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Jeans
어도어 소속 다국적 5인조 걸 그룹. 그룹명 ‘뉴진스(NewJeans)’는 영어 뜻 그대로 ‘새로운 청바지’라는 뜻인데, 청바지가 유행을 타지 않고 매일 입어도 질리지 않는 옷인 것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한국인 멤버 민지, 해린, 혜인과 베트남과 호주 복수국적의 하니, 한국과 호주 복수국적의 다니엘로 구성된다. 뉴진스는 데뷔 당시 멤버 평균연령이 16.4세였으며, 그룹의 막내 혜인은 올해 15세다. 낮은 평균연령으로 데뷔 당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세간의 우려에 코웃음을 치듯 프로페셔널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왼쪽부터 혜인, 하니, 다니엘, 해린, 민지
NewJeans Syndrome
뉴진스는 K-팝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음반 기록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빌보드 차트를 기준으로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과거에는 빌보드 차트 진입만으로도 놀라운 기록이었으나, 뉴진스에겐 빌보드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는 그다지 놀랍지 않다. 이제는 빌보드 차트에서 ‘어떤 기록을 세우느냐’가 관건이다.
뉴진스의 2집 미니앨범 <Get Up>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1위에 올랐다. 이 차트에 1위로 등극한 K-팝 그룹은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와 뉴진스뿐이다. 이번 앨범 속 3개의 타이틀곡은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K-팝 역사상 핫100 차트에 세 곡 이상을 동시에 올린 최초의 K-팝 여성 아티스트가 됐다. 두 곡 이상을 진입시킨 아티스트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에 이어 세 번째다. 그뿐 아니라 8월 1일 뉴진스는 데뷔 1년 만에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누적 스트리밍 횟수 20억 회를 돌파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열다섯 곡 중 여섯 곡을 스포티파이 억대 스트리밍 반열에 올렸다.
8월 3일에는 미국의 대형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시카고(Lollapalooza Chicago)' 무대에 올랐다. K-팝 걸 그룹으로서는 최초다. 롤라팔루자 시카고는 아티스트들에게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무대로, 세계적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도 함께 출연했다. 뉴진스는 약 45분 동안 열두 곡을 라이브로 선보였는데, 그동안 약 7만 명의 관객이 모든 곡에 '떼창'으로 화답하며 뉴진스의 글로벌 인기를 입증했다.
NewJeans Marketing
요즘 브랜드에선 뉴진스를 광고 모델로 세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뉴진스의 광고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마케터 사이에선 ‘뉴진스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다.
뉴진스는 데뷔 3개월 만에 100여 개 기업에서 광고 제의를 받았으며, 데뷔 9개월 만에 멤버 전원이 명품 브랜드의 앰버서더로 선정됐다. 뉴진스 멤버 중 민지는 샤넬, 하니는 구찌와 아르마니 뷰티, 다니엘은 버버리와 입생로랑 뷰티, 해린은 디올, 혜인은 루이 비통에서 앰버서더로 활동한다.
광고음악(CM송)도 남다르다. 2023년 4월 4일 코카콜라와 협업한 ‘제로(Zero)’가 음원 플랫폼 지니 실시간 차트 1위, 벅스 실시간 차트 3위, 멜론 '톱100' 차트 4위, 한국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를 차지하는 등 광고음악으로는 이례적인 음원 성적을 기록했다.
뉴진스는 글로벌 테크 기업 애플과도 협업했다. 2집 미니앨범 <Get up> 수록곡 중 ‘ETA’의 뮤직비디오를 ‘아이폰 14 pro’로 촬영한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 광고에선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이 아이폰으로 뉴진스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모습을 담았으며, 이는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도 게시됐다. 그들의 마케팅 영향력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간 것이다.
최근 미국 음악 매거진 <롤링스톤>이 선정하는 'Future 25' 명단에
뉴진스의 이름이 올랐다. Future 25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음악산업의 변화를 선도하는 이들을 조명하는 명단이다.
전 세계에서 뉴진스의 현재와 미래를 눈여겨본다는 방증이다.
이 모든 기대를 모으는 데 뉴진스는 1년이면 충분했다.
Why NewJeans?
뉴진스가 대단하다는 건 알겠는데, 다른 아이돌 그룹과 무엇이 다른 걸까.
뉴진스가 ‘대세’로 불리는 이유를 키워드로 정리했다
Director & Producer
‘민희진의 아이돌.’ 뉴진스가 데뷔하기 전 불린 이름이다. 민희진은 과거 SM엔터테인먼트 그래픽디자이너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오른, 그야말로 ‘SM의 전설’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미지를 총괄하는 비주얼 디렉터로 활동하며 소녀시대,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을 탄생시켰다. 당시 SM엔터테인먼트의 세련된 이미지를 확립한 인물인 셈이다. 그런 민희진이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하이브로 이적하며 선보인 첫 번째 아이돌이 뉴진스다. 민희진이 심혈을 기울인 만큼 데뷔곡 ‘Attention’부터 압도적 비주얼을 보여주며 대중의 기대에 부응했다.
