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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애드리브였다고?

촬영 현장에서 배우의 순발력과 재치가 의외의 명장면을 만들기도 한다.
시나리오에도 없는 배우의 순발력 있는 대사가 의외의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
‘이게 애드리브였다고?’라고 놀랄 만한 영화 속 명장면, 명대사를 뽑아봤다.

 

애드리브 (ad lib)

영화나 연극, 방송 등에서 출연자가 대본에 없는 즉흥적인 행동이나 대사를 하는 것.

 

 

 

 

보스는 왜 고양이를 쓰다듬게 되었을까?

대부 (1972)

감독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말런 브랜도, 알 파치노, 제임스 칸

어두컴컴한 방에서 조직의 보스가 깔끔한 양복을 입은 채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부하에게 명령을 내린다. 이런 시퀀스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악당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그 시초는 명배우 말런 브랜도에 의해 탄생했다. 역사상 가장 잘 만든 영화로 꼽히는 <대부>. 이 영화에서 ‘돈 비토 코를레오네’ 역을 맡은 말런 브랜도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품에 안은 채 쓰다듬으며 보나세라와 대화를 나눈다. 이 대목에서 냉혈한 돈 비토 코를레오네에게도 인류애가 있음이 드러난다.

 

많은 이가 이 장면이 철저한 각본을 기본으로 촬영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과 말런 브랜도의 재치로 탄생했다. 촬영 직전 갑자기 촬영장에 나타난 새끼 고양이를 본 감독이 슛과 동시에 말런 브랜도 무릎 위에 고양이를 올려놓은 것. 말런 브랜도 역시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레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촬영을 이어나갔다. 이 장면은 대부를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후 누아르 영화 속 보스는 양복을 입은 채 한 손으로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이 클리셰로 자리 잡았다.

 

 

로버트 드니로의 인생작

택시 드라이버 (1976)

감독마틴 스코세이지

출연로버트 드니로

로버트 드니로의 탁월한 연기력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장면을 보면 된다. 베트남전쟁 참전 용사 ‘트래비스 비클’은 뉴욕 맨해튼으로 돌아와 택시 운전사로 살아간다. 하지만 참전 후유증으로 정신이 피폐해지고 자아분열적 정신병에 시달린다. 이런 트래비스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트래비스가 혼잣말하는 장면을 삽입했는데, 대본에는 ‘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한다’고만 적혀 있었다. 로버트 드니로는 이 한 줄을 바탕으로 1분 30초간 명연기를 펼친다. 이 장면에서 애드리브로 한 “You talkin’ to me?”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로 남았다.

 

“You talkin’ to me?

You talkin’ to me? You talkin’ to me?

hen who the hell else are you talking

you talking to me?

Well I’'m the only one here”

 

 

가장 무서운 대사 한 줄

샤이닝 (1980)

감독스탠리 큐브릭

출연잭 니컬슨, 셜리 듀발, 대니 로이드

<샤이닝>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스탠리 큐브릭이 연출한, 공포 영화의 교본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BBC가 선정한 미국 100대 영화 중 하나로 꼽혔으며, 영화 잡지 <엠파이어>는 역대 최고의 공포 영화로 선정하기도 했다.

 

극 중 광기가 극에 달한 주인공 ‘잭 토랜스’는 자신을 피해 숨어 있는 아내와 아이를 찾아내 도끼로 문을 부수고 그 틈에 얼굴을 집어 넣어 “Here is Johnny!”를 외친다. 이 시퀀스는 공포에 떨고 있는 아내와 달리 살인을 즐기고 행복해하는 미치광이 남편의 모습을 보여줘 더 소름 끼치는 명장면으로 탄생했는데, 사실 잭 니컬슨의 애드리브였다. 당시 미국 <투나잇 쇼>의 MC 조니 카슨이 자신을 소개할 때 “Here is Johnny!”라고 외치는 모습을 잭 니컬슨이 즉흥적으로 따라 한 것. 지금도 이 장면은 인터넷 짤방으로 사용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16분이면 충분하다

