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속도·거리 UP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으로 대표되는 독일 완성차 3사는 이번 행사에서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살린 전동화 방향성을 제시했다. 가장 눈길을 끈 차량은 벤츠가 내세운 새빨간 ‘CLA 콘셉트’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디자인은 앞서 벤츠가 만들어 온 디자인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대신 벤츠를 상징하는 ‘삼각별’이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안에서 빛나도록 설계했다. 이는 벤츠가 힙한 젊은층을 겨냥해 전체적으로 외관을 젊게 꾸민 차량으로, 양산차에서도 이번 행사에서 공개된 콘셉트카의 모습이 상당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새 디자인은 어디서 보더라도 벤츠임이 드러난다. 전면은 274개의 작은 삼각별이 중앙의 커다란 벤츠 로고를 감싸는 형태로 디자인 됐고, 휠 하나에 396개, 선루프에는 652개의 작은 삼각별을 배치했다. 차체 외관에만 무려 2,519개의 삼각별이 새겨진 것이다. A클래스에 기반한 차라고 보기 힘들 만큼 긴 전장과 넓은 전폭을 자랑하는 점도 특징. CLA 콘셉트는 전장(차 길이) 4,740㎜, 전폭(차 너비) 1,949㎜, 전고(차 높이) 1,428㎜로 A클래스 치고는 꽤 넉넉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고가 트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저가 트림을 고를 수 있다는 점도 특징. 고가 트림의 경우 1회 충전으로 최대 750㎞(유럽 WLTP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는 점도 꽤나 매력적이다.
BMW는 ‘안방’ 뮌헨에서 새 비전을 담은 콘셉트카 비전 노이어 클라쎄를 선보였다. BMW의 차세대 제품군인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콘셉트 모델이다. 노이어 클라쎄는 ‘뉴 클래스’를 의미하는데, 그만큼 전기화, 디지털화, 순환성을 제대로 갖춘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차량을 내놓겠다는 게 BMW 구상이다. 충전 속도가 기존보다 30% 빨라지고, 연비 효율도 25% 늘렸다는 게 BMW 설명이다. BMW의 상징과도 같은 전면 그릴이 한층 날렵해진 모습이 특징이다.
BMW는 이번 행사를 통해 5시리즈 순수 전기 모델인 뉴 i5와 함께, 최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술을 탑재한 모델까지 선보였다. 이는 최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출시된 ‘뉴 5시리즈’ 라인업에 포함된다. 뉴 5시리즈 PHEV 모델은 차체 하부에 장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공간 절약 구조로 배치해 차체 무게 중심을 낮추고, 총 520리터에 달하는 트렁크 적재 공간을 확보하면서 품격과 함께 실용성까지 갖춘 모습이다.
폭스바겐은 IAA 무대에서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모델 라인업을 공개했다. 폭스바겐은 2027년까지 2만5000유로(약 3500만원) 이하의 콤팩트 모델부터 패밀리 세단에 이르기까지 총 11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해 자동차 제조 기업 중 가장 폭넓은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동화 시대를 열어갈 GTI 모델의 청사진 ‘ID. GTI 콘셉트’를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SUV와 세단의 중간 격인 해치백 모델인 ‘ID. GTI’ 콘셉트는 ‘미래형 폭스바겐 골프’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외관은 기존의 골프와 비슷한 디자인을 유지했다. 여기에 내부에는 소프트웨어와 인포테인먼트를 강화하고, 대형 디스플레이로 차량 내부에서 즐기는 시간도 즐겁도록 만들었다. 운전의 즐거움과 지속가능성이 완벽히 조화를 이룬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스포츠카로 자리매김할 ‘에이스’ 역할을 할 것으로 폭스바겐은 기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더 안전하고 즐겁게 진화
자율주행 시대까지 내다본 전장 기술도 이번 행사에서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사실상 운전을 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을 때의 안전과 즐거움을 높일 수 있는 기술들이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삼성이 ‘전장 군단’을 꾸렸는데,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그리고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가 웬만한 자동차 브랜드만큼 큼직한 전시 공간을 차리면서 국내외 관람객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특히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겨냥한 높은 품질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탑재가 늘어나고 있는데, 삼성디스플레이는 주도권을 잡겠다며 이번 전시회에 나섰다. 이번 행사에는 동그랗게 말리는 디스플레이(롤러블)를 비롯한 차량에 최적화된 디스플레이 기술을 대거 선보였는데, 실제 BMW ‘미니’의 새 모델에 탑재된 원형 디스플레이가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다. 젊은층을 타깃으로 출시한 미니에 알맞은 콘셉트, 여기에 화질에 터치감까지 제대로 갖춘 점이 인상적이다.
타이어와 브레이크, 엔진 부품 판매로 150년 동안 성장해 온 콘티넨탈 부스에서는 ‘스마트 콕핏(운전석)’ 구현을 위한 차량용 고성능컴퓨터(HPC), 미래의 브레이크 시스템, 도로 주행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새로운 콘셉트 타이어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층 진화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통합해 사실상 운전자가 차량 안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중국 브랜드 약진
이번 IAA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유럽 진출 확대 발판 무대라는 평가도 많았다. 북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중국 완성차와 배터리, 소재 등에 대한 진출 제한이 커진 만큼 유럽 시장으로 눈길을 돌린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대거 이번 무대에 섰다. 지난해 파리모터쇼에서 프랑스 완성차 회사인 르노, 스텔란티스와 비슷한 규모의 전시장을 꾸렸던 BYD는 이번 행사에서도 가장 큰 전시장을 꾸린 회사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 행사 기간 중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그룹, 보쉬 등과 함께 뮌헨 도심에 ‘오픈 스페이스’까지 차리는 등 유럽 고객 시장에 한걸음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실제 현장에서는 BYD의 다양한 전기차 가운데서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 이력이 있는 전기 SUV 씰U에 직접 타보기 위해 줄을 선 관람객이 많았다. 차량 본체와 블레이드 배터리(Blade Battery)를 통합하는 BYD의 최신 기술인 ‘CTB(Cell-to-Body)’를 활용해 구조적으로 더욱 튼튼하게 설계했고 안전성 또한 높인 점이 특징인 데다, 실제 차량 내부에 탑재된 인공지능(AI)에 주변 음식점 검색이나 공항까지의 이동 거리 산출 등을 물어보니 수월한 정보 검색이 이뤄졌다.
흥미로운 브랜드명 ‘포르띵(Forthing)’도 꽤나 수준 높은 전기차를 앞세워 전시장 한 켠을 차지했다. 엠블럼 형태마저 독일 브랜드 포르쉐와 비슷했는데, 엄연히 5대 자동차그룹으로 꼽히는 둥펑(凍風) 자동차가 야심 차게 내놓은 고급화 브랜드였다. 포르띵은 둥펑자동차의 후속 브랜드로 2년 전 출범해 다양한 차를 내놓았다는 게 둥펑자동차 설명. 이를 지켜본 국내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배터리를 함께 생산하는 BYD와 세계 최대 배터리사인 닝더스다이(CATL) 기술력이 이미 국제무대에서 입증된 데다 차량 제조 또한 자동화가 이뤄져 불량률도 높지 않다”며 “가격 경쟁력 또한 높아 만만하게 볼 상대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