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좋아하는 것으로 공간을 채우다, 장난감박물관 김태유 원장

부산에는 건물 외관부터 독특한 장난감박물관이 있다.
장난감으로 가득한 이곳의 관장이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김태유 요양병원장이라는 사실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곳에는 김태유 원장의 장난감뿐 아니라 그의 동심과 관심, 정성이 가득하다.

 

 

ⓒ Den
ⓒ Den

김태유

윌리스요양병원 원장

부산 장난감박물관 관장

건물 외관부터 화려하다. 장난감박물관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오래된 장난감을 수집해 전시한 공간이다. 장난감의 변천사를 볼 수 있도록 제작 연도, 장난감 종류 등으로 구분했다. 주로 움직이는 장난감을 기준으로 전시했다.

 

‘움직이는 장난감’이라는 기준을 둔 이유가 궁금하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움직이는 장난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장난감을 살펴보면 대부분 새로운 산업기술이 장난감에 먼저 적용된다. 카메라, 청소기, 드론 등의 기술이 그 예다. 움직이는 장난감은 기술 발전까지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 산물인 셈이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동심에 빠지는 건 덤이다.

 

장난감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질문은 많이 받아봤는데, 명확한 계기는 없다. ‘원래 장난감은 다 좋아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편이다.(웃음) 어릴 때부터 움직이는 장난감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던 것 같다.

 

장난감박물관 1층. 장난감과 전시와 더불어 카페를 운영한다. ⓒ Den
장난감박물관 1층. 장난감과 전시와 더불어 카페를 운영한다. ⓒ Den

 

수집을 취미로 즐기는 것을 넘어, 이렇게 박물관까지 마련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장난감을 좋아해 하나씩 계속 수집하다 보니 너무 많은 장난감이 쌓였다. 처음엔 아주 작은 공간을 대여해 장난감을 보관했다. 장난감이 늘어나면서 이곳저곳에서 전시할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너무 여러 장소를 전전하다 보니 한 곳에 정착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그래서 큰맘 먹고 집과 가까운 건물을 매입해 이렇게 전시하게 됐다.

 

박물관이라는 공간 특성상 수익 사업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은데, 오롯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셈이다

그렇다. 장난감박물관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적자다.(웃음) 금전적 이득에 가치를 뒀다면 오래하지 못했을 거다. 개인적으로 장난감을 전시한다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물건인 만큼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가 오른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수익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Den
ⓒ Den

의사는 진료실에만 갇혀 단조로운 삶을 살며

정서적으로 공허함을 느끼기 쉬운 직업이다.

삶에 취미를 더하니 정서적으로 풍성하고 안정감이 생긴다.

남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몰라도 장난감박물관은

내 마음을 풍족하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

처음엔 적극적이지는 않더라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장난감이 계속 쌓이면서 처치가 곤란하기도 하고, 지출도 계속되니 우려를 표한 거다. 얼마간 시기가 지나 미디어에도 종종 노출되고 관심을 받으니 아무 의미 없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듯하다. 이제는 박물관 관리를 조금씩 도와주거나 같이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다.(웃음)

 

두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나? 일상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평일 근무시간엔 진료실에서 일한다. 퇴근 이후나 주말에는 박물관에 가고 요즘은 장난감을 수집하는 것뿐 아니라 망가진 장난감으로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거나 미술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박물관 공간 기획과 작품 전시 기획을 구상하는 셈이다. 평소에 틈날 때마다 기획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영감이 될 만한 작품을 검색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일상의 10%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그렇게 무리가 되는 취미는 아니다.

 

의사와 예술가의 삶을 동시에 사는 셈이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나?

그렇다. 몇몇 움직이는 장난감은 환자를 위한 치료 교구로 사용하기도 하고, 병원 생활에서 영감을 얻어 전시 기획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일례로, 장난감에서 영감을 받아 의료 기구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알약을 직접 섭취하기 힘든 중증 환자를 위해 만든 약 산제기가 그것이다. 알약을 꺼낼 필요 없이 약 봉지째 기계에 넣으면 봉지는 그래도 보존되면서 알약만 분쇄된다.

 

오래전부터 장난감을 만지고 고치며 자연스레 기계 원리와 공학적 지식을 쌓았다. 내가 만약 장난감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의료용 치료 교구나 기기를 만들 일이 없었을 것이고, 내가 의사가 아니었다면 의료기기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거다. 전혀 다른 분야라도 각각의 삶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는다.

 

장난감이 움직이는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에 업로드하기도 한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20만 구독자를 보유했다. ⓒ Den
장난감이 움직이는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에 업로드하기도 한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20만 구독자를 보유했다. ⓒ Den

공간에 들어섰을 때 내가 행복하다면,

그 자체로 공간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돈 생각하고 시작했다면 지금까지 이어오지 못했을 거다.

 

별도의 공간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없나?

현실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규모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적자가 이어지다 보니 이 공간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장난감이 더 생겼을 때 필요한 공간에 대한 걱정도 금전적 걱정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땐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실적 관점에선 조금 손해라 해도 그리 뼈아프진 않다.

 

장난감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당연하게도, 방문객들이 장난감을 보고 좋아할 때다. 전에 한 어린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박물관에 왔는데, 그 아이가 박물관 전체를 열 번 정도 돌고 갔다. 사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 만큼 미적으로 예쁜 장난감들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 아이가 얼마나 좋았으면 그렇게 여러 번이나 둘러보고 갔을까 싶다. 아이가 느꼈을 기쁨과 행복감을 생각하면 너무나 뿌듯하고 보람차다. 아이가 어떤 꿈과 희망을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박물관에서의 순간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박물관의 가치는 충분할 것 같다.

 

동심을 간직한 만큼 ‘비전’이 아닌 ‘꿈’이라는 단어로 미래를 묻고 싶다

두 가지 정도다. 먼저, 장난감을 수집하는 것뿐 아니라 장난감으로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 지금도 틈날 때마다 기계장치를 새로 만들거나, 영상이나 음악을 입히는 등 복합 예술 작업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장난감이라고 해서 어린아이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작품이 더 많아지면 별도로 새로운 예술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더 나아가 장난감박물관이 ‘부산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 명소’, ‘한국 여행 중 꼭 한 번 가볼 만한 여행지’가 되길 바란다. 당장엔 허황된 꿈 같지만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장난감인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박물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시간은 내 편이다.(웃음)

 

ⓒ Den
ⓒ Den

 

새 공간을 갖길 원한다면 주목하자

➀ 집과 가까운 곳에 공간을 두자

취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니 집과 멀면 찾아가는 것도 일이 된다. 그러다 보면 공간을 자주 찾지 않게 되고, 공간 낭비로 이어진다.

➁ 부동산 가치 상승에 큰 기대를 갖지 말라

물론 상황에 따라, 공간에 따라 다르다. 부동산 가치에 대한 기대가 크면 취미를 즐긴다는 본래 목적이 희석될 수 있다. 금전적 가치에 목메어 스트레스받지 말고, 취미와 가치에 목적을 두며 공간을 즐기자.

➁ 수익 사업이 아니어도 괜찮다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면, 돈에 얽매일 필요 없다. 돈을 많이 모아도 쓸 줄 모르면 의미가 없다. 생활에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즐기자.

 

 

 

저작권자 © 덴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