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게티이미지뱅크
참고 도서 <글루코스 혁명>(제시 인차우스페, 아침사과), <내 몸에 딱 맞는 맞춤 식단 혁명>(에란 시걸·에란 엘리나브, 아침사과)
중요한 건 체지방과 혈당
2017년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는 과체중 성인 34명을 대상으로 혈당이 다이어트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 결과, 혈당을 고려한 식단을 섭취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칼로리를 더 많이 섭취해도 다이어트 효과가 뛰어났다. 2016년 의학 저널 <임상 및 중개 내분비학(Journal of Clinical & Translational Endocrinology)>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혈당지수가 높은 식단보다 낮은 식단이 체지방을 태우는 데 효과적이다. 2004년 미국내분비학회 공식 잡지 <임상내분비대사학회지(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는 저탄수화물 식단이 저지방 식단보다 체지방량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위 연구들의 공통 키워드는 ‘체지방’과 ‘혈당’이다. 올바른 다이어트는 체중이 아닌 체지방 감소에 초점을 둬야 한다. 몸무게가 같더라도 어떤 사람은 체지방이, 다른 어떤 사람은 근육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려면 칼로리가 아닌 혈당에 집중해야 한다. 음식의 양과 칼로리가 같더라도 혈당 상승폭이 큰 음식이 체지방을 더 빠르게 올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과적 다이어트를 위해선 체지방 생성과 축적을 예방하는 혈당 조절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잉여 혈당의 미래는 체지방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탄수화물은 소화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전환되고, 이때 포도당이 혈액으로 흡수되는데, 이를 ‘혈당’이라고 한다. 포도당은 우리 몸이 최우선으로 사용하는 에너지원으로 근육과 장기, 뇌 등의 연료로 사용된다.
인체에는 포도당이 꼭 필요하지만, 그 양이 많지는 않다. 정상인 기준 혈액에 순환하는 포도당의 양은 약 4g(체중 70kg 기준)으로, 이는 1작은술 정도의 양이다. 그런데 포도당의 양이 1작은술보다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 다행히 인체는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정교한 조절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인슐린’이 주도한다.
인슐린은 세포가 포도당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혈당이 높아지면 ‘이자’와 ‘랑게르한스섬’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남은 포도당을 처리한다. 인슐린은 남은 포도당을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한다. 하지만 간과 근육에는 글리코겐을 저장할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간에는 약 100g, 근육에는 약 400g의 글리코겐만 저장할 수 있다.
간과 근육에 저장하고도 포도당이 남으면, 인슐린은 포도당을 지방으로 변환해 복부 등의 지방조직에 축적한다. 간과 근육 저장소와 지방 저장소의 가장 큰 차이는 ‘저장 용량’이다. 간과 근육 저장소는 포도당이 전환된 글리코겐을 약 500g만 저장할 수 있지만, 지방 저장소는 무한대로 저장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인체는 혈당이 높아질 때마다 남은 포도당을 체지방으로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우리 몸은 포도당을 모두 사용한 뒤, 간과 근육에 저장한다. 그러고도 남으면 최후의 방법을 모색한다. 바로 '체지방으로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이다.
체지방 늘리는 주범, ‘혈당 스파이크’
인체는 혈중 포도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한다. 식사 후 혈당 수치가 급격하게 치솟으면 인체는 위기를 느껴 빠르게 혈당을 내리기 위해 인슐린을 다량 분비한다. 이처럼 식사 후 혈당 수치가 급격하게 치솟았다가 감소하는 현상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인슐린은 앞서 설명했듯 체내의 잉여 혈당을 체지방으로 축적해 급격하게 오른 혈당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가정의학과 최원철 원장(이오의원)은 “인슐린 분비 자체만으로도 지방조직에서 지방산 합성을 증가시키고, 지방 분해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라고 설명하며, “체지방 생성을 막으려면 인슐린 분비를 낮춰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안정된 인슐린 수치와 다이어트의 관계를 입증한 연구 결과도 있다. 2021년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JAMA Network)>에 발표된 캐나다 앨버타대학교(University of Alberta)의 나타샤 위베(Natasha Wiebe) 교수 연구팀은 112개의 전향성 추적 조사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총 5603명의 체질량지수(BMI)와 인슐린 분비의 인과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체질량지수가 낮을수록 공복 혈당지수와 만성염증 지표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공복 인슐린 수치 변화가 체중 변화보다 먼저 일어났다”라고 설명했다.
혈당 스파이크는 ‘파도’와 같다. 파도가 크게 치면 단단한 방파제도 무너지듯, 혈당이 큰 폭으로 요동치면 혈관이 버티지 못하고 문제가 생긴다. 혈당이 140 정도로 유지되는 사람과 110, 190을 오가는 사람의 평균 혈당은 비슷하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몸 곳곳에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혈당 스파이크가 빈번하면 단기적으로는 여드름이나 수면 장애, 편두통 등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는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치매, 관절염, 우울증, 불임 등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인다.
내 몸의 혈당 패턴을 파악하자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하려면 이를 유발하는 음식을 피해야 한다. 그런데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어떤 사람은 혈당이 오르는 반면, 어떤 사람은 혈당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 2015년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는 혈당지수(GI)가 같은 음식을 먹어도 개인에 따라 혈당 상승폭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혈당 상승폭의 차이는 체형, 혈액검사 수치, 장내 미생물 조성 차이, 신체 활동에 따라 개인 차를 보인다. 그 때문에 ‘개인화된 맞춤 식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본인 스스로 혈당을 올리거나 올리지 않는 음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반영해 식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당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 매번 혈액을 채취해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통증 없이 2주 동안 혈당의 흐름을 곡선 그래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식사 후 혈당 수치가 30(mg/dL) 이상 증가하면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난 것으로 간주한다. 혈당을 측정했을 때 그래프가 뾰족하고 상승폭이 30보다 크면 혈당 스파이크가 자주 일어난 것이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해 하루에 발생하는 혈당 스파이크 횟수를 줄이고자 노력하면 체지방 증가를 막을 수 있다.
