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박용우
- 가정의학과 전문의
-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본부 홍보실장
비만은 아직까지 치료 방법이 없다. 현재로서는 비만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갈 생각만 하지 현재 상태를 살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환자들에게도, 강연을 할 때도 다른 목표를 말한다. 다이어트의 목적은 살이 더 많이 찌는 것을 막는 게 우선이다. 살이 한번 찌기 시작하면 계속 찌기 때문이다. 비만한 사람의 몸은 지방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 즉 몸이 망가져 있기 때문에 이 몸을 바꿔야 한다.
비만 관리가 왜 중요한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암과 혈관질환을 들 수 있고, 혈관질환은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으로 구분한다. 이 세 가지가 현재 우리나라 사망 위험 1~3위를 나눠 가질 정도로 흔하면서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비만은 이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이자 그 자체로 질병이다. 따라서 비만 관리는 현대인의 건강을 잘 유지하고 치명적인 질병을 예방하거나 늦추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살이 찌기 시작하면 누구나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해도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목표 설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 건강했던 시절의 체중이나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헬스클럽에서 트레이너에게 운동 지도를 받고 저탄고지 식단 등 식이 조절을 하면 금방 살을 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환상이다. 대부분 그렇게 하지 못한다.
'지방을 쓰는 몸'이란 무슨 뜻인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많이 먹고 안 움직여서 살이 찐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냥 적게 먹고 운동하면 빠진다고 착각한다. 전제가 잘못됐다. ‘대사 유연성’이라는 게 있다. 우리 몸은 에너지원으로 당과 지방을 같이 사용한다. 체내에 당이 들어오면 당을 우선적으로 쓰지만 당이 떨어지면 비축했던 지방을 꺼내 쓰게 되어 있다. 그러다가 다시 당이 들어오면 또 당을 먼저 쓴다. 이게 우리 몸의 정상적인 대사다.
그런데 몸이 망가지면 당이 떨어졌을 때 지방을 꺼내 써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러니 몸이 기억하는 에너지원인 당을 다시 찾게 된다. 계속 배고파하고 단것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탄수화물을 찾게 되면 체내에는 계속 지방이 쌓인다. 즉 지방을 안 쓰기 때문에 지방이 쌓이면서 살이 찌는 것이지 음식을 많이 먹어서 살이 찌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몸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왜 몸이 망가졌는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일단 현대인은 많이 먹는 게 아니라 자주 먹는다. 건강한 몸은 12시간 동안 음식을 먹고 12시간 동안은 휴식과 수면을 취해야 한다.
보통 아침을 먹고 4시간 후에 점심을 먹고 중간에 간식을 먹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저녁 식사 후 다음 날 아침까지는 배가 안 고프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식사 후 4~6시간이 지난 자정 무렵에는 허기가 져야 하는데, 건강한 몸이라면 저녁을 먹고 나서 그다음 날 아침까지는 배가 안 고프다. 이게 우리 몸의 정상적인 ‘서카디안 리듬’(24시간 주기의 생체 리듬)이다.
흔히 피곤할 때 '당 떨어졌다'라고 느끼는 건 왜일까?
지방을 안 쓰는 몸이라 그렇다. 당이 떨어지면 신체가 지방을 소모해야 하는데, 이런 대사 유연성이 떨어져 지방을 잘 안 쓰면 가짜 저혈당 증상이 나타난다. 손이 떨리고, 집중이 안 되고, 무기력하고, 짜증이 난다. 그런데 막상 혈당 수치를 재보면 저혈당이 아니다. 이런 증상을 ‘가짜 저혈당’이라고 한다. 만약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현재 살이 찌고 있거나 앞으로 살이 찔 가능성이 높은 거다.
결국 혈당이 문제인 건가?
지방을 잘 못 쓰고 대신 당을 끌어 쓰는 몸이라고 했는데, 이게 결국 혈당 이야기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체내에서 분해되어 포도당이 된다. 그 포도당이 혈액 내에 있으면 그게 혈당이다. 혈당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혈관 벽이 손상되고 이로 인해 각종 혈관 합병증이 생긴다. 이런 고혈당이 오래 지속되면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데,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 몸은 결국 지방을 안 쓰는 몸이라는 것이다.
혈당이 계속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너무 자주 먹어서다. 밥을 먹고 혈당이 올라가면 4시간쯤 지나야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사이에 인스턴트커피를 마시고 간식을 먹는다. 그러면 혈당이 떨어질 틈이 없다. 두 번째는 움직이지 않아서다. 혈당이 빨리 떨어지려면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현실은 어떤가? 직장인 대부분이 밥을 먹고 나면 바로 자리에 앉지 않나? 그러니 인슐린 호르몬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살찌기 쉬운 체질로 바뀌는 것이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과 더불어 12시간 공복을 지키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다. 정상적인 서카디안 리듬대로라면 저녁 식사 후 4시간 정도 지나 혈당이 떨어지고, 그 상태로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그러면 자고 있는 동안에 우리 몸이 지방을 소모한다. 그런데 저녁 식사 후 거실에 앉아 TV를 보면서 과일을 먹거나 맥주와 주전부리를 찾는다. 그렇게 늦게 잠들고 난 다음 날 아침 또 식사를 한다. 이렇게 인슐린이 계속 작동을 하니 인슐린 저항성이 커진다. 아침을 꼭 챙겨 먹으라는 이야기는 정상적인 서카디안 리듬을 지킬 때 해당하는 말이다. 정리하자면, 혈당이 떨어질 틈을 안 주고 계속 당질을 섭취하는 게 문제다.
혈당 관리에 신경 쓰면 살이 빠진다는 말인가?