양들의 침묵 (1991)

감독조너선 드미

출연ㅣ앤서니 홉킨스, 조디 포스터

<양들의 침묵>은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살인 전과가 있는 전직 정신과 의사 ‘한니발’ 박사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니발 박사 역할을 맡은 배우 앤서니 홉킨스는 독심술의 대가이자 흉악범을 연기하는데, 자신을 찾아온 FBI 수사 요원 스탈링을 조롱하며 “어떤 조사관이 나를 시험하려 했지. 그래서 그의 간을 콩 요리와 와인에 곁들여 먹었지”라는 말을 남긴 뒤 ‘시시싯’ 하는 불쾌한 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앤서니 홉킨스의 애드리브였는데, 얼굴을 클로즈업한 상태에서 내는 기분 나쁜 소리로 관객들은 오싹한 공포감을 느꼈다. 앤서니 홉킨스는 이 장면을 포함해 단 16분간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카메라에 담긴 진짜 웃음

굿 윌 헌팅 (1997)

진지한 장면에서 나온 예상치 못한 농담은 배우뿐만 아니라 현장 스태프까지 모두 한바탕 웃게 만든다. 평소라면 이런 상황에서 NG가 났겠지만 <굿 윌 헌팅>은 그 장면을 고스란히 영화에 담았다.

 

대학교수 ‘숀 맥과이어’를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는 맷 데이먼이 연기한 천재 청년 ‘윌’을 만나 그와 소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극 중에서 숀은 죽은 아내를 회상하며 그녀와의 추억을 농담처럼 말하는데, 이 이야기가 너무 웃겨 맷 데이먼은 실제로 박장대소를 한다. 게다가 촬영감독까지 웃음이 터져 카메라 앵글이 위아래로 흔들린다. 숀이 던진 농담은 아내가 자다가 뀐 방귀 소리에 놀라 큰일이 난 줄 알고 잠에서 깼다는 내용이었는데, 2분 남짓 이어진 이 이야기는 전부 로빈 윌리엄스의 애드리브였다. 맷 데이먼의 진짜 웃음과 함께 카메라 맨의 흔들리는 영상까지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남았다.

 

 

부상 투혼이 만든 명장면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2002)

감독피터 잭슨

출연ㅣ일라이저 우드, 이안 매켈런, 비고 모텐슨

세계 최대 영화 소개 사이트 IMDb에서 평점 8.7점을 받으며 역대 15위 기록을 세운 피터 잭슨 감독의 명작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1조원이 넘는 흥행 기록을 세우며 2002년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탄탄한 구성, 배우들의 열연이 흥행 비결로 꼽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힘들 만큼 배우들의 생생한 감정 표현이 가히 압권이다.

 

그중에서도 ‘아라곤’ 역을 맡은 비고 모텐슨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아라곤은 오크와의 전쟁에서 동료가 죽자 분함에 못 이겨 오크의 투구를 발로 걷어차는 애드리브를 보여준다. 하지만 투구를 잘못 차는 바람에 비고 모텐슨의 발등이 진짜로 부러졌다. 그는 자신의 발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지만 촬영을 멈추지 않고 처절한 절규를 보여주며 촬영을 마쳤다. 실제로 그가 느낀 고통이 영화에 생생히 담겼음은 물론이다.

 

 

애드리브 하나로 인생 역전!

살인의 추억 (2003)

감독봉준호

출연ㅣ송강호, 김상경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으로 대배우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특히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유명한데, 봉준호와 첫 인연을 맺은 작품이 바로 <살인의 추억>이다. 영화는 오랫동안 풀지 못한 미제 살인 사건을 다루며 드러나지 않는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들의 모습을 그린다. 범인을 잡기 일보 직전 막바지 촬영을 앞두고 봉준호 감독은 형사로 연기한 송강호에게 “오랜 시간 찾던 범인을 마주한다면 이 상황에서 과연 무슨 말을 할 것 같아?”라는 질문을 던진다. 송강호는 해당 장면을 촬영하는 순간까지 피를 말리는 기분을 느끼며 적절한 대답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오랜 고민 끝에 그가 생각해낸 대사는 “밥은 먹고 다니냐?”였다. 이 애드리브로 송강호의 배우 인생은 백팔십도 바뀐다.

