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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누가 돌보는가,
돌봄노동의 현실 [인터뷰] ②

초고령화라는 거대한 변화가 돌봄노동의 심각한 부족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돌봄노동의 공백은 결국 개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의 부담이 된다.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저자이자, 인구학자 이철희 교수에게 돌봄노동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물었다.

1부에 이어..

이철희<br>·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br>·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인구 클러스터장<br>·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저자
이철희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인구 클러스터장
·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저자

 

앞으로 돌봄노동 인구는 얼마나 더 부족해질 것으로 보나?

2년 전 논문에서 돌봄 수요 증가를 분석했는데, 2021년을 기준으로 2035년까지 돌봄 수요가 약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는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등 돌봄 인력도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불과 10여 년 안에 이 정도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인력 부족이 심각해질 수 있다.

 

돌봄 수요가 가구 구조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같은 건강 상태라고 해도 누구는 공적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 여기엔 가구 구조가 크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고령자가 아프면 외부의 돌봄이 필수지만, 부부 중 한 명이 건강하다면 배우자가 직접 돌보는 경우가 많다.

인구수만으로는 돌봄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가구 구조와 생활 방식까지 함께 고려해야 현실적인 수요 추정이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인력 수요뿐 아니라 돌봄 시간, 비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다.

 

노인 돌봄 시스템에서 수요 측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방향이 필요한가?

돌봄 시스템을 논할 때, 대부분은 공급 측면에만 주목한다. 인력이 부족하면 더 많이 충원하면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수요를 줄이는’ 접근이다.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독립적으로 살 수 있다면 돌봄 서비스 자체의 필요도 줄어든다. 젊을 때부터 건강과 안전에 투자하고 관리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건강수명이 늘어나고 돌봄 의존도가 줄어든다.

또 도시 구조나 주거 형태가 고령자 친화적으로 바뀐다면 어느 정도 장애나 불편이 있어도 혼자 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 경증의 불편을 겪는 사람이 매 순간 돌봄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다. 때때로 병원에 가야 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만 가족이 일정 부분 도와준다면 공적 돌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회사에서 급히 조퇴하거나 휴가를 내 부모를 돕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된다.

 

공적 돌봄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는 무엇이며,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보나?

현장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도 현장에 오래 남아 일하는 사람이 적다. 처우는 낮은데 업무 강도는 높은 탓이다. 많은 인력이 잠시 일하다 이탈하거나, 가족을 직접 돌보기 위해 자격증만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으로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걸맞게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더욱이 현재의 돌봄 시스템은 개인의 다양한 욕구나 선호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용자와 요양보호사 간 맞춤형 매칭이 어렵고, 대부분은 무작위 배정에 의존하고 있다. 이용자나 제공자 모두 선택권이 거의 없는 구조다. 서로의 필요와 선호에 맞춘 매칭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만족도와 지속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다양화가 필요하다. 소득 수준이나 선호에 따라 더 고급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이 있고, 기본적인 지원만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처럼 일률적인 구조보다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다양한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고령자 1인 가구와 노인 부부 가구의 증가다.

특히 혼자 사는 고령자가 많아지면 돌봄 서비스의 ‘시간’ 수요가 늘어난다.

같은 이용자라도 더 오랜 시간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언급한 제도적·사회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회가 치르게 될 대가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건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당사자들이다.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는 곧 건강 악화와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처럼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 전체로 보면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후에는 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건강 상태가 악화된 고령자가 급성기 치료가 필요한 요양병원으로 넘어가면 더 많은 의료비가 들 수밖에 없다. 원래는 재가 돌봄만으로도 충분하던 이들이 의료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면서 전반적인 의료 재정 부담도 증가한다.

가족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돌봄 인력이 부족해 외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 결국 가족이 그 역할을 떠안게 된다. 가족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고 직접 간병을 맡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개인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국가적으로는 경제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돌봄을 책임진 가족의 삶이 무너질 수 있다. 자신의 시간과 삶이 사라지고,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누적된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비용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손실까지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매우 심각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민간 기업의 요양 산업 진출이 현재 돌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잘 설계한다면, 민간 기업의 참여는 공공 돌봄 시스템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공 시스템 내에서는 서비스의 다양화를 실현하기 어렵지만, 민간에서는 고급 서비스나 맞춤형 돌봄처럼 공공이 담당하지 않는 영역을 채워줄 수 있다. 실제로 현재도 일부 민간 기업이 하이엔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영역이 시간제 돌봄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기업 ‘아너(Honor)’는 시간 단위로 간병인을 매칭해 주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간병인을 정교하게 연결하고, 제공 인력을 직접 고용해 안정성을 보장한다. 이른바 ‘간호계의 우버’ 모델이다.

한국에서는 요양보호사를 한 번 쓰면 장기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돌봄이 항상 필요한 게 아니라 가족이 일시적으로 자리를 비울 때처럼 간헐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틈새 수요를 공공 시스템은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 이런 중간 형태의 서비스를 설계하고 확산시킬 수 있다면, 현재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데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령화 문제는 결국 젊은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젊은 세대는 어떻게 대응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분명 큰 부담이 된다. 인구구조상 젊은 세대는 수가 적고, 고령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이 커지고,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책임을 젊은 세대에게만 묻는 건 옳지 않다. 오히려 지금 이 문제를 만든 세대, 그리고 정책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정부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의 부담은 일시적인 ‘전환기적 문제’에 가깝다. 장기적으로는 전 세대가 줄기 때문에 부담은 다시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인구가 급격히 역전되는 시기에는 고령층과 정부가 일정 부분 더 많은 부담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 부담을 불균형하게 다음 세대에만 전가하면 사회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젊은 세대 입장에서 보면, 이런 구조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경제 성장률은 저하되고, 경쟁은 더 치열해진 상황에서 “지금 고생하면 나중에 보상받을 것”이라는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세대 간 이해를 높이려면 각 세대가 처한 구조적 현실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를 완전히 이해하긴 어렵다.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다른 문화권의 사람을 대하듯,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는 전제를 깔고 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세대 간 갈등을 줄일 수 있고, 사회 전체가 함께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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