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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의 정석' 게임 전문 변호사 이철우

게임 이용자들의 곁에 서서 유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가 있다.
바로 게임 전문 변호사이자 30년간 다양한 게임을 섭렵한 이철우 변호사다.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게임 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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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게임·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협회장

언제부터 게임에 빠지게 되었나?

다섯 살 무렵 할머니께서 생일 선물로 닌텐도사에서 출시한 게임기 ‘패미컴(패밀리 컴퓨터)’을 사주셨다. 그걸로 ‘이얼 쿵후’, ‘서커스 찰리’, ‘근육맨 머슬 태그 매치’ 등을 플레이했다. 그 게임기로 한 게임을 제외하고 처음 제대로 즐긴 게임은 ‘슈퍼 마리오 RPG’와 ‘슈퍼로봇대전’이다. 두 게임을 시작으로 약 30년간 여러 가지 게임을 열심히 해보고 있다.

 

게임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

게임은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다. 우리나라의 법 제도나 판례도 게임물의 중요한 특징으로 이용자와 매체 간 상호작용을 꼽는다. 책이나 영화, 만화는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관찰하는 느낌이지 않나. 내가 움직이는 캐릭터가 내 선택에 따라 세상을 구한다는 것이 너무나 짜릿했다.

 

변호사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다양한 사건을 다루면서 여러 분야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 어릴 때부터 변호사를 꿈꿨다. 변호사라는 꿈이 내 안에 확고히 자리 잡게 된 데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플레이한 게임 ‘역전재판’의 영향이 컸다. ‘역전재판’은 변호사가 되어 진실을 파헤치고 법정에서 대결을 펼치는 어드벤처 게임인데, 당시 나는 게임 속 변호사 캐릭터에 푹 빠져 있었다. 게임 속에서 억울한 사람들을 구해 주고 어려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면서 변호사라는 직업의 매력도 느꼈다. 물론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지 않았지만.

 

게임을 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절제만 잘 한다면 게임은 학업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효과적이고 가성비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로스쿨에 들어가서도 게임을 많이 했다. 그때 한 게임은 ‘하스스톤’이나 ‘스타크래프트 2’다. 짬 날 때마다 ‘아르타니스’가 되어 우주를 구하러 나갔다.

사실 나도 절제를 잘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혼자서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임은 챕터가 나뉘어 있으니 특정 시점에서 스스로 끝을 맺을 수 있는데,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경쟁 게임은 혼자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맺고 끊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최대한 학업과 게임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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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은 무엇인가?

PC, 모바일, 콘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게임을 즐긴다. 혼자 집중해서 게임을 할 때는 PC나 플레이스테이션을,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할 때는 스위치를 이용한 파티 게임을 한다. 모바일게임은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기는 편이다. 요즘 하는 게임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와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 오‘ 버쿡드’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인터뷰 장소에 오기 전까지 플레이했다.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편인가?

나름 멘사 회원이기도 하고, 빠른 게임 컨트롤 능력을 갖춘 ‘피지컬’파보다는 머리를 쓰는 ‘뇌지컬’파에 가까운 편이라 시뮬레이션 장르를 가장 좋아한다. 여러 가지 전략과 배치를 머릿속으로 충분히 고민해 그 결과를 확인하는 것에서 흥미를 느끼는 편이다. 목표를 가지고 캐릭터를 육성하고, 그 캐릭터를 잘 배치해 경기에서 우승하게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재밌다.

 

게임 실력이 궁금하다

지금 하고 있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한 달에 한 번씩 유저 사이에서 경쟁 콘텐츠가 열리는데, 거기에서 아홉번 우승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플래티넘, ‘하스스톤’은 전설 등급까지 갔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만큼 실력도 나름 괜찮은 편이다.

 

여러 게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하나 꼽는다면?

좋아하는 게임을 다 이야기하자면 열 손가락에 꼽아도 모자란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게임은 우리나라 최초의 P2E 게임(플레이하며 가상화폐를 버는 유형의 게임)이자 현재는 등급 분류가 취소된 ‘파이브스타즈’다. P2E 게임의 국내 서비스 가능 여부를 다루는 소송을 맡으면서 접하게 되었는데, 재판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어 1년 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플레이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 재판에서 이기면서 우리나라 게임들이 코인과 NFT를 접목해 사행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왜곡되는 걸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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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서 업무를 하다 보면 게임을 즐길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

여유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이전보다 게임을 덜 하지는 않는다. 사무실에도 대형 TV와 피겨를 가져다 두고, 게임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꾸몄다. 핑계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게임 전문 분야 등록을 한 후에는 게임에 과금하는 것도 일을 위한 투자처럼 느껴진다. 취미이지만 엄연히 업무이기도 하니 주변 사람들도 관대하게 봐주는 것 같다.

