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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먹다 하나가 죽으면 탕후루 때문일지도

마라탕에 이어 새로운 대세로 급부상한 중국 간식. 탕후루가 한국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설탕 시럽 가득한 탕후루는 어쩌다 대세 간식이 된 걸까?

에디터가 사는 동네의 핵심 상권에 ‘왕가탕후루’ 매장이 입점했다. 주변 상권에서 ‘서울 3대 마라탕’이라 불리던 마라탕집이 사라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탕후루가 인기다. 거리를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탕후루 매장을 찾을 수 있다. 최근 강남역 인근 탕후루 매장에서 내건 월급 375만원이라는 높은 급여의 구인 공고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탕후루 인기의 주축은 1020세대, 즉 ‘젠지(Gen-Z)’ 세대다. 탕후루를 사기 위해 교복 입은 학생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섰다.

 

‘제로’ 음식이 대세를 이룬 요즘, 탕후루가 대세로 떠오른 이유를 알아봤다.

 

중국 전통 간식, 탕후루

탕후루는 각종 과일을 꼬치에 꿴 뒤 녹인 설탕을 입혀 만든다. 녹은 설탕이 딱딱하게 굳어 과일을 감싼 모습인데,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식감과 동시에 촉촉한 과즙을 맛볼 수 있다. ‘겉바속촉’의 식감이 탕후루의 매력인 셈이다.

 

중국에선 전통 간식 ‘빙탕후루(冰糖葫芦)’라고 부른다. 산사나무 열매를 막대에 꽂은 뒤 설탕 시럽을 입혀 먹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이것이 점차 발전해 현대에는 딸기, 토마토, 샤인머스켓, 귤, 블루베리, 파인애플 등 다양한 과일로 탕후루를 만든다.

 

탕후루는 원래 약으로 쓰기 위해 만들었다. 과거 중국 송나라 황제 송광종의 후궁이 병으로 고생하며 회복하지 못하자 한 한의사가 새콤달콤한 사과 맛이 나는 산사나무 열매와 설탕을 함께 달여 먹였다. 이후 후궁의 병세가 호전되자 백성들 사이에 건강식으로 유행하며 전통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간식

탕후루가 국내에서 인기를 끈 건 요즘 일이 아니다. 홍대나 명동 등 중국인이 몰리는 지역의 포장마차에선 탕후루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최근 틱톡, 유튜브를 통해 ‘탕후루 먹방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탕후루를 처음 본 1020세대의 흥미를 끌었다.

 

그럼에도 유독 얼마 전부터 탕후루의 인기가 거세다. 탕후루 자체가 미디어 콘텐츠에 적합한 간식이기 때문이다. 탕후루는 딸기, 청포도, 귤 등의 과일이 주재료다. 이 과일들은 빨강, 초록, 노랑 등 각각 뚜렷한 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그 때문에 이들을 한데 엮어 만든 탕후루는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보는 재미마저 느껴진다. 시각 이미지가 중요한 SNS 플랫폼에서 알록달록한 탕후루의 색감은 강점이 된다.

 

더불어 탕후루를 베어 물 때 나는 바사삭 설탕 시럽 깨지는 소리는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콘텐츠에 유리하다. 간단한 제조법 덕에 인플루언서가 탕후루 제작 영상을 찍기 쉽다는 점도 탕후루 인기에 힘을 더한다. 시각, 미각, 청각을 사로잡는, 그야말로 ‘인스타그래머블’한 간식인 셈이다.

 

국내 최초 탕후루 프랜차이즈 ‘왕가탕후루’에 따르면, 점포 수가 지난 2월 50여 개에서 7월 300여 개로, 반년도 안 되는 새 6배가량 늘었다. 냉동 간식 ‘아이스 탕후루’도 덩달아 인기를 얻었다. 구매 대행 서비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7월 24일 기준 아이스 탕후루 판매량이 전년 대비 780%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0대가 가장 많이 검색한 냉동·간편 조리식품이 ‘탕후루’라는 점에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다양하게 변주되는 탕후루

탕후루가 한국에 상륙한 이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빙수의 계절 여름이 다가오자 SNS에선 ‘탕후루 빙수’가 인기를 끌었다. 탕후루에 꿴 과일을 알알이 떼어낸 뒤 곱게 간 얼음에 얹은 모양새다. 탕후루 특유의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에 바삭한 식감까지 더한 빙수다.

 

귤을 통째로 꽂는 ‘통귤탕후루’도 인기다. 제주도 동문시장에서만 판매하는 탕후루로, 유튜브와 틱톡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흔히 판매하는 ‘귤탕후루’에는 귤을 한 쪽씩 낱개로 꽂는 데 비해, 통귤탕후루에는 귤 3개를 통째로 꽂는다. ‘귤국’으로 불리는 제주도의 통 큰 간식인 셈이다.

 

탕후루를 직접 만드는 콘텐츠도 인기다. 탕후루는 한 개에 3천~4천원으로, 가볍게 즐기기엔 다소 비싼 간식에 속한다. 탕후루의 주 소비층이 1020세대인 만큼 보다 저렴하게 탕후루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직접 만드는 ‘이색 탕후루’ 콘텐츠는 유튜브 숏츠와 틱톡 등 ‘숏폼’ 영상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직접 만들다 보니 다양한 조리법으로 이색적인 탕후루를 소개해 주목받은 것이다. 전자레인지와 종이컵으로 쉽게 만드는 ‘초간편 탕후루’나 설탕 시럽 대신 솜사탕을 입힌 ‘솜사탕후루’가 그 예다.

 

탕후루 인기의 이면

탕후루의 인기만큼이나 논란도 거세다. 탕후루 소비가 많아지면서 탕후루를 다 먹은 뒤 꼬치와 종이컵을 아무 데나 버리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설탕 시럽으로 만드는 탕후루의 특성상 꼬치와 종이컵엔 끈적한 설탕 시럽이 묻어 있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벌레가 꼬이거나 바닥에 끈적한 자국이 남기 십상이다.

 

특히, 탕후루 매장 주변 상인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매장 내부로 탕후루 쓰레기를 가지고 들어와 처리하기 곤란하게 만들거나, 매장 주변에 벌레가 많아졌다는 이유다. 최근엔 탕후루 반입을 금지하는 ‘노 탕후루 존’ 매장이 생길 정도다.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탕후루가 골목 상인은 물론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 도로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탕후루가 취향 따라 호불호가 갈리듯, 탕후루를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도 분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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