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가톨릭관동대 황희진 교수의 만성질환 관리 조언

톡톡 튀는 입담으로 유명한 황희진 교수는 “만성질환은 한 세트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앞에는 대사증후군이라는 전조 증상이 버티고 있다. 어렵고도 복잡한 만성질환을 황 교수 특유의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풀어봤다.

황희진 교수
황희진 교수

 

Profile

- 가정의학과 전문의

-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건강증진센터장 겸 진료협력센터장)

 

대사증후군?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신진대사와 관련된 질환이 동반되는 증상. 보통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고밀도 콜레스테롤, 고혈압 및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이 복부비만과 함께 발생하는 질환을 뜻한다. 

 

젊은 대사증후군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첫째는 운동량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일례로 교통수단이 너무 편해졌다. 환승 제도 덕분에 내 차를 타지 않고도 여기저기 가기가 수월해졌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대신 예전에는 조금 걸을 거리도 차를 타게 됐다. 다리 근육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둘째는 식생활 변화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일과에서 밥 먹는 시간의 비중이 줄었다.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밥은 슬로푸드였다. 요리 하나 만드는 데 몇 시간씩 달라붙어야 하는 담백하고도 맛있는 음식. 하지만 요즘은 어떻게든 조리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빨리 먹다 보니 자극적인 음식을 더 찾게 되고, 기름진 음식을 먹게 된다. 혼자 나와 살면서 먹는 메뉴는 뻔하다. 월급 조금 많으면 스*(가공육 통조림) 쌓아놓고 살고, 좀 적게 벌면 라면 쌓아놓고 산다. 그러다 보니 체형도 양극화된다. 아예 삐쩍 마르거나 비만이 되거나. 이런 요소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대사증후군의 기준은?

대사증후군은 딱히 두드러진 증상이 없다. 허리둘레, 중성지방 수치, 고밀도 지방, 혈압, 공복혈당 다섯 가지 항목 중 세 가지가 일정 수치 이상이면 대사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일반인이 이걸 세심하게 챙기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외래 진료 때 ‘배둘레햄’이면 일단 의심하고 조심하라고 한다.

 

➊ 허리둘레 : 남자 90cm 이상, 여자 80cm 이상

➋ 중성지방 : 150mg/dL 이상

➌ 고밀도 지단백 : 남자 40mg/dL 미만, 여자 50mg/dL 미만

➍ 혈압 : 130/85mmHg 이상 혹은 고혈압약 복용 중

➎ 공복혈당 : 100mg/L 이상, 혹은 당뇨약 투약 중

 

비만인 사람이 잘 걸리나?

대사증후군은 만성질환을 경고하는 신호라고 봐야 한다. 먼저 비만과 대사증후군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관계다. 1988년에 제럴드 리븐(Gerald Reaven)이라는 의사가 각종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병 위험 요인의 관계를연구하다가 인슐린 저항성이 원인임을 주장하며 ‘리븐 증후군(Reaven Syndrome)’이라고 명명했다. 이후 여러 연구를 거쳐 1998년 세계보건기구는 인슐린 저항성이 이 증상들의 모든 요소를 다 설명할 수 있다는 확증이 없기에 ‘대사증후군(Metobolic Syndrome)’으로 부르기로 한 거다. 그런데 잘 알다시피 비만은 당뇨병의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병 등 만성질환은 결국 같은 카테고리에 넣고 생각해야 한다.

 

대사증후군을 개선하면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나?

대상증후군의 진단 기준 자체가 당뇨 전 단계 고혈압 전 단계를 다 포괄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사증후군을 개선하는 방법이나 당뇨병 예방법, 고혈압 예방법이 결국 다를 게 없다고 하는 거다. 다만 혈압 쪽에서는 나트륨 이야기를 조금 더 하는 거고.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려면?

