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와 책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는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보게 한다.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희망을 주는 이 작품은 저마다의 시각으로 죽음을 다룬다.

 

 

 

MOVIE

단 하나의 기억만 남길 수 있다면? 
원더풀 라이프 (2001)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우라 아라타, 오다 에리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천국으로 가기 전 경계 지역인 림보에 7일간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골라야 한다. 림보의 직원들은 그 추억을 짧은 영화로 만든다. 영화에선 행복한 추억이 많아 한 순간만 고르기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미건조하게 살아와 딱히 남기고픈 추억이 하나도 없는 사람도 있다. 원더풀 라이프는 죽음에 대해 다루지만, 삶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죽기 전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2008) 

감독 로브 라이너 

주연 잭 니컬슨, 모건 프리먼

 

가난하지만 성실한 정비사 ‘카터’와 백만장자지만 괴팍한 ‘잭’. 공통 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두 사람이 어느 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잭은 카터의 버킷 리스트를 보고 죽기 전에 실행에 옮겨 보자고 제안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숨이 멎을 듯한 영상미가 압권이며, 두 노배우가 주고받는 대사에서 인생의 내공이 느껴진다. 

 

 

죽음 앞에서 오해를 풀다 
빅 피쉬 (2004) 

감독 팀 버턴 

주연 이완 맥그리거, 앨버트 피니 

 

어린 시절 아버지의 허풍에 질려 집을 떠난 주인공 ‘윌’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윌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창고에서 아버지의 물건을 뒤지며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기 위한 추적을 시작한다. 죽음 앞에서 평생 간직했던 가족 간 오해가 풀리는 과정에 주목할 것. 기괴한 영상미로 유명한 팀 버턴 감독의 작품이지만 다른 작품과 달리 유쾌하고 밝은 톤의 영화다. 

 

 

인간의 존엄과 죽음 사이 
아무르 (2012) 

감독 미하엘 하네케 

주연 장루이 트랭티냥, 에마뉘엘 리바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노부부 ‘조르주’와 ‘안느’. 어느 날 안느가 갑자기 마비 증세를 일으킨다. 조르주는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하루가 다르게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잔인한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죽음 앞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질문하는 영화. <타임>이 선정 한 2012년 최고의 영화다. 

 

 

죽음에 대한 역발상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8) 

감독 데이비드 핀처 

주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80세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다 최후에는 신생아가 되어 숨을 거두는 ‘벤자민’의 기묘한 이야기. 출생과 성장, 사랑과 결혼, 황혼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도식을 백팔십도 뒤집어보게 되는 영화다. 죽는다는 것과 아기가 되어 존재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 사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자문하는 순간, 인생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 영화.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을 뿐, 마지막 도착하는 곳은 같다. 

They’re on different paths, but the last stop is the same.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중

 

 

고독사를 통해 본 삶과 죽음의 의미 
스틸 라이프 (2014) 

감독 우베르토 파솔리니 

주연 에디 마산, 조앤 프로가트 

 

고독사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르는 일을 하는 런던의 공무원 ‘존’. 그의 주 업무는 잊혀진 의뢰인의 유품을 단서 삼아 아무도 듣지 못할 추도문을 작성하는 것이다. 어느 날 존의 맞은편 집에 살던 ‘빌리 스토크’가 변사체로 발견되고, 존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빌리의 삶을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존은 인생의 숭고함을 깨닫는다. 고독사를 통해 사랑과 상실, 기억, 사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소울 (2021) 

감독 피트 닥터 

주연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음악 교사로 일하는 ‘조’는 꿈에 그리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 기회를 얻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의 세계에 떨어지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인간의 영혼이 타고난 재능과 목적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드러나는 반전을 통해 인생 전체를 돌아보게 만든다.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호평받은 영화.

 

 

 

BOOK

 

논리와 이성으로 바라본 죽음
<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케이건, 엘도라도) 인문

17년 연속 예일대학교 최고 명강의이자 아이비리그 3대 명강의 중 하나인 강의를 책에 담았다. 셸리 케이건은 심리적, 종교적 해석을 배제하고 오직 논리와 이성으로 죽음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고찰한다. 책은 죽음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가득하지만,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질문으로 마무리한다. 저자는 ‘삶을 위해 죽음을 대면해야 한다’는 냉철한 논리로 독자에게 날카로운 위로를 전한다.

 

정말로 중요한 건 이것이다. 우리는 죽는다. 그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남은 시간이 소중한 이유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김범석, 흐름출판) 에세이

종양내과 전문의가 만난 암 환자와 그 곁을 지키는 사람들, 의사로서 솔직한 속내를 적었다. 수많은 죽음을 바라보며 저자는 유한한 삶을 인정하는 것이 남은 생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며 삶을 정리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분명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의 생은 유한하기에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지만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주어진 남은 날들을

조금 다르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후회 없이 살고 싶다면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정현채, 비아북) 인문

의사의 시각에서 죽음을 바라본 책으로, 그는 과학적 연구 성과를 토대로 죽음을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문이라고 보았다. 근사 체험은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예로, 단순한 미신이나 뇌의 오작동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죽음은 은연중에 금기시되는 주제지만, 자기만의 죽음관을 갖는 건 주어진 시간을 보다 값지게 살게 하는 동기이자 존엄한 행위라고 확신한다.

 

죽음의 실체가 소멸이 아니고 옮겨 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장례 준비가 부담스러울 것이 없다.

 

 

죽은 자의 이야기
<죽음>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소설

소설 속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는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아 영혼이 된다. 영매의 도움으로 자신의 시신에서 타살 흔적을 발견한 그는 쌍둥이 형, 출판사 편집자, 평론가 등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자기 죽음을 파헤치기 위한 추리를 시작한다. 소설 속 주인공이 현실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연상시키는데, 이를 통해 사후세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늘 생각하면서 잘못 살아왔다. 죽음이 닥치고 나니 알겠다. 중요한 일들을 미루기만 하면서 살았다.

 

 

잠시 스쳐가는 인생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법정·최인호, 여백) 에세이

2003년 4월, 길상사 요사채에서 법정 스님과 최인호 작가가 네 시간에 걸쳐 나눈 대담을 엮은 책이다. 두 사람은 행복과 사랑, 삶과 죽음, 시대정신과 고독 등 열한 가지 주제를 논하며 깊이 있는 사색을 나누었다. 책은 최인호 작가가 법정 스님을 떠나보낸 뒤 만들기 시작해 두 사람 모두 세상을 떠난 뒤 발간되었다.

 

죽음을 인생의 끝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시대 최고 석학의 메시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이어령, 열림원) 인문

인터뷰어 김지수가 1년에 걸쳐 진행한 열여섯 번의 이어령 인터뷰를 엮은 책으로, 삶과 죽음, 사랑, 용서, 종교, 과학, 꿈, 돈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두 사람의 대화를 담았다. 이어령 선생은 암 선고 후 항암 치료를 마다하고 시한부 인생을 살았다. ‘육체는 사라져도 말과 글은 남는다’는 그의 인터뷰에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네.

 

 

 

후회 없이 살아야 하는 이유
<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갈매나무) 에세이

저자는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라고만 생각하면 두려움에 짓눌려 남은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반면 삶의 온갖 시련과 곤경은 우리 영혼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니 ‘오늘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성장한다면 우리는 지금의 모습보다 훨씬 아름다워질 것이며, 죽음도 결코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진정으로 사는 사람들은 삶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풀지 못한 한이나 이룰 수 없는 바람을 품지 않는 것이다.

 

 

 

저작권자 © 덴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