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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췌관 검사와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ERCP, 의료진의 ‘호흡’이 가장 중요

담췌관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가장 중요한 시술로 꼽히는 ERCP(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 한일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김동춘 부장은 ERCP를 시행할 때 ‘시술자와 보조자의 호흡’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김동춘 · 소화기내과 전문의 · 한일병원 내과계 진료부장 · 췌담도내시경 인증의 ⓒDen
김동춘 · 소화기내과 전문의 · 한일병원 내과계 진료부장 · 췌담도내시경 인증의 ⓒDen

D 췌장과 담낭 관련 질환을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췌장에 발생하는 질환으로는 급성 및 만성 췌장염, 췌장암, 췌장의 낭성 종양, 췌장의 내분비 종양 등이 있다. 췌장질환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거나 애매한 경우가 많아 조기에 췌장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상 검사, 혈액 검사 및 췌장 기능 검사를 적절히 시행한 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ERCP로 진단이 정확해지고,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 초음파 내시경 유도 아래 조직 검사 등을 통해 다양한 방면으로 진단적 접근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다.

담낭과 담도는 복부의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는 만큼 이 부위의 질환은 췌장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을뿐더러 다른 소화기계 장애의 증상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아 조기에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D 췌장과 담낭에 연결된 췌관, 담관의 역할도 중요하다는데

담관, 췌관은 담즙과 췌장액이 흐르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결석 등으로 막히게 되면 급성췌장염이나 담관염, 또는 담관암에 걸리기도 한다. 췌장암의 90% 이상은 췌관에서 발생하는 선

암이다.

D 췌장과 담 낭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가 장 중요한 시술인 ERCP에 대해 설명해 달라

ERCP는 식도와 위를 지나 십이지장까지 내시경을 삽입한 뒤 십이지장 유두부라고 하는 작은 구멍을 통해 담관 또는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한다. 동시에 엑스선 촬영기를 이용해 담관과 췌관의 영상을 얻어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ERCP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황달 치료 방법으로 내시경적 담즙 배액술이나 담도결석 제거를 위해 주로 시행한다. 이 밖에도 복부 CT나 MRI 결과가 애매한 경우나 십이지장과 유두부의 관찰이 필요한 경우, 또는 췌액 채취가 필요한 경우, 췌장암이나 담도암의 조직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시행한다.

ERCP 시술 모습 ⓒDen
ERCP 시술 모습 ⓒDen

ERCP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술이

까다롭고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시행해야 한다.

D ERCP를 응급으로 시행하기도 하나?

예를 들어 담관염이 많이 진행되어 환자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패혈증이 생기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에 응급으로 시행한다. 또 담석으로 인한 급성췌장염이 생기면 48시간 이내에 ERCP를 시행해야 한다.

D ERCP는 일반 내시경보다 어렵다고 들었다. 일반 내시경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ERCP 시행 시 사용하는 십이지장경은 일반 내시경보다 직경이 넓고, 검사 시간도 길다. 또 간혹 시술 후 심각한 합병증(천공, 출혈, 췌장염 등)도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시행해야 한다.

D 담석을 발견하면 어떻게 제거하나?

크기가 큰 담석은 특수 기구를 사용해 담석을 부순 뒤 제거한다. 시술 성공 가능성은 70~95% 정도다. 담석의 크기나 환자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담석이 너무 깊이 있거나 크기가 크면 실패할 수도 있다. 담석 제거가 어려울 경우에는 스텐트를 삽입해 담도배액술을 시행하고, 추후에 담석 제거술을 여러 차례 시행한다.

D ERCP 시행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의사의 숙련도와 최신 장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술자와 보조자 간 호흡이라고 생각한다. 내시경을 할 때 보조자가 가이드 와이어를 잡고, 이를 따라 함께 움직이며 시술자가 액세서리를 넣어야 하는데, 이때 호흡이 맞지 않으면 가이드 와이어가 담도에서 빠져버린다. 이렇게 되면 가이드 와이어를 다시 넣어야 하고, 다시 넣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시술 시간이 길어지고, 시술 자체가 중단되기도 한다.

D ERCP를 연습할 수 있는 트레이닝 모듈을 직접 개발했다고

시술자와 보조자 간 호흡이 중요한데, 정작 실제 내시경을 할 때가 아니면 연습할 기회가 없었다. 나 역시 우리 병원에서 처음 ERCP를 시행할 때 보조자와 호흡을 맞추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지금은 서로 눈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정도지만.(웃음) 이런 고충은 ERCP를 시행하는 모든 의료진이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해서, 시술자와 보조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모듈을 만들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화기내시경센터 간호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발 작업에 돌입했고, 2년 정도 걸려 개발에 성공해 특허권까지 땄다. 최근에는 대한췌장담도학회에서 트레이닝 모듈을 이용해 보조자들에게 트레이닝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직접 개발한 트레이닝 모듈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는 김동춘 부장과 특허증 ⓒDen
직접 개발한 트레이닝 모듈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는 김동춘 부장과 특허증 ⓒDen

D 개발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지금은 모습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처음에는 문구점에 가서 재료들을 구입해 직접 다 제작하면서 만들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이다 보니 처음 완성한 프로토타입은 너덜너덜했다.(웃음) 이러한 고민과 고생이 결실을 맺어 탄생한 트레이닝 모듈은 실제 내시경 환경, 그리고 내시경이나 가이드 와이어를 삽입할 때 받는 저항감이나 느낌도 거의 비슷하게 구현했다. 또 크기가 너무 크면 연습하기 힘들기 때문에 콤팩트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가방 형태로 제작했다.

D 앞으로의 계획은?

최근 우리 병원에서 ERCP를 2800례 달성했다. 개발한 트레이닝 모듈을 가능한 한 많이 보급해 우리 병원뿐 아니라 다른 병원의 ERCP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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