뉴진스의 인기에는 음악도 한몫을 차지한다. 뉴진스의 음악은 DJ 겸 프로듀서 250(이오공)과 프랭크가 메인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들은 특유의 자유분방한 ‘마이너 감성’으로 비교적 대중의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주로 실험적인 전자음악과 힙합 음악을 선보였으며, 특히 250은 2022년에 앨범 <뽕>을 발매하며 트로트 음악을 다루기도 했다. 두 사람이 뉴진스의 음악을 맡으면서 대중이 원하는 음악을 정확히 캐치하며 트렌디한 음악을 제작한다.
그 외에도 ‘광고계의 봉준호’라 불리는 영상 제작사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대표가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유명 래퍼 빈지노가 작사에 참여하는 등 각 분야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이들이 뉴진스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
Game Changer
뉴진스의 무기는 비주얼만이 아니다. '보는 음악'이 문화로 자리 잡은 아이돌 음악업계에서 뉴진스의 음악은 그 자체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인다. 주류 음악업계인 미국의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고, 이를 뉴진스만의 개성에 완벽히 녹여낸다. 뉴진스의 음악이 미국 무대에서 트렌디함을 인정받는 이유다.
과거에는 특정 음악 스타일이 대중음악업계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면 K-팝에서 이를 수용하는 데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K-팝 아이돌업계는 국내 음악 시장에서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음악에서 실험적 시도를 하는 데 부담이 크다. 미국 음악 시장의 실시간 트렌드가 대중의 귀에 익숙해진 후 콘셉트와 안무 등 다양한 요소를 준비해 대중에 공개하는 것이 보통이다.
뉴진스는 다르다. 뉴진스는 미국 음악업계에서 갓 시작한 트렌드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음악에 녹인다. 싱글 'Ditto'가 좋은 예다. 'Ditto'는 최근 가장 트렌디한 음악 장르로 꼽히는 '저지 클럽(Jersey Club)'을 뉴진스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음악이다.
저지 클럽은 1990년대에 인기를 끈 음악 장르로, 4/4박자 안에서 '쿵쿵 쿵쿵쿵'의 리듬을 연주하는 드럼 킥 패턴이 특징이다. 저지 클럽이 DJ 음악에서 시작한 클럽 음악인만큼 '춤추기 좋은 음악 장르'로 꼽힌다. 최근 '댄스 챌린지'가 활발히 진행되는 틱톡 같은 숏폼에서 저지 클럽 음악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미국의 유명 래퍼 릴 우지 버트가 'Just Wanna Rock'이라는 저지 클럽 장르의 곡을 발매하면서 저지 클럽이 본격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릴 우지 버트가 'Just Wanna Rock'을 공개한 시점이 2022년 11월인데, 뉴진스가 'Ditto'를 2022년 12월에 공개했다는 것이다. 아이돌업계 특성상 여러 준비 요소를 고려한다면, 사실상 동일한 시점에 트렌드를 캐치하고, 이를 음악에 반영한 셈이다. 뉴진스가 K-팝업계의 '게임 체인저'라 불리는 이유다.
Trend Setter
뉴진스를 논하는 데 ‘Y2K’를 빼놓을 수 없다. Y2K는 ‘Year 2 Kilo(1000)’의 약자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스타일과 문화를 뜻한다. 흔히 ‘복고’라고 불리며 2020년부터 MZ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트렌드다. 뉴진스는 데뷔부터 Y2K 콘셉트를 내세웠다. 이러한 뉴진스의 콘셉트는 2000년대 이후 출생한 1020세대에겐 신선함과 ‘힙’한 문화로 다가가고, 밀레니얼 세대를 경험한 2030세대에겐 친근함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트렌드에 민감한 청년 세대 모두를 아우르는 셈이다.
뉴진스는 데뷔곡 ‘Attention’에선 1990년대 미국 하이틴 콘셉트를 가져가며 청량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싱글 앨범 <Ditto>에선 1990년대 당시 교복과 학교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Ditto’의 뮤직비디오는 1990년대 당시를 표현하기 위해 빈티지 캠코더로 촬영했다. 이러한 뉴진스의 콘셉트는 대중에 적중했다. ‘Ditto’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후 빈티지 캠코더의 중고 거래가가 급상승했을 정도다. 뉴진스가 일으킨 나비효과로 여전히 화질이 떨어지는(?) 옛날 카메라가 유행하는 중이다.
최근 공개한 미니앨범 <Get Up>은 1990년대 후반에 유행한 미국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기준으로, ‘Attention’에선 미국의 하이틴 문화를, ‘Ditto’에선 한국의 학교 분위기를, 이번 앨범에선 미국의 10대에게 인기를 끌던 애니메이션을 콘셉트로 활용한 것이다. <파워퍼프걸> 리부트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고 콘셉트를 반영한 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