‘지방을 잘 태우는 몸’이 관건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해 체지방 생성을 막았다면, 그다음은 이미 쌓여 있는 체지방을 태울 차례다. 체지방이 타는 순서는 체지방이 쌓이는 순서와 동일하다. 혈액 속 포도당이 부족해지면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 형태로 비축해 둔 혈당을 먼저 사용하고, 이를 다 사용하면 가장 마지막으로 지방 저장소에 있는 지방을 태우기 시작한다. 몸이 ‘지방 연소 모드’로 바뀌는 셈이다.
그렇다면 지방 연소 모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체는 주로 포도당과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과정이 더 단순하기 때문에 포도당을 먼저 사용한 후에 지방을 사용한다. 이는 화목 난로와 장작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인체는 화목 난로, 포도당은 마른 장작, 지방은 젖은 장작에 비유된다.
포도당을 계속 섭취하면 들어오는 포도당만 태우다 지방을 태우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난로에 마른 장작을 부족할 틈 없이 계속 넣으면 젖은 장작은 쓸 필요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인체는 나중에 포도당이 떨어지고 여유 지방이 많더라도 지방을 태우지 않고 포도당을 달라는 배고픔 신호를 보내게 된다. 이는 ‘대사유연성’이 비활성화되는 것이다.
대사유연성은 포도당과 지방을 유연하게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이다. 대사유연성은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때 포도당 양을 일정 수치 이하로 유지하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해 대사유연성 기능을 천천히 복구한다.
간헐적 단식으로 대사유연성 활성화
간헐적 단식은 포도당의 공급을 줄여 대사유연성을 활성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간헐적 단식은 전략적으로 일정 시간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음식물을 섭취한 시점에서 12~18시간 동안 단식한다.
일정 시간 동안 공복 상태가 유지되면 대사유연성이 활성화되고, 비로소 우리 몸은 지방을 태우기 시작한다. 즉 간헐적 단식을 하면 체지방을 빠르게 태울 수 있는 신체 조건이 형성되는 것. 간헐적 단식 효과는 연구 결과로도 입증된 바 있다. 미국 앨라배마대학교(The University of Alabama) 연구팀은 25~75세 비만 환자 90명을 간헐적 단식을 하는 그룹과 하지 않는 그룹으로 나눠 14주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간헐적 단식을 한 그룹은 하지 않은 그룹보다 체지방이 1.4kg 더 감소했으며, 혈압 감소와 분노 행동, 우울증 등의 기분장애도 개선됐다.
간헐적 단식이 처음이라면 10시간부터 시작해 보자. 저녁을 오후 7시에 먹고 디저트를 9시에 먹었다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만 공복을 유지하면 된다. 이 정도는 늦은 밤에 야식이나 군것질만 참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10시간이 익숙해지면 저녁 식사 후 디저트를 먹는 것을 참아보자. 이렇게 하면 12시간 간헐적 단식은 간단하게 성공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침보다는 저녁에 약속을 많이 잡기 때문에 아침을 먹지 않고 점심, 저녁만 먹는다면 16시간 간헐적 단식도 충분히 매일 실천할 수 있다. 반대로 저녁을 건너뛰는 방법도 가능하다.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춰 공복 유지 시간을 점차 늘려 나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간헐적 단식과 함께 운동을 병행하면 체지방을 보다 효과적으로 태울 수 있다. 높은 강도로 운동할수록 근육 속 세포는 우리가 움직이는 만큼 에너지를 내기 위해 훨씬 많은 에너지원을 연소시킨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가 느리게 달리는 자동차보다 연료 소모량이 몇 배나 더 많은 것과 같다.
특히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 HIIT)은 강도 높은 운동과 휴식을 번갈아 하면서 체지방을 효율적으로 감소시키는 운동법으로, 짧은 시간 안에 체지방을 태우는 데 효과적이다. 캐나다 라발대학교(Laval University) 연구팀은 45분간 쉬지 않고 중등도 강도로 자전거를 탄 그룹과 15~90초 동안 전력으로 운동한 후 짧게 휴식 시간을 갖는 HIIT를 반복한 그룹을 비교했다. 그 결과, HIIT를 한 그룹이 중등도 운동을 한 그룹보다 체지방 감량 효과가 9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빠른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내 몸을 잘 알고 다스려서 체지방이 쌓이지 않고 효과적으로 태울 수 있어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가 가능하다. 체지방이 생성되는 원리를 잘 숙지해 이를 예방하려 노력하고, 이미 쌓인 체지방은 효율적으로 태울 수 있는 습관을 체득해 병행해야 한다. 또한 본인의 혈당을 올리거나 올리지 않는 음식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방법을 체득하다 보면, 궁극적으로 원하는 보디 핏(body fit)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혈당 스파이크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체지방 증가를 야기할 뿐 아니라 인체 곳곳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빠르게 상승했던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뇌가 이를 감지하고 몸에 ‘가짜’ 배고픔 신호를 보내 식욕을 당기게 만든다. 또 식곤증을 유발해 피로와 졸음이 쏟아지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