당연하다. 살찔 일이 없다. 일반적으로 혈당은 당뇨병 환자나 당뇨병 위험군인 사람들이 신경 써야 하는 수치라고 생각하지만, 일반인도 자기 혈당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혈당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을까?
우선 탄수화물을 얼마나 먹을지 알아야 한다.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양은 각자의 신체 활동량에 맞게 결정하면 된다. 운동을 많이 하거나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그런데 차로 출퇴근하고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람이 세끼를 다 밥으로 먹고, 후식으로 과일을 챙겨 먹고, 중간에 간식까지 먹으면 어떻게 되겠나? 탄수화물도 흡수가 빠른 단당류는 가급적 피하고 천천히 흡수되는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
또 움직임이 적은 사람이라면 과일도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과일 주스는 생과일보다 흡수가 빨라 주의해야 한다. 무조건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자기 몸 상태에 맞게 먹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스트레스 관리다. 스트레스는 혈당을 더 빠르게 높여 인슐린을 바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에 따라 혈당 변동폭이 다른데?
일반적으로 식후 혈당을 140mg/dL 이하로 유지하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혈당 변동폭이 다르다. 그래서 각자 자기가 먹어도 되는 음식, 먹으면 안 되는 음식, 주의해서 먹어야 하는 음식을 아는 게 중요하다. 나는 당뇨병 환자가 아니라도 연속혈당측정기를 한번 착용해보라고 권한다. 나도 개인적으로 실험을 해봤는데, 몸이 지극히 건강한 데도 면 종류를 먹었을 때 혈당이 190mg/dL까지 올라갔다. 또 식사를 하고 나서 움직이지 않았을 때와 먹고 나서 30분 후에 일부러 밖에 나가서 걸었을 때 혈당 변동폭이 현격하게 차이가 났다. 기본적으로는 식후 혈당이 140mg/dL를 훌쩍 넘어갔는데, 식후에 바로 산책을 한 경우 130mg/dL 언저리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당뇨병 환자는 식후 2시간째일 때 혈당이 가장 높지만, 당뇨병 환자가 아니면 식후 1시간째의 혈당이 가장 높다. 그러니까 당뇨병 환자가 아닌 사람이라도 연속혈당 측정을 통해 평소대로 먹고 식후 혈당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보통 40대 이후부터 살이 찌기 시작한다. 40~50대가 20~30대보다 더 많이 먹어서일까? 아니다. 자기 몸이 바뀐 걸 모르고 먹는 게 문제다. 웰빙이 트렌드가 된 후 운동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방향성이 잘못된 경우도 많다. 적게 먹으면서 운동하면 당연히 살이 빠지겠지만, 평생 그 사이클을 유지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시 살이 찌게 되어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예전의 건강했던 몸으로 바꾸는 거다. 그게 다이어트의 핵심이다.
연속혈당측정기의 장점은?
당뇨병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는 여러 가지다. 그중 대표적인 게 공복 혈당 체크인데, 이는 한계가 명확하다. 혈압과 맥박이 시시각각 다르듯이 혈당도 마찬가지다. 공복혈당은 전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당일 컨디션이 어떤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당뇨병으로 진행 중인 사람이 공복혈당이 정상이라고 안심하면서 나쁜 습관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공복혈당이나 당화혈색소가 정상인 사람도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해 관찰해본 결과 4분의 3이 당뇨 전 단계였고, 그중 5%는 당뇨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속혈당측정기의 가장 큰 장점은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개개인에 맞는 음식을 찾고, 혈당 수치를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확립할 수 있는 부수적인 이익도 따라온다.
혈당을 낮추는 효과적인 방법은?
근육량을 키워야 한다. 우리 몸에서 당을 비축하는 창고가 간과 근육이다. 간은 뇌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비축하고, 근육은 신체 활동에 사용하기 위한 에너지원을 비축한다. 따라서 근육을 키워놓으면 우리 몸이 당을 조절하는 능력치가 커지는 거다. 또 근육량이 많아지면 똑같이 움직여도 혈당이 훨씬 빨리 떨어진다. 대형차가 소형차보다 기름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차량이라면 연비 좋은 차를 선호하겠지만, 혈당에 관해서는 연비가 나쁜 몸이 더 좋은 몸이다.
이런 생활 수칙을 지키고 있는지?
기본적으로 14시간 공복은 꼭 지킨다. 전날 오후 6시에 식사가 끝났으면 다음 날 오전 8시에 첫 번째 식사를 하고, 전날 오후 8시에 식사가 끝났으면 다음 날 오전 10시에 아침을 먹는 식이다. 첫 끼에는 가급적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다. 채소와 단백질 위주로 먹고 두 번째 식사 때 밥을 먹는다. 이때도 밥과 함께 채소와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가능한 한 설탕이나 흰 밀가루 음식은 먹지 않는다. 당연히 운동도 꾸준히 하고, 식사 후에는 무조건 밖에 나가서 20분 정도 산책하는 습관을 지키고 있다.
중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아직도 칼로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칼로리를 계산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내 몸을 좋게 하는 음식을 잘 챙겨 먹고 내 몸을 나쁘게 만드는 음식을 멀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운동도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본인의 한계를 넘는 고강도의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약도 용법과 용량을 맞춰 먹어야 효과가 있듯이, 운동도 적절한 강도로 규칙적으로 해야 효과가 내 몸에 반영된다. 일주일에 서너 번 산을 찾으면 모를까, 주말에 한 번 등산을 간다고 운동이 되는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하루 7시간 이상 숙면을 취해 내 몸의 리듬을 정상으로 돌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총체적 노력을 통해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살이 찌는 증상이 없어진다. 몸이 좋아지면서 저절로 살이 빠지게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