맛없는 음식 먹고, 엘리베이터 타지 말고, 자동차 대신 버스나 지하철만 타게 하면 된다. 이 말에 숨은 뜻은 다 알 거다. 나는 종종 “짬밥이 최고다”라는 말을 하는데, 맛은 없어도 일단 영양 균형을 생각한 식단이기 때문이다. ‘짬밥’이라니 옛날 군대의 ‘똥국’을 떠올리는데, 그게 아니라 공인 자격증을 소지한 영양사가 식단을 구성한 구내식당밥을 말한다. 회사 밥은 대부분 맛이 없다. 왜냐하면 법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많고 영양 균형을 고려해야 하니, 우리 입맛이 찾는 ‘맛’을 상당 부분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영양 균형을 잘 맞춘 식단을 하루 세 끼 적당량 섭취하면 대사증후군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대부분 불가능하다. 그러니 대안으로 적게 먹고, 혈당 수치 체크하고, 운동하라는 이야기 등이 나오는 거다.

 

건강의 기준으로 혈당에 주목하는 이유는?

혈당이 높으면 혈관 건강이 나빠지고, 혈관 건강이 나빠지면 심장 혈관이 막히고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기 때문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이 있듯이 피는 끈적끈적해지기 쉽다. 혈당이 높아지면 피가 더 끈적해진다. 이런 끈적끈적한(전문 용어로는 점도가 높은) 혈액이 여린 혈관 안을 흐르면 혈관 벽에 때가 끼거나 상처가 나기 쉽고, 이런 과정을 거치며 혈관이 딱딱해지면서 좁아진다. 즉, 맑고 깨끗한 칠* 사이다 같은 피가 아닌 더럽고 탁한 피가 흐르면 혈관이 금세 고장 난다. 그렇기 때문에 혈당 관리가 중요하다.

 

식후 혈당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 사람은 밥 먹고 나면 혈당이 제일 많이 치솟는다. 복잡한 얘기 다 빼고 결론만 말하면 식후 혈당 상승의 폭이 크면 클수록 혈관에 주는 데미지(순상)가 커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슐린이 과하게 나오고, 그러다가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차근차근 당뇨병으로 진행하게 된다. 그래서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거다.

 

식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식이섬유를 많이 먹고, 천천히 먹고, 소화 다 될 때까지 먹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당류를 섭취할 때는 소화·흡수가 느린 다당류 위주로 섭취하라고 권한다. 이 얘기가 나오면 항상 뒤따르는 질문이 “다당류가 뭔가요?”인데, 이걸 설명해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혓바닥이 좋아하는 당이 쥐약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사탕, 설탕,콜라 등 달콤하고 맛있는 건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혈당 조절을 위해 지켜야 할 생활 습관은?

당뇨병 환자와 일반인 버전이 다르다. 환자인 경우에는 이미 본인이 공부해서 잘 알고 있을 테니 넘어가고, 일반인 위주로 설명하겠다. 원칙은 적게 먹고, 좋은 것 먹고, 운동하는 거다. 그런데 이건 이상론이고,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항상 원칙을 지킬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맛없는 것만 먹어라”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팔, 다리는 굵게, 허리는 가늘게 유지하라”고 한다.

식습관은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나는 우유, 두유, 달걀을 권한다. 달걀이 콜레스트롤 수치를 높인다는 게 잘못된 지식이라는 건 이제 상식이다. <Den>에서도 이미 여러 번 다룬 내용이고. 그리고 과일이나 후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식후 우유 한 잔을 권한다. 역시 <Den>에서 여러 번 다룬 내용인데, 과일은 당 덩어리다. 혈당 관리 측면에서 비타민은 과일이 아니라 채소로 섭취하는 게 맞다. 정말 과일이 먹고 싶다면 사과는 8분의 1개, 배도 8분의 1개, 포도는 세 알 이상 먹지 말라고 한다.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컵 과일 하나 분량이다.

