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의 시선으로 내려다본 시청 vs. 잠실
안충기는 중앙일보 기자 겸 화가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에 매료되어 ‘비행산수(飛行山水)’ 시리즈를 그렸다. 비행산수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동네 풍경이다. 그림 속 새, 비행기, 잠자리의 시선으로 육지를 조망하니 메가시티 서울도 수많은 건물이 촘촘히 박힌 ‘모래톱’ 면모를 드러낸다. 건물 사이로 길이 굴곡지게 뻗은 강북의 중심 시청 일대, 1971년 송파강을 메우고 지반을 다져서 세운 마법 같은 동네 잠실과 그 옆의 삼성동과 청담동은 그렇게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골목골목 간직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종로
남산을 딛고 올라서면 시선 아래로 펼쳐지는 서울 중구와 종로구, 그 너머 북악산과 북한산까지 바라다보이는 도시 풍경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빽빽이 들어선 건물 아래로 도시인들은 활기 넘치는 일상을 이어가고 있겠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조망하니 일상도 한 폭의 풍경이 된다. 투명하고 맑은 느낌이 잘 표현된 이 수채화는 그런 강북의 정취를 한결 순하고 부드럽게 만들었다.
역사가 살아 있는 명동성당
1898년 완공된 명동성당은 험난한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일제강점기에 명동성당 뮈텔 주교가 독립운동 단체 ‘신민회’를 밀고 한 대가로 총독부로부터 성당 주위의 부지를 하사받는 등 부끄러운 현장이었다면, 1970~1980년대에는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성지로서 그 의미를 달리했다. 건축사 이종욱은 명동성당이 겪어온 시대의 아픔을 건조한 드로잉으로 기록했다.
을지로의 개성
을지로는 복잡한 게 멋이다. 골목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건물마다 폭도 좁다. 덕지덕지 붙은 간판들로 조잡해진 건물은 올드함이 개성이다. 간판에는 세무사사무소, 인쇄소, 법률사무소, 사우나, 다방 등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이미 주인이 사라진 간판들. 일러스트레이터 설동주는 사라지고 잊히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을지로를 그렸다.
중구에서 올려다본 남산서울타워 시티 뷰
남산은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는 해발 265m의 산이다. 과거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었으나 지금은 송신탑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1975년 동양방송, 동아방송, 문화방송 3사가 공동 투자해 만든 송신탑은 2005년 지금의 남산서울타워로 재탄생했다. 높이 236.7m로, 남산의 해발까지 합하면 세계 두 번째로 높다. 타워에서 바라본 서울도 좋지만 산 아래에서 조망하는 남산 뷰는 서울 풍경의 백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