을 보내 루이 15세의 환심을 사려 했다고 한다.

 

 

요즘 가장 ‘핫’한 디저트

마카롱 macaroon

머랭으로 만든 쿠키 두 개 사이에 크림을 넣어 포갠 디저트. 마카롱의 이름은 반죽을 치는 과정이 힘든 것으로 악명 높은 머랭을 사용한 만큼 ‘반죽을 치다’라는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 마카레(macare)에서 유래했다. 또 1533년 이탈리아 귀족 카트린 드 메디치가 프랑스 왕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프랑스에 전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당시 프랑스에는 ‘과자’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마카롱이 들어오면서 디저트 문화가 한 단계 발전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아는 호화로운 프랑스 요리가 시작됐다는 견해도 있다.
 

머랭 meringue

달걀흰자에 설탕을 섞어 만든 디저트의 일종. 열처리를 하지 않는 프렌치 머랭, 흰자를 중탕에 데운 후 사용하는 스위스 머랭, 설탕과 물을 끓여 사용하는 이탤리언 머랭 등 세 종류로 나뉜다. 마카롱에는 주로 프렌치 머랭과 이탤리언 머랭을 사용한다.

 

 

원산지는 오스트리아

크루아상 croissant

크루아상은 프랑스어로 초승달(croissant)을 뜻한다. 그래서 프랑스 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원산지는 오스트리아다. 오스트리아 공주였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루이 16세와 결혼하면서 프랑스에 전파한 것.

크루아상의 시초는 17세기 말 오스트리아가 오스만제국과 전쟁을 하면서 오스만제국을 ‘씹어 먹어 버리겠다’는 의미로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크루아상의 모양이 오스만제국의 상징인 초승달 모양을 본뜬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 크루아상을 만드는 ‘페이스트리’ 제법은 중동 지방에서 빵을 만드는 흔한 방식이었고, 오스만제국 사람들은 크루아상이 오스만제국을 상징한다며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어 신빙성이 떨어진다.

 

 

뉴욕이 아닌 폴란드 빵

베이글 bagel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때문에 베이글을 곁들인 커피 한잔이 뉴요커의 아침 식사로 알려져 있지만, 베이글의 원산지는 폴란드다.

1600년대 초 폴란드에 살던 유대인들은 임산부에게 베이글을 선물했다는 기록이 있다. 가운데 구멍이 뚫린 둥근 모양의 빵인 베이글의 어원은 옛 독일어로 반지, 고리를 뜻한다. 지금의 뉴욕 베이글은 19세기 미국 동부 지역으로 이주한 유대인에 의해 전파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도넛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단맛이 없는 식사 대용 빵이다.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로 만드는 것이 전통 레시피. 베이글에 크림치즈나 버터, 견과류, 과일 잼 등을 듬뿍 얹으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미국인의 소울 푸드

도넛 donut

 

네덜란드에서 유래?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긴 빵. 반죽을 뜻하는 도(dough)와 견과류를 뜻하는 너트(nut)를 합해 도넛이라 부른다. 네덜란드에서는 밀가루 반죽 중앙에 호두를 얹은 원형의 튀김 과자를 즐겨 먹었는데, 이것이 미국으로 이주한 네덜란드인에 의해 지금의 도넛으로 발전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도넛의 원산지는 유럽이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빵임에는 틀림없다. 미국에선 6월 첫째 주 금요일을 도넛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도넛의 날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에게 도넛을 지원한 사람을 기념해 제정됐다.

 

미국 영화에 도넛이 빠지지 않는 이유

미국 영화를 보면 근무 중 도넛을 먹는 경찰이 자주 등장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1940년대 미국의 도넛 가게는 대부분 새벽에 문을 열었는데, 상인들은 불안한 치안 때문에 경찰에게 무료로 도넛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야간 근무를 하는 경찰 입장에선 식사할 곳이 마땅하지 않던 차에 반가운 제안이었을 터. 그렇게 시작된 경찰과 도넛 가게의 상생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고급 일식이 된 포르투갈 선원들의 주식

카스텔라 castella

카스텔라의 기원은 스페인 카스티야 지방의 과자가 포르투갈에 전파돼 지금의 형태가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15~18세기 대항해시대에 포르투갈 선원들은 설탕을 많이 넣어 장기 보관에 유리했던 카스텔라를 보존식으로 즐겨 먹었다. 동양에 전파된 것은 16세기 중반으로, 포르투갈 상인과 선교사가 일본 규슈의 나가사키 지역에 들어오면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값비싼 달걀과 설탕이 필요한 고급 음식이었다. 19세기에 이르러 설탕을 구하기 쉬워지면서 카스텔라도 대중화됐다. 초기 나가사키식 카스텔라는 오븐을 사용하는 포르투갈식과 달리 숯가마로 구워낸 것이 특징이다.

 

 

아시아는 밥, 중동은 난

난 naan

발효된 밀가루를 반죽해 화덕에 구운 빵. 중앙아시아에서 서아시아, 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많은 민족의 주식이다. 난이라는 이름은 페르시아어로, 빵을 뜻하는 ‘넌’에서 유래했다. 난을 처음 만들기 시작한 것은 14세기경으로 추정된다. 1300년 페르시아 시인 아미르 쿠시로가 난을 언급한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인도나 우즈베키스탄 요리 전문점에 가야 맛볼 수 있다. 손으로 찢은 난을 커리에 찍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도 등 현지에서는 커리뿐 아니라 수프나 국 형태의 음식에 곁들여 즐기기도 한다. 난은 시간이 지나면서 딱딱해지므로 굽자마자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요리사의 실수로 탄생한 격자무늬

와플 waffle

맛있게 구운 와플에 각종 잼, 시럽, 아이스크림 등을 올려 취향껏 즐긴다. 와플의 격자무늬 덕분에 다양한 토핑이 쉽게 흘러내리지 않는다. 와플의 격자무늬는 1743년 영국 요리사 제임스 쇼니의 실수로 탄생했다. 그는 고기 망치로 스테이크용 고기를 두드리다 실수로 팬 위에서 굽고 있던 팬케이크를 두드렸다. 팬케이크가 울퉁불퉁해진 것을 보고 덕분에 시럽이 흐르지 않겠다고 생각한 그는 한 사업가에게 이 아이디어를 팔았다. 예상대로 이는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등지로 퍼져 나가며 인기를 얻었다. 한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와플은 벨기에 리에주 지방의 방식으로 빵 두께가 두툼하고 격자무늬도 큰 편이다.

 

 

애프터눈 티 파티의 주역

스콘 scone

음식맛 없기로 유명한 영국을 대표하는 빵임에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 비스킷의 일종으로 스코틀랜드에서 기원했으며, 그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대신 홍차와 스콘을 함께 즐기는 애프터눈 티의 유래는 명확하다. 19세기 영국, 베드포드 제7대 공작부인이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 지루함과 허기를 달래기 위해 간식으로 홍차와 스콘을 같이 먹기 시작했다. 스콘은 베이킹파우더 같은 팽창제를 넣어 빠른 시간 내에 만드는 빵으로, 티타임용 과자로 준비하기에 간편했을 것. 최근 들어 단호박, 초코 칩, 호두, 레몬 등 다양한 부재료를 사용한 스콘을 선보이는 곳이 많다. 그럼에도 스콘만 먹으면 왠지 심심하다. 클로티드 크림과 과일 잼을 듬뿍 얹어 홍차와 함께 맛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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