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 現 서울조인트내과의원(류마티스내과) 원장
- 現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자문의(외래교수)
- 現 한국 MSK초음파연구회 회장
- 現 대한임상초음파학회(KACU) 교육이사
- 서울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전임의
- 서울의대 내과 선임 연구원
- 한국근골격계초음파연구회 2대 회장
자가면역질환이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입하면 몸속 면역 세포가 이를 감지해서 이들을 죽이는 항체를 형성한다. 이때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이 사멸하는데, 이런 정상적인 면역 반응을 통해 우리 몸을 외부 침입자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 몸속에서 관절 세포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져 관절에 염증이 생기고 정상적인 관절 세포가 손상되거나 죽는다면? 이렇듯 어떤 원인으로 인해 우리 몸 세포를 죽이는 항체가 발생해서 염증(질병)을 유발하는 상태를 ‘자가(내 몸 세포에 대한) 면역(항체가 생겨서 염증 반응이 생기는) 질환’이라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만들어진 '선천적 면역 시스템'
우리 몸의 면역을 조절하는 시스템은 선천적 면역 시스템(innate immune system)과 태어난 후에 만들어지는 적응 면역 시스템(adaptive immune system)으로 구성된다.
선천적 면역 시스템을 구성하는 세포로는 수상돌기 세포(dendritic cells), 자연살해 세포(natural killer cells), 비만 세포(mast cells), 호산성 백혈구(eosinophils), 호염기성 세포(basophils) 등이 있다. 이들은 적응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병원균(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과 직접 반응해 이들을 사멸시킨다.
환경 요인에 민감한 '적응 면역 시스템'
적응 면역 시스템은 T세포와 B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이 외부로부터 침입한 항원(병원균이나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인식해 항체를 형성하고 이 항체가 항원을 없애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적인 요인에 매우 민감한 이들 세포가 어떤 상황에서 면역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고장 나는 경우가 있다. 흡연, 감염(세균 혹은 바이러스), 유전자 돌연변이 등의 상황을 들 수 있다.
T세포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외부에서 침입한 병균만을 공격해 사멸시킨다. 이들 T세포의 기능이 잘못 작동하면 자가면역질환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B세포는 알레르기 유발 항원을 인식해 항체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 세포가 기능을 잘못해 내 몸 세포를 적으로 인식하고 항체를 만들면 이 또한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등이 대표적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을 이루고 있는 활액막의 세포에 대해 자가 항체가 생기거나 염증 유발 물질을 분비하여 관절 세포를 공격, 관절염을 유발하는 병이다. 쉐그렌증후군은 침샘과 눈물샘 세포에 대한 항체가 생겨 침이나 눈물이 나오지 않는 병이다. 이와 같은 자가면역질환 중에서도 대표 주자로 꼽히는 루푸스는 내 몸속 모든 종류의 세포에 자가 항체가 생기는 무서운 병이다.
아직은 자가면역질환을 완전히 정복하지 못했지만, 예전에 비해 원인 규명이나 치료 방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예후(병의 증세와 경과)가 매우 좋아졌다. 암을 정복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듯이, 앞으로 몇 년 안에 지금보다 훨씬 획기적인 치료 약제가 개발되고 추가적인 원인이 밝혀져 자가면역질환을 완치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