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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재활까지 책임진다” 어깨 수술 명의의 새로운 도전

어깨 분야 정형외과 교수로서 오직 한 길만 걸어온 ‘어깨 수술의 명인’. 이제는 환자의 재활까지 책임지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천용민 원장을 만났다.

‘어깨 신공(神功)’. 천용민 원장의 뛰어난 어깨 수술 실력을 두고 동료 교수가 붙여준 애칭이다. 천용민 원장은 16년 이상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매년 약 360건의 어깨 수술을 집도했다. 거의 하루에 한 번꼴이다. 어깨 수술이라면 이제 지겨울 법도 한데,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병원을 열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환자의 최종 회복까지 책임지고 싶었습니다.”

어깨는 수십 개의 근육이 얽혀 있어 수술 후 재활이 중요한 부위다. 하지만 중증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에서는 어깨 수술 환자들의 재활까지 세심하게 관리하기 어려웠다.

그는 현재 자신이 꾸린 재활팀은 어깨 치료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실 천용민 원장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인터뷰에 담고 싶어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대화는 자연스럽게 다시 어깨 이야기로 돌아갔다. 어깨 수술에도 골든타임이 있으니 참지 말고 꼭 내원하라는 진심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에는 직접 어깨 재활 운동 방법을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그가 ‘어깨 신공’을 펼칠 수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깨라는 한 분야에 관한 그의 집요한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천용민 원장은···
2007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으로 유학을 떠나 존 워너(Jon J.p. Warner) 교수에게 사사하고 2009년부터 2024년까지 16년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견주관절분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체계적인 어깨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그간 해온 노력을 연세천용민정형외과에서 이어가고 있다. 총 5500여 건의 어깨 수술을 진행했으며, 119편의 SCI 논문을 발표했다.

 

지금 막 수술을 마치고 온 것 같은데, 수술이 많은 편인가?

세브란스병원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6~8건 정도 진행해, 1년에 360건 정도는 한 것 같다. 개원 후에는 지난주부터 수술을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10건 정도다. 대학병원에 있을 때보다 수술 횟수가 많아질 것 같다.

 

대학병원에 있을 때 담당한 환자가 모두 이곳으로 오는 것 아닌가?(웃음)

사실 개원 전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수술 대기 시간만 2년 정도 걸렸다. 지금은 우리 병원으로 옮겨 수술받겠다는 환자도 있고, 그냥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하겠다는 환자도 있다. 세브란스병원 때부터 진료받던 분들이 수술받기 위해 찾아오고 있는 건 사실이다.

 

동료 교수는 ‘어깨 신공’이라고 표현하며 “복잡한 어깨수술에 뛰어난 술기를 발휘해 성공률이 높다”라고 했다

과찬이다. 어깨만 진료한 경력이 20년이 다 되어간다. 한 분야만 계속하다 보니 아무래도 실력이 좀 쌓였을 것 같다. 또 나의 은사인 김성재 교수님이 세브란스병원 같은 좋은 기관에서 많은 환자를 볼 기회를 주셔서 경험도 많아지고 실력이 축적이 된 것은 사실일 것이다. 신중하게 얘기해 수술 실력이 평균보다는 그래도 조금 높지 않나 생각한다.(웃음)

 

원장님이 생각하는 명의의 조건은?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명의라면 한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하고 진료해 경험을 쌓고, 거기에 더해 좀 넓은 시야를 갖고 겸손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술이 잘되었는데 잘못된 재활로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수술한 환자들이 잘 회복할 수 있도록

재활까지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7월호 명의 인터뷰의 주인공은 “수술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동의하는가?

표현은 조금씩 달라도 맥락은 같을 것이다. 성공적인 수술을 많이 해내다 보면 내가 모든 걸 다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 질병이 어느 정도 악화되고, 환자들의 요청이 있으면 수술로 해결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수술을 결정할 때는 고려할 것이 많고, 다른 치료 옵션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조금 더 높은 시선에서 넓게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또 그런 의미에서 항상 겸손한 마음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깨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어깨에는 굉장히 다양한 질병이 생긴다. 골절이나 탈구가 아니라면 급하게 수술할 필요는 없다. 어깨 질병은 많은 경우 퇴행성 변화로 발생하는데, 다른 관절 부위와 마찬가지로 퇴행성 질환은 급히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해도 잘 회복되지 않고, 일상생활이 큰 불편을 초래할 때 수술을 고려하면 된다. 하지만 너무 오랜 기간 비수술적 치료만 고집해 병을 키워서도 안 된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의사와 환자가 잘 조정해 가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어깨 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두 가지 메시지가 있다. 첫째, “참지 마세요.”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세요.”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어깨 질환의 골든타임은 언제인가?

