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옵시디언으로 세컨드 브레인을 구축하다 [인터뷰]

정보 과잉의 시대, 옵시디언은 단순한 노트 앱을 넘어 나에게 최적화된 비서, 곧 세컨드 브레인이 된다. 특히 방대한 전문 지식을 다루는 이들에게는 영화 <아이언맨> 속 ‘자비스’처럼 기억을 보조하고 사고를 확장해 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국내 최고 옵시디언 전문가 커맨드스페이스 구요한 대표를 만나 차세대 지식 관리 툴, 옵시디언에 대해 물었다.

 

구요한
· 커맨드스페이스 대표
·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Keyword

옵시디언(Obsidian)

마크다운 기반의 지식 관리 툴. 흔히 ‘3세대 지식관리 툴’로 불리며 기존 노트 앱에서 한 단계 나아간 프로그램으로 꼽는다. 단순한 메모를 넘어 복잡한 정보 구조와 맥락까지 유기적으로 정리하고 탐색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연결된 노트를 한눈에 보는 ‘그래프 뷰(Graph View)’ 화면을 보면 마치 또 하나의 뇌를 만든 기분이 들 것.

마크다운(Markdown)

#, *, - 같은 기호로 글 제목, 굵은 글씨, 목록 등을 간단히 표시하는 텍스트 작성 방식. 노션 등의 메모 앱, 코딩 문서 등에서도 널리 활용된다.

세컨드 브레인(Second Brain)

<세컨드 브레인(Second Brain)> 저자 티아고 포르테에 의해 대중화된 개념으로, 머릿속 생각과 정보를 바깥에 꺼내 저장하고 서로 연결해 두는 나만의 지식 시스템이다. 단순한 메모 공간이 아니라 창작과 문제 해결, 아이디어 확장을 돕는 ‘지식 생태계’에 가깝다.

 

현 시점에서 옵시디언이 각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오히려 옵시디언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AI 시대엔 이런 ‘나의 생각’, ‘나의 가치’, ‘나의 취향’이 더욱 중요해진다. AI 기술 자체는 점점 쉬워지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서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얼마나 ‘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옵시디언은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다. 마크다운 기반이라 IT에 익숙지 않아도 배우기만 하면 자신만의 콘텐츠를 담고, 나아가 AI나 다른 앱들과 연결해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옵시디언은 내 생각과 가치를 담아내는 컨테이너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기록 툴이 있는데, 그중에도 옵시디언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뭔가?

흔히 에버노트를 1세대, 노션을 2세대, 옵시디언을 3세대 노트 앱이라 말한다. 나 역시 예전엔 에버노트를 썼고, 노션도 활용해 봤지만 옵시디언의 가장 큰 장점은 ‘지식을 꺼내 쓰는 과정’, 즉 인출(Retrieval) 능력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보통 지식을 잘 정리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예쁘게 정돈된 그래프 뷰나 태그 구조를 자랑하기도 한다. 물론 보기엔 멋지지만, 더 중요한 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느냐’다. 옵시디언은 이 ‘적재적소에 꺼내 쓰는 능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 그게 기록 툴로서 옵시디언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다.

 

 

옵시디언의 장점이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마크다운 기반이라는 점이다. 마크다운은 제목, 소제목, 불릿, 볼드, 이탤릭 등 문서의 구조와 서식을 텍스트만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국제 표준 문법이다. 이 덕분에 어떤 인공지능 모델이나 앱과도 손쉽게 연동된다. 특히 AI와 협업할 때 마크다운은 구조적 문서를 전달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또 코드나 영상, 인터뷰 기록 등 다양한 자료를 마크다운 포맷 안에 담을 수 있어 전문적인 정보 관리에도 적합하다.

둘째는 로컬 기반 앱이라는 점이다. 옵시디언은 클라우드 서버가 아닌 내 컴퓨터에 저장된 로컬 파일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보안이나 속도 면에서 안정적이고, 사용자가 데이터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필요하다면 클라우드 동기화도 가능하지만, 기본 철학은 로컬 중심이다.

셋째는 노트 간 연결성이다. 옵시디언은 노트 간 내부 링크를 만들고, 그 연결을 시각화하는 ‘그래프 뷰’를 제공한다. 이 구조를 통해 지식 간 관계를 파악하고, 흐름을 따라가는 탐색이 가능하다. 내가 언제 어떤 노트에서 어떤 내용을 정리했는지를 구조적으로 기억하고 보여준다.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맥락이 있는 지식 저장소’로 기능한다. 흔히 말하는 ‘세컨드 브레인’으로 적합한 이유다.

 

흔히 사용하는 노션과 무엇이 다른가?

노션은 잘 다려진 기성복, 옵시디언은 원하는 천을 골라 직접 맞추는 맞춤옷에 비유한다. 노션은 바로 만들어 공유하기 좋고, 옵시디언은 더 번거롭지만 내가 원하는 구조로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 세상과 연결하기 좋은 도구가 노션, 내 머릿속과 연결하기 좋은 도구가 옵시디언이다. 그래서 나는 노션은 외부와 공유하기 위한 큐레이션 용도로, 옵시디언은 나의 모든 날것 같은 생각과 지식을 담는 베이스로 사용한다.

