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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타고 세계 일주를 꿈꾸다,
요트 세일러 김재욱 원장 [인터뷰]

돛에 바람이 가득 차오르면, 김재욱 원장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 동갑내기 아내와 함께 4년째 세일링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그에게 요트는 제2의 집이자 마음의 안식처다. 대자연에 순응하며 바람을 즐기는 부부는 이제 세계 각국의 바다를 누비는 꿈을 꾼다.

김재욱<br>· 민트병원 대표원장
김재욱
· 민트병원 대표원장

세일링 요트를 취미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 부부는 이전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캠핑을 다니는 ‘모토 캠핑’이나 ‘차박’을 즐겼다. 4년 전쯤 지인이 요트를 구입해 세일링을 한다기에 함께 요트를 타보았다. 그런데 세일링 요트는 이제까지 타 봤던 캠핑카보다 주거 공간이 훨씬 넓었다. 요트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방이 2~3개, 화장실 2개, 주방과 거실이 갖춰져 있다는 점에 끌렸고, 모터보다는 주로 바람을 이용하기 때문에 세계 일주가 가능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내와 둘이서 집 같은 요트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다니, ‘바로 이거다’라는 확신이 섰다. 평소 확신이 들면 추진력 있게 일을 진행하는 편인데, 요트를 타보고 아내를 설득해 적절한 조건의 요트를 바로 계약했다. 선명은 우리 부부의 탄생 연도를 따 ‘windy1973’으로 정했다.

 

캠핑과 차별화되는 세일링의 매력은 무엇인가?

여행이 가능하고 주거 공간이 갖춰져 있다는 점에선 대형 캠핑카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요트는 드넓게 펼쳐진 대양을 오직 대자연이 제공하는 바람의 힘으로 이동할 수 있다. 처음에는 엔진의 힘으로 달리다가 바람이 잘 맞으면 엔진을 끄고 바람만으로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항해하는데, 그 순간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다. 그뿐 아니라 생활을 위한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어 짐을 챙기는 번거로움이 없고,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 프라이빗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김재욱
ⓒ김재욱
ⓒ김재욱
ⓒ김재욱

평소 요트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한 달에 두 번 정도 2~3일간 요트에서 시간을 보낸다. 세일링을 할 때도 있고, 딱히 세일링을 하지 않더라도 요리를 해 먹거나 책을 읽는 등 세컨드 하우스로 이용한다. 아직 초보 단계지만, 최근에는 바다낚시와 프리다이빙에도 도전하고 있다.

 

혼자 요트를 운항하고 관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나?

면허를 취득하더라도 바로 세일링을 시작하거나 배를 다루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기본 교육 프로그램을 잘 익혀 두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 우리 부부는 40시간짜리 조종면허면제교육을 이수해 면허를 취득했는데, 실전에서 이 교육이 정말 유용했다. 나는 요트를 타는 지인들과 유튜브를 통해 궁금한 점을 해결하면서 많이 배웠다. 다른 사람의 요트에 함께 타보며 실전 감각을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일링을 하던 중 예상치 못한 난관을 겪은 적은 없나?

초보 때는 바다에 대해 잘 모르고 무작정 나갔다가 김 양식장에 걸려 겨우 탈출한 경험도 있고, 사승봉도 앞에서 하루를 지내는데 밤사이 풍랑주의보가 내려 밤새 뜬 눈으로 지새운 적도 있다. 제부도에서 제주도로 이동할 때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해무를 뚫고 내려오다 큰 부표에 걸리고 스크루가 모자반에 감겨 잠수를 하기도 했다. 이런 난관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이겠지만, 돌이켜 보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일이 많다.

 

ⓒ김재욱
ⓒ김재욱

최근 첫 해외 세일링으로 대마도에 다녀왔다. 대마도 세일링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세일링 요트로 세계 일주를 하기 위해선 출국과 입국 과정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비행기로 출입국을 할 때와는 달리 직접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정말 많다. 그래서 이런 과정을 미리 연습해 볼 겸 요트를 정박해 두고 있는 통영에서 가까운 대마도를 첫 해외 세일링 목적지로 정했다.

 

첫 해외 세일링을 순탄히 마친 소감은?

입출항은 한국과 일본이 가장 까다롭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일본 영해에 들어가기 24시간 전에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하고 도착한 뒤에는 세관, 출입국사무소, 검역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서류 준비가 만만치 않았다. 세일링을 준비하면서 이웃 선장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대마도에 들어가 모든 절차를 문제없이 마치고 나니 뿌듯하기도 하고, 해외 세일링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다.

 

세일링 라이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시간 여유다. 세일링은 파도와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하는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없으면 무리하게 되는데, 그러면 자연의 엄중한 경고와 시련을 피할 수 없다. 사람이 자연을 이길 수는 없으니 자연에 순응하면서 기다릴 만한 시간 여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세일링을 하면서 인간은 지구에 잠시 머물다 떠날 존재임을 깨달아 바다를 비롯한 자연을 더욱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재욱
ⓒ김재욱

세계 일주를 위한 준비는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나?

세계 일주를 위한 새 요트는 준비된 상태다. 날씨를 보고 해도를 읽으며 계획을 짜는 세일링 기술과 요트를 관리하는 방법 등도 배워 출발 준비는 어느 정도 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최소 5년 이상 여행하는 것을 계획 중인데, 장기간 병원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시간 확보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 부분만 해결되면 곧바로 떠날 생각이다.

 

앞으로 요트와 함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

세계 일주를 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과정을 글로 정리해 책을 내고 싶다. 에세이가 될 수도, 소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현재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피털팬TV'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서도 기록을 계속 남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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