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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요양 산업에 뛰어들면
실패하는 이유 [인터뷰] ①

노인 돌봄 시장이 급성장하는 지금, 많은 기업이 블루오션을 꿈꾸며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케어닥 박재병 대표는 요양 산업을 단순히 시장 규모만 보고 접근하면 실패 확률이 높다고 경고한다.

박재병<br>· 케어닥 CEO
박재병
· 케어닥 CEO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돌파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45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37.4%로 일본을 넘어 세계 1위에 오를 전망이다. 노인 돌봄 문제는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과제가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어닥은 노인 돌봄의 본질을 잊지 않고 돌봄 산업을 주도하며 국내 업계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케어닥 박재병 대표는 가족의 간병 경험과 쪽방촌 봉사 활동을 바탕으로 간병인 매칭 플랫폼을 창업했다. 이후 케어 홈 운영, 외국인 요양 인력 양성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확장하는 노인 돌봄 시장에서 케어닥이 만들어가는 차별화된 가치와 그들의 노하우를 물었다.

 


 

케어닥 창업 배경과 그 과정을 설명해 달라

쪽방촌 할머니들과 교류한 경험이 케어닥 창업의 출발점이었다. 치매를 앓던 친할머니를 떠올리며 봉사를 시작했고, 쪽방촌 할머니들과 친구처럼 지냈다. 집안일을 도와드리고, 서류 신청을 대신했다. 그러다 제도의 사각지대를 발견했다. 집이 있다거나 소득이 조금 있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행정기관에 연락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정부가 모든 노인을 돌보는 것은 불가능하며, 민간이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처음엔 요양시설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정보를 찾기 어려운 게 문제였고, 정부 데이터를 얻기 위해 기관에 수차례 요청하며 공공데이터 개방 심사에도 응모했다. 어렵게 데이터를 확보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실제 입소 가능한 노인은 극소수라는 한계에 부딪혔다. 요양시설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간병’에 주목했다. 하지만 간병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이를 매칭하고 검증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후 병원과의 계약을 통해 B2B로 확장했고, 간병 보험 상품도 개발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에도 집에서 돌봄이 이어져야 한다는 필요에 따라 홈 케어와 재활, 운동 서비스로 확대했고, 현재는 ‘병원-집-시설’을 연결하는 통합 돌봄 관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사명감으로 시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주변의 여러 기업이 영리를 목적으로 요양 사업에 뛰어드는 것과는 동기부터 남다르다

노인 돌봄 산업은 단순히 시장 규모만 보고 접근하면 실패한다. 결국 끝에는 ‘누구의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그런데 많은 업체가 고객보다 시장 자체의 매력에 끌려 진입한다. 편익을 제공하지 못하면 수익도 따라오지 않는다.

이 시장은 구조적으로 고마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해진 가격 구조 안에서 많은 인력과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뛰어들면 생각보다 남는 게 적다. 이런 현실을 모른 채 비즈니스 모델만 보고 들어온 기업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결국 중요한 건 문제 해결에 대한 사명감, 그리고 현장에 대한 이해다. 그게 없으면 이 산업에서는 금방 한계에 부딪힌다.

 

요양 사업이 여타 비즈니스 모델과 어떤 차이가 있나?

노인 돌봄 산업은 본질부터 다르다. 예를 들어, 육아는 투자의 개념이다. 아이에게 더 나은 교육과 환경을 제공하면 미래의 성과로 돌아올 거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노인 돌봄은 소비다. 지금 상태를 유지하거나 악화를 늦추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비용을 아끼려는 경향이 강하다. 부모에게 좋은 서비스를 해드리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비용을 먼저 살핀다.

이 구조는 서비스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좋은 간병인을 쓰려면 한 달에 400만원이 든다. 여기서 업체가 10% 수수료를 받는다고 해도 소비자는 이를 납득하지 못한다. 수수료를 올리면 기업 수익은 늘지만, 간병인과 소비자 모두 손해를 본다. 이 시장은 제로섬 구조다.

명품처럼 프리미엄을 붙이기도 어렵다. 간병은 단발성 소비가 아니라 수개월, 수년간 이어지는 지속 소비다. ‘명품 간병’이라고 해서 가격이 600만원, 700만원까지 올라가면 소비자는 결국 포기한다. 이 산업은 저마진 구조와 소비자의 불안, 비용 민감성이 얽혀 있다.

무엇보다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산업이다. 로봇이나 AI가 들어와도 결국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가족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장은 본질적으로 휴먼 서비스이며,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는 구조가 다르다.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말은, 한편으론 시장의 한계를 지적한 셈이다. 케어닥의 대처 방법은?

근본적으로 ‘어떻게 비용을 낮출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래서 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간병인을 집집마다 보내면 인건비, 주거비, 관리비가 각각 들지만 한 건물에 모으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생활 공간을 공유하고, 식자재나 소모품도 대량 구매하면 효율이 높아진다. 그 결과, 월 800만원에 달하던 비용이 케어형 실버타운에선 300만~4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품질도 높아졌다. 개별 가정에선 간병인을 관리하기 어렵지만, 시설에선 교육과 감독이 가능하다. 이 구조를 확인하고, 케어닥은 시니어 하우징에 집중하게 됐다.

 

 

노인 돌봄을 복지로만 해결하려 들면

결국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노인 돌봄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매해 반복되는 장기 지출이기 때문이다.

노인 돌봄을 국가 재정만으로 감당하려 하기보다

민간과의 역할 분담이 필수인 이유다.

 

앞으로 요양사업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나?

과거의 요양사업 모델은 자영업자 중심이었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 형태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시장구조가 바뀌고 있다. 앞으로는 법인 격 회사나 펀드 같은 대규모 자금이 들어오는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다. 케어닥이 외국계 자금인 인베스트코 투자를 유치한 것도 그 흐름의 시작이다.

앞으로는 개인사업자가 30인, 40인 규모로 운영하는 형태가 아니라 100세대, 200세대, 300세대 규모의 대형 시설이 주를 이룰 것이다. 큰 자금이 들어오면서 더 높은 수익률, 더 많은 서비스, 더 고퀄리티의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요양사업 시장은 기존 1.0 모델에서 올해를 기점으로 2.0 모델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기업도 요양사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대기업 진출은 늘겠지만, 접근 방식은 제각각이다. 금융권은 돌봄을 ‘산업’이라기보다 ‘데이터 기반의 금융상품 시장’으로 본다. 보험사나 은행은 기존처럼 자본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에 익숙한데, 노인 돌봄은 육체노동을 기반으로 한 고강도 산업이다. 인프라는 최소한으로 구축하고, 돌봄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는 ESG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지만, 본질은 수익과 연계된 자산관리 모델이다.

돌봄 자체에 진지하게 뛰어드는 회사도 있다. 이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클레임을 감수하면서도 사업 기반을 탄탄히 만들 수 있다. 다만 이런 전략이 모든 대기업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창업자 차원의 사명감이 없는 한, 결국 부동산 중심 구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케어닥은 자본 대신 운영 역량에 집중한다. 펀드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제3자가 운영하는 구조가 늘어나는 가운데, 직접 돌봄을 실행할 수 있는 기업으로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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