 

흔히 옵시디언을 언급할 때 ‘세컨드 브레인’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세컨드 브레인’이 무엇인가?

세컨드 브레인은 머릿속 생각을 바깥으로 꺼내 구조화하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해 새로운 통찰을 만드는 환경이라고 보면 된다. 단순한 외장 메모리가 아니라 창의성과 실행력을 돕는 일종의 ‘지식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옵시디언은 이 개념을 디지털로 실현하기에 최적화된 도구다. 마크다운 기반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링크를 통해 노트 간 연결을 만들며, 내가 구축한 지식 구조 속에서 언제든 생각을 꺼내 쓸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최근 AI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세컨드 브레인 개념이 부각되는 셈이다

맞다. AI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보가 너무 많은 시대인 탓이기도 하다. 매일같이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고, 머릿속으로는 ‘어디다 뒀더라?’, ‘이거 어디서 봤지?’ 하는 순간이 반복된다. 필요한 정보를 제때 꺼내 쓰지 못하는 게 일상이 됐다. 세컨드 브레인이 각광받는 이유는 정보를 적재적소에 꺼내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라는 데 있다.

 

 

특히 전문 지식인들에게 유용한 툴이라고. 이들이 옵시디언을 활용하면 무엇이 좋은가?

가장 유용한 점은 ‘내가 입력한 정보 내에서 인공지능이 가공한다’는 것이다. 내가 쌓아온 지식과 문맥을 바탕으로, AI와 맥락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어떠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할 때, 과거에 진행한 유사한 프로젝트를 참고하도록 옵시디언이 제안한다. 독일 학자 니클라스 루만이 말한 셀프 레퍼런셜(Self-referential), 즉 ‘자기 참조 시스템’이 디지털로 구현된 셈이다.

 

흔히 폴더에 노트를 담는 개념과는 달라 보인다

그렇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폴더 구조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차원만을 가진다. 예를 들어, ‘인터뷰’라는 폴더가 있고, 그 안에 ‘잡지 인터뷰 대상자’라는 하위 폴더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동시에 전문성을 주제로 ‘의사’라는 폴더도 갖고 있다. 그러면 ‘잡지에서 인터뷰한 의사’는 어느 폴더에 넣어야 할까.

폴더 시스템은 결국 ‘이곳에 넣으면 저곳엔 넣지 못하는’ 배타적 구조다. 하나의 위치에만 둘 수 있다는 점이 한계다. 이런 방식으로는 정보나 지식의 맥락을 다양하게 반영하기 어렵다.

옵시디언이 좋은 이유는 그 구조를 한 차원에 가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폴더라는 하나의 디멘션 외에도 태그 디멘션, 인덱스 디멘션, 내가 따로 정의한 목차 디멘션 등 다차원 구조를 동시에 설정할 수 있다. 같은 노트가 여러 관점에서 동시에 연결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개념을 이해하고, 옵시디언으로 이를 활용하면 지식 관리에 매우 유용한 툴이 된다.

 

 

전문 지식인에게 옵시디언은

단순한 노트 앱이 아니다.

내 기억과 맥락을 보관해 주는

세컨드 브레인이자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작업 환경 그 자체다.

 

옵시디언의 단점이나 입문자가 고려해야 할 점을 꼽는다면?

초기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다양한 기능을 개인화해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세팅 과정이 필요하고, 바로 시작하기엔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모든 걸 한꺼번에 잘 갖춰 시작하려고 하면 오히려 길을 잃기 쉽다.

입문자라면 기본 구조와 개념만 이해하고 단순히 노트 앱 쓰듯 시작하길 추천한다. 일단 가볍게 시작하고, 옵시디언 강의를 들으면서 천천히 기능을 익히기를 권한다.

 

옵시디언이 낯선 독자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처음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단순하게 시작하면 된다. 옵시디언은 그냥 노트다. 제목이 있고, 그 아래에 내용을 쓰면 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마크다운이라는 규칙을 배우면 좋다. 이 정도만 알고 메모장처럼 써도 충분하다. 꼭 복잡하게 뭔가 구조를 잡거나 연결을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일단 써보는 거다.

여기서 옵시디언을 더 제대로 활용하고 싶을 때, 내 강의를 듣는 걸 추천한다. 나는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옵시디언 강의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이다. 꼭 강의가 아니어도 유튜브나 SNS를 통해 옵시디언 강의나 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커멘드스페이스 홈페이지에서 교육 자료나 템플릿, 세팅 팁 등을 무료로 확인할 수도 있으니, 이런 자료를 하나씩 보면서 나만의 세컨드 브레인을 구축해 나가길 바란다.

저작권자 © 덴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