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공간에 대한 철학. 오정수 대표는 자신만의 철학을 기틀로 콩치노 콩크리트를 쌓아 올렸다.
1부에 이어..
그런 의미에서 콩치노 콩크리트는 음반을 넘어 역사에 몰입하는 공간인 셈이다
주요 문화예술 기관에서 하지 못하는 역할을 콩치노 콩크리트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0대 시절부터 오디오라는 여정을 걸어왔고, 그 누적된 과정으로 콩치노 콩크리트라는 꽃을 피웠다.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오디오 장비와 음반을 컬렉션해 놨다. 개인적인 만족을 넘어, 깊은 단계의 음악을 이 사회에 전하고 싶다.
처음 이 건물을 세울 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시작한 건가?
맞다. 공간을 찾을 당시에는 극장용 오디오 시스템까지 컬렉션 범위가 넓어졌다. 극장용 오디오 시스템은 약 6600m2(2000평) 내외의 공간용 스피커다. 그 때문에 이를 수납할 만한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공간 부지를 찾기 위해 서울 근교를 여러 군데 찾아다니며 몇 년을 고민하다 파주로 오게 됐다.
콩치노 콩크리트를 건축할 때 각별히 신경 쓴 점은?
자유로움 속에서 음악에 빠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구속을 싫어한다. 대형 콘서트홀에 가면 보통 공간 자체가 밀폐되어 있고, 정해진 좌석에 앉아 움직일 수 없지 않나. 그런 제약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길 바랐다. 특히 자연 속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길 원했다. 임진강과 숲을 곁에 둔 이 위치에, 통창으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건축한 이유다.
건물 내부에 물을 제외한 다른 음식은 반입되지 않는다
콩치노 콩크리트에선 청각의 황홀함을 온전히 경험하길 바랐다. 현시대는 미각을 중심으로 문화가 발달했는데, 대형 카페에서 음악을 배경으로 디저트와 음료를 즐기는 카페 문화도 그중 하나다. 그러니 지금의 카페 문화에선 대화만 있을 뿐 깊은 문화적 교류를 경험하긴 어렵다.
나는 대중이 이곳에서 청각 중심의 문화를 경험하길 바랐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 귀는 좋은 음악을 좋은 음향으로 들었을 때 복합 음향 현상이 나타나는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자연을 배경으로 인류가 만든 최고의 오디오와 함께 음악을 향유하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음악적 철학을 위한 고집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음악에 대한 자존감이라고 할까. 단 한두 사람만이라도 이 공간의 철학을 이해하고, 이곳에서 음악을 듣고 싶어 하고, 그로 인해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이다.
음악으로 이 공간이 늘 가득 차길 바란다.
그로 인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음악만으로 풍족했으면 좋겠다.
콩치노 콩크리트가 음악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홀 내부의 메인 음향시설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1930년대에 출시된 극장용 3극 진공관 오디오 제품이다. 진공관은 인간의 청각에 조화로운 배음으로 소리를 전달한다. 이 덕분에 청아한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장시간 음악을 들어도 귀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
음악을 제대로 즐기려면 결국 역사를 알아야 하고, 오디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결국 1920년~ 1930년대 3극 진공관 오디오까지 도달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콩치노 콩크리트 홀에 3극 진공관 오디오를 세팅했다.
앞으로 도전 과제가 있다면?
음악 감상을 넘어 공연이 이뤄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하고자 한다. 특히 콩치노 콩크리트의 구조가 오페라에 유리하다. 2층, 3층까지 공간이 넓게 뚫려 있는 덕분이다. 올해 처음으로 이곳에서 오페라 공연을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했다. 관객 반응이 좋아 연 2회 진행하기로 했다. 내년 5월에는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가을에는 ‘라 트라비아타’를 준비하고 있다.
또 내년 신년 음악회도 준비 중이다. 매해 1월 말에 신년 음악회를 열어 빈의 왈츠, 라데츠키 행진곡 등을 연주하며 관객과 함께 즐기고 싶다.
오디오 취미를 꿈꾸는 독자들을 위해 조언을 하자면?
여력이 있다면 오디오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가족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는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자유롭게 듣지 못한다. 오디오를 좋아한다면 조그만 방 하나를 마련하거나 저렴한 땅을 매입해 나만의 음악 공간을 갖추는 것도 좋다.
오디오 취미는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만의 오디오 공간이라는 목표를 품다가 60대나 70대가 되어 만들어도 된다. 꿈을 마음속에 계속 담아두면 언젠가 실현할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