모든 관절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퇴행성 변화로 인해 관절염이 생긴다. 특히 어깨의 경우, 회전근개에 퇴행성 변화가 생겨 파열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 작았던 파열이 점점 커지고 안쪽으로 말려들게 된다. 어깨 수술의 목표는 원래의 해부학적 모양으로 복구하는 것인데, 시간이 경과해 골든타임을 놓치면 힘줄이 안으로 너무 말려들어 원래 상태로 복구하기 어렵게 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더 큰 수술이 되는 것이다. 모든 병이 그렇듯, 초기보다는 중기나 말기로 갈수록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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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수술도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기 때문이다.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안다. 개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9년도부터 교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돌아보면 수술하고, 진료하고, 논문 쓰는 데 내 모든 역량을 쏟았고, 나름대로 교수로서 이루고 싶은 학문적 목표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득 두 가지 생각이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하나는 교수 생활을 오래 했으니 이제는 개원의로서 살아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고, 또 하나는 기관의 한 구성원으로 일하면서 느낀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기관의 구성원으로서 느낀 한계가 무엇인가?

세브란스병원의 시스템이 최고인 것은 사실이지만 재활의 경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환자들을 이끌기가 어려웠다. 예를 들어, 재활의학과에서는 많은 분과를 지원하는데, 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위중한 환자를 위한 재활이 주였다. 마비나 절단 사고로 심각한 장애가 생긴 환자들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진료를 받은 어깨 수술 환자들은 외부 의료기관에서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된 재활 치료가 되지 않았다. 소견서를 아무리 잘 써 보내도 어떤 환자는 하면 안 되는 재활 치료를 받아 결과가 나빠질 뻔한 경우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원하는 재활팀을 잘 꾸렸는지

우리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재활팀은 환자에게 내 치료 스타일을 잘 적용해 주고 있다. 어깨 수술 후 시행하면 안 되는 재활 치료를 너무 잘 알고 있어 믿고 맡길 수 있다.

 

많은 양의 논문과 학술 내용을 보았다. 연구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혹 특이할 만한 최근 연구 내용이 있는지

최근에 정형외과 의사라면 모두 게재하고 싶어 하는 학술지에 중요한 연구를 발표했다. 담배가 모든 근골격계 영역에서 나쁜 영향을 끼치는 건 잘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처럼 해로울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 결과, 전자담배 역시 회전근계 수술 이후 치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다른 연구로는 회전근개파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반대쪽 어깨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0~70%의 환자가 반대쪽 어깨에도 회전근개파열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은 증상이 있든 없든, 한쪽 어깨에 회전근개파열이 있으면 반대쪽 어깨도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득 의사가 되고자 했던 이유가 궁금해진다

어릴 때부터 병치레를 많이 했다. 감기에 너무 자주 걸려서 어머니가 한여름에도 아이스크림을 못 먹게 할 정도로 병을 달고 살았다. 병원에 자주 가다 보니 내가 아플 때 낫게 해주는 가운 입은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그 때부터 막연히 의사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

 

그렇다면 정형외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의대생들은 다양한 실습을 하면서 전공과를 고민한다. 이 때 정형외과는 남학생들이 원하는 리스트에 늘 올라 있다. 당시 실습을 돌기 전 정형외과 관련 수업을 먼저 들었는데,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직접 실습을 하고 나서는 확신을 가졌다. 마침 친한 친구들이 다 같이 정형외과를 지원하기도 했다.(웃음)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는지?

아마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배우기 전에는 자세히 알 수 없었던 인체의 근골격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일 것이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응급 골절 환자들이 수술을 잘 받고 회복해 퇴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EBS <명의>에 출연해 스트레칭과 근력 강화 운동을 추천했다

요즘 운동 붐이 일어 많은 사람이 근력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스트레칭을 더 추천하는 편이다. 나이가 들면 모든 관절이 뻣뻣해져 운동 범위가 줄어든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유연하게 해 관절 운동 범위를 넓게 유지하면 관절염이 생겨도 건강한 관절 못지않게 사용할 수 있다.

 

평소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여가 시간에 하는 활동이 있다면?

친구들을 만나거나 다른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나는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다. 혼자 운동하기보다는 PT 선생님과 함께 운동하는 것을 선호한다. 운동하면서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운동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지나간다.

 

의사로서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앞서 잠깐 얘기했지만, 의과대 교수로서 이루고 싶었던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논문도 많이 발표했고, 좋게 봐주셔서 상도 많이 받았다. 이제 환자들과 더 가까이에서 치료하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 어깨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더 많은 환자를 만나 최적화된 재활팀과 함께 환자의 회복을 돕고 싶다. 나에게 치료받고 싶어하는 환자도 나를 더 쉽게 만나 치료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는 진단부터 수술, 재활까지 잘 연계되어 환자가 잘회복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으로 키우고 싶다.

 

더 나은 진료를 위한 고민이 있다고 들었다

의학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나의 전공의 시절과 비교해도 많은 변화가 감지된다.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면서 환자의 질병을 치료할 무기가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 많은 고민을 주기도 한다. 이제는 환자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 옵션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한다. 앞으로도 더 나은 진료를 위해 이 같은 고민을 계속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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