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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의 동행, 비약물적 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이 관건

‘치매는 불치병’이라는 말은 옛말이다. 국내 유일의 보건복지부 지정 신경과 전문 병원인 해븐리병원 이은아 원장은 “치매는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조절하고 관리하는 질환”이라고 말한다. ‘치매 치료의 선봉장’ 이은아 원장에게 비약물적 치매 치료 방식과 관리 방법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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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아

해븐리병원 원장

대한신경과의사회 고문

국내 유일 보건복지부 지정 신경과 전문 병원이 됐다

2008년에 병원을 열고 지금까지 신경계 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치료해 오고 있는데, 그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고령화사회에는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뇌전증, 수면장애 같은 신경계 질환이 크게 늘어난다. 이런 사회 변화에 발맞춰 환자들에게 더욱 섬세한 진료를 제공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신경계 질환에 대한 통합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경계 질환은 단순히 현재 증상을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병 원인과 악화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발병 시점보다 앞선 시기에 뇌 안에 병리학적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기억장애로 병원을 찾았다면 경도인지장애인지 치매인지 판단하는 것을 시작으로 젊을 때부터 지금까지 삶의 패턴을 돌아보며 원인과 악화 요인을 찾아가는 식이다. 이렇게 진료하다 보니 치매를 비롯한 신경계 질환 환자들의 예후가 좋은 데다 환자와 보호자들의 치료 순응도도 높은 편이다.

 

약물 치료와 비약물적 치료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음악치료, 원예치료, 미술치료, 잘돌봄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음악치료는 환자의 수준에 맞는 커리큘럼을 통해 기억력, 언어 능력의 회복을 목적으로 제공한다. 미술치료와 원예치료는 각각 그리기나 식물 기르기 등을 통해 집중력과 시공간 기능,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입원 환자에게 제공하는 잘돌봄치료 프로그램은 두뇌 체조와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활동이다. 최근에는 재활치료센터도 확장 오픈해 신경계 질환 환자들의 재활치료 및 인지재활치료도 제공하고 있다.

 

비약물적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뇌세포 일부가 죽더라도 다른 뇌세포를 훈련시켜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이를 ‘뇌 가소성’이라고 한다. 치매 치료는 약물 치료가 근간이 되어야 하는데, 약물 치료와 함께 비약물적 치료를 병행하면 뇌 가소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내원했을 때 자기 이름을 말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음악치료를 한 후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가락을 붙여 말을 건네면 이름을 말할 수 있게 된다. 말을 언어로 받아들이는 언어 중추와 가락으로 받아들이는 언어 중추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술치료나 원예치료는 공간을 인지하는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뇌를 깨워 손을 움직이거나 보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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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인식이 있다

전체 치매 환자 중 15%는 완치가 가능하다. 우리가 ‘불치병’이라고 여기는 것은 알츠하이머치매인데, 이것 역시 조기 진단을 받고 관리하면 진행 속도를 늦추고 약간의 도움만으로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혈관성치매는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호전이 되어 발병 이전의 상태에 가깝게 생활할 수 있다. 암도 치료 이후 5년 동안 생존하면 ‘완치’라고 하지 않나. 치매도 초기에 진단하면 5년까지 문제 없이 생활하는 분이 훨씬 많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조절하고 관리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치매의 원인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치료제도 나오고 있는 추세다.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우선 치료 약물을 잘 복용해야 하고, 규칙적인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확립해야 한다. 뇌혈관 관리도 중요하다. 뇌혈관이 건강하지 않으면 뇌세포가 빨리 죽고, 치매 증상이 악화된다. 종종 치매 환자가 집안일이나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가 있는데, 몸을 움직이지 않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치매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치매를 앓고 있더라도 집안일을 하거나 모임을 갖는 등 뇌를 활성화할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치매 가족을 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

치매를 형벌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모님이 치매 진단을 받으면 자책하는 분이 많다. 그런데 치매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환자를 혼자 감당하고자 하는 것도 금물이다. 실제로 6시간 이상 혼자 환자를 돌보면 학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 논문도 있다. 치매 발병 사실을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며 다른 가족 구성원과 이웃, 의료진, 국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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