그러면 또 “달걀은 하루에 몇 개나 먹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그러면 “프라이를 해서 먹든, 삶아 먹든, 밥 숟가락 들기 전에 한 개 이상 먹고 밥을 먹어라”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달걀 하나를 먹고 밥을 먹어보면 어지간한 의지력이 아니고는 밥 한 공기를 다 먹기 어렵다. 즉 탄수화물 섭취를 강제로 조절해준다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는 나는 ‘선(先) 달걀, 후(後) 식사’를 권한다.

 

아침 식사는 꼭 해야 하나?

 

나는 개인적으로 “점심 전에 간식을 먹지 않을 정도의 아침을 먹는 건 어떠한 경우에도 옳다”라고 주장한다. 단, 슬로푸드가 원칙이다. 아침부터 도넛에 휘핑크림 잔뜩 올린 커피를 마시라는 게 아니다. 식사법을 예로 들 때 ‘구첩반상’을 먹으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구첩반상을 거하게 차려 다 먹으라는 게 아니다. 구첩, 반찬 아홉 가지 중 한 가지를 한 젓가락 먹고, 밥 한 숟가락 먹는 거다. 이렇게 반찬 하나마다 밥 한 숟가락씩 먹어 아홉 숟가락으로 식사를 마치는 거다. 집에서 실제로 적용하려면 반찬을 잔뜩 차리지 말고, 차라리 반찬 가게에서 녹색 반찬 위주로 여러 개 사서 한 상에 조금씩 올려놓고 먹는 거다.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근육량을 늘리면 대사증후군은 물론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맞다. 내가 의대 학부 시절 교수님께서 “다리 둘레, 허벅지 둘레 더한 수치와 허리둘레 수치를 비교했을 때, 전자가 굵은 사람은 당뇨 안 생긴다”라고 하신 것이 기억난다. 요즘은 각종 논문이 이를 증명한다.

인슐린은 논개이고, 혈당은 왜장, 근육은 강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 몸을 위해 논개(인슐린)가 왜장(혈당)을 끌어안고 강(근육)에 뛰어들어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거다. 혈당이 좀 높더라도 근육량이 충분하면 근육이 혈당을 잘 빨아들이기 때문에 혈관에 가는 충격이 줄어든다. 요새 ‘근육 부자’, ‘근수저’라는 얘기를 하는데, 맞는 얘기다. 의학적으로 이것저것 다 따져봤더니 결국은 팔다리가 굵은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아니, 증명될 것 같다고 보는 게 맞다.

 

“운동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이다.

PT를 받더라도 강사에게

‘1년 다닐 테니 급하게 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하는 게 좋다.

안 해 본 사람이 PT 받으면 피를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렇게 몇 번이나 할 수 있겠나?

운동도, 식습관도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나?

최소한 ‘헐떡거릴 정도’로 해야 한다. 걷기 운동이라고 하면 숨이 차서 한 문장, 예를 들어 “내가 오늘 영화를 봤어”라는 한 문장을 한 호흡에 말하지 못할 정도의 상태가 될 정도의 운동량이다. 그 전까지 운동은 그냥 몸풀기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헐떡거릴 정도의 운동을 얼마나 할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운동 마치고 샤워하고 자리에 앉았을 때 몸이 노곤해질 정도의 운동량이 좋다. 한 15분 쉬고 일어나 기지개를 켰을 때 개운할 정도면 좋다. 그 이상은 노동이다. 건강을 위한 운동은 노동이 되면 안 된다.

그리고 나보다 형님들, 50세 이상인 사람이 운동을 처음 시작한다고 자전거 새로 사고, 등산 장비 새로 사려고 하면 필사적으로 말린다. 100% 다친다. 내가 권하는 건 그냥 가까운 헬스클럽에 가서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는 거다. 평생 운동 안 하던 사람이 집에서 ‘홈트’를 한다? 얼마 못 간다. 차라리 헬스클럽에 등록하면 돈 아까워서라도 운동하게 된다.

저작권자 © 덴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