 

처음부터 게임 전문 변호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나?

아니다. 게임은 단순히 취미의 영역이었는데, 변호사가 되고 난 이후 게임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 굉장히 많아졌다. 대형 게임사들이 공동대표로 법률가를 내세우거나 대형 로펌들이 앞다퉈 게임 센터나 전담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전문 분야 등록을 하기 위해선 25건 이상의 관련 분야 사건 경험이 필요한데, 게임 분야의 분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많은 사건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여러 사건을 담당하며 좋은 결과를 많이 얻고 나니 게임이라는 전장이라면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전문 분야로 등록했다.

 

게임 관련 사건을 50건 넘게 진행해 왔다. 게임 전문 변호사는 어떤 사건을 주로 담당하나?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게임사 간 저작권 분쟁 혹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분쟁, 소비자 단체 소송, 게임사와 게임 관리 위원회 간 등급 분류 관련 소송이다. 이제까지는 세 번째 유형의 소송을 많이 해왔는데, 최근에는 소비자 단체 소송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 단체 소송은 쉽게 말해 소비자와 게임사 간 소송이다. 게임사에서 유저들에게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며 확률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소비자들이 단체 소송을 제기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게임사와 협업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는 대형 로펌보다 변호사로서의 역량이 조금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게임을 가장 잘 아는 변호사라서 게임 사건에 한해서라면 누구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게이머라고 생각하는 만큼 나라도 이용자 편에 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게임을 해온 경험이 게임 분야 소송 준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사건을 이해하고 의뢰인들과 소통하는 것이 수월한 편이다. 게임 관련 사건을 수행하다 보면 법정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검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플레이 방식을 잘 알고 있고 능숙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보니 매끄럽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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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단체 소송을 담당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게임이용자협회를 설립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게임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었다. 2021년부터 유저들이 트럭 시위나 마차 시위를 통해 게임사의 게임 운영 방침을 강하게 비판해 왔는데, 정작 게임 이용자 정책과 제도를 논의하는 자리에 이들의 목소리는 배제됐다. 사건이 일단락되면 소비자 단체 운동이 제도 개선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마무리된다는 점도 답답하고 아쉬웠다.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물론 게임 환경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협회의 목표다. 이와 관련해 지난 총선을 앞두고는 각 정당에 게임 관련 정책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정책과 제도 수립에 관여하는 활동도 중점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취미가 일이 된 것인데, 덕업일치의 삶이 상당히 만족스러워 보인다

취미에 쏟는 관심과 변호사로서의 책임감을 잘 결합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 이 분야에 대한 사건만큼은 내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업무를 할 때는 물론 유저로서 게임을 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된다.

 

게임 전문 변호사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소비자 단체 소송에서 좋은 결과를 내서 게임사로 하여금 소비자를 당당하게 권리 주장을 할 수 있는 주체로 인식하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소비자 단체 소송이 잦아들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또 한국게임이용자협회가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지고, ‘덕업일치 변호사’가 아니라 게임을 사랑하는 순수 게임 이용자가 협회장을 비롯한 임원 자리를 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게임, 더 재미있게 플레이하자

● 중년 게이머에게 추천하는 게임

초보에게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고, 몸을 움직여서 운동도 할 수 있는 ‘링피트 어드벤처’, ‘저스트 댄스’를 권한다. 중수라면 MZ세대나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인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에 한 번쯤 도전해 보자. 고수라면 스토리가 있는 게임에서 특별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 범죄 장르인 ‘GTA 5’, 좀비물인 ‘라스트 오브 어스’ 등을 추천한다.

 

● 요즘 핫한 게임

2023년 최고의 게임으로 꼽히는 ‘발더스 게이트 3’, 새롭게 출시된 콘솔게임인 ‘스텔라 블레이드’, ‘P의 거짓’이 인기다.

 

●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는 법

게임 관련 정보나 영상을 많이 찾아보고, 같이 이야기할 사람을 만들 것. 싱글 플레이 게임이라도 각자 일정 진도까지 진행하고, 소감을 나누면서 플레이하면 훨씬 재밌다. 플레이어들은 ‘뉴비’들의 질문을 환영하니 게임을 처음 한다면 편하게 질문하자.

 

● 게이머 사이에서 통용되는 용어

캐리 팀 게임에서 개인의 역량으로 팀 전체의 승리를 이끈 경우에 사용하는 용어.

탱커, 딜러, 힐러 ‘리그 오브 레전드’, RPG 장르에서 쓰이는 캐릭터의 역할 분류 용어. 순서대로 수비 역할, 공격 역할, 회복 역할을 담당한다.

트롤, 트롤링 악의적으로 다른 게이머에게 피해를 입히는 유저 혹은 그런 행위를 의미하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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