 

훗날 송강호는 이 대사가 살수차에서 뿌려대는 비를 맞으며 생고생하는데도 봉준호 감독이 촬영을 계속 이어나가자 악에 받쳐 생각해낸 말이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타짜 (2006)

감독최동훈

출연ㅣ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김응수

개봉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영화 <타짜>. 조승우, 김혜수, 유해진 등 스타 배우들과 연기력 출충한 조연들의 활약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특히 김응수가 연기한 ‘곽철용’ 캐릭터는 영화를 개봉하고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다시 부활해 폭발적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가 뱉은 모든 대사가 크게 유행했지만 그중에서도 올림픽대로가 막힌다는 운전사 말에 “마포대교는 무너졌냐?”라고 응수한 그의 대답이 가장 빛을 발했다. 이 장면은 ‘고니’ 역을 맡은 조승우가 무기를 꺼내야 하는 장면에서 옷에 무기가 걸려 주춤하자 시간을 끌기 위해 그가 던진 애드리브였다. 김응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대사로 곽철용이 유명해지자 120여 개의 광고 제의가 들어왔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감독도 인정한 히스 레저의 한 방

다크 나이트 (2008)

감독크리스토퍼 놀란

출연ㅣ크리스천 베일, 히스 레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철저한 계산 아래 잘 짜인 각본대로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배우의 애드리브는 최대한 자제시키고, CG 사용도 극도로 제한한다. 덕분에 관객은 CG 장면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실사 촬영이었다는 걸 알고 놀라기 일쑤다. 그런 그가 이례적으로 배우의 애드리브를 영화에 담았다.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는 유치장에 갇힌 채 자신을 체포한 경찰이 승진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박수를 보낸다. 이때 그의 표정에서 비아냥과 더불어 알 수 없는 광기, 복수하고 말겠다는 굳은 다짐이 느껴지는데, 박수는 대본에 없던 설정으로 ‘조커’ 역을 맡은 배우 히스 레저의 애드리브였다. 대본을 중시하는 놀란 감독도 이 장면이 조커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시퀀스라고 여겨 편집하지 않았다.

 

 

피를 보더라도 연기를 멈출 순 없어!

분노의 추적자 (2012)

감독쿠엔틴 타란티노

출연ㅣ제이미 폭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수많은 노예를 거느린 백인 농장주 ‘캘빈 캔디’는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전달하는 장면에서 탁자를 내리친다. 너무 강하게 내리친 탓에 유리잔이 깨지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손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데, 현실감 넘치는 이 장면은 그의 손에서 진짜로 피가 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디캐프리오는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유리 조각을 빼내며 촬영을 이어나갔고, 심지어 앉아 있던 배우의 얼굴에 피를 묻히는 애드리브까지 펼친다. 대사 분량이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열연 덕에 NG 없이 단 한 테이크만에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모히토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까?"

내부자들 (2015)

감독우민호

출연ㅣ이병헌, 조승우

영화 제목은 몰라도 이 대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웹툰 원작의 영화 <내부자들>은 ‘기득권층에 맞선 검사와 조폭의 협업’이라는 소재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영화 막바지에 등장하는 이병헌의 대사 “모히토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까?”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는데, 이후 각종 예능 프로에서 이를 패러디하는가 하면 어순을 바꿔 말하는 개그가 등장하기도 했다. 놀라운 점은 이 대사가 이병헌의 애드리브였다는 사실. 원래 대본엔 “몰디브 가서 모히토나 한잔”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병헌이 몸으로 해결하는 무식한 조폭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 몰디브와 모히토의 단어를 바꾸는 재치를 발휘했다.

 

이병헌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 사건 진행이 너무 긴박해 관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상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촬영 중간 유머러스한 애드리브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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