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 가문에서 태어난 신성
1972년 저명한 프로듀서인 아버지 브루스 팰트로와 당대 최고 여배우 블리드 대너 사이에서 태어난 귀네스 팰트로. 이런 집안 환경 덕분에 어릴 적부터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더글러스 등 유명 인사와 친분을 쌓는다. 일곱 살 때 어머니가 나오는 연극에 시체로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한 그녀는 명문 사립고 스펜스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대학교에 진학하지만 1년 만에 학업을 중단하고 본격적인 배우의 길로 들어선다.
피터팬 여자친구에서 형사 아내로
영화 <정열의 샤우트(Shout)>(1991)를 통해 데뷔한 귀네스 팰트로는 스티브 스필버그 버전 피터팬 이야기인 <후크(Hook)>(1991)에서 피터 팬의 여자친구 웬디 역을 하는 등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로 단역을 맡으며 연기 경력을 쌓는다. 그런 그녀가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한 영화 <세븐(Se7en)>(1995)에서 브래드 피트(밀즈 형사 역)의 아내 역을 맡으면서부터다. 이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 최고 미남 스타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녀 앞에는 ‘브래드 피트의 연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되었다.
“ 나는 평소 다양한 스타일로 변신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긴 머리만큼은 오래도록 고수하고 있다.
6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하신
긴 생머리를 자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귀네스 팰트로
여배우로 홀로서기, 그리고 오스카의 여왕
그녀를 ‘브래드 피트의 연인’이 아니라 ‘배우 귀네스 팰트로’로 기억하게 만든 영화가 바로 <엠마(Emma)>(1996). 제인 오스틴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에서 주인공 엠마로 등장해 자신만만한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받는다. 여담으로 그녀는 엠마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한 달 간 승마와 춤, 노래, 궁술, 사교술 등을 배웠다.
이듬해 브래드 피트와 결별한 귀네스 팰트로는 영화 <굿 윌 헌팅>(1998)으로 급부상한 배우 벤 애플렉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이후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1998)에 출연하면서 연기에 눈을 뜬 그녀는 연인과 함께 출연한 <셰익스피어 인 러브(Shakespeare in Love)>(1998)에서 셰익스피어의 마음을 사로잡는 바이올라 역으로 열연, 그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영화배우협회에서 주는 최고의 여배우상을 모두 휩쓸었다.
“ 일을 쉬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배우가 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아티스트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자신의 내면에서 타오르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죠.
취미가 아니라 자신이 진정 느끼는 욕구가 필요해요.”
- 귀네스 팰트로
다채로운 필모그래프
맷 데이먼과 주드 로의 상대역으로 출연해 섬세한 내면 연기를 펼친 <리플리(The Talented Mr.Ripley)>(1999), 과체중으로 상처받는 로즈메리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Shallow Hal)>(2001), 기묘하고 고약한 테넌바움 가족의 일원으로 폭소탄을 날린 <로얄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s)>(2001),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여류 시인 실비아 플래스로 분한 <실비아(Sylvia)>(2003) 등 할리우드 섭외 0순위가 된 후에도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다채롭다. 돈은 없지만 자신만의 재능으로 무장한 감독들의 재기 발랄한 작품이라면 규모, 출연료 등은 상관하지 않는 듯. 덕분에 팬들은 다양한 역할을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펼쳐 보이는 귀네스 팰트로에 더욱 매료될 수밖에 없다.
예술 같은 사랑, ‘귀네스’ 가족
귀네스 팰트로는 2003년 영국 록 밴드 콜드 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과 열애 끝에 결혼하고, 사랑스러운 딸 ‘애플(Apple)’과 아들 ‘모지스(Moses)’를 출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Moses’를 ‘모세’라고 읽지만 영어식 발음은 ‘모지스’다. 사과와 모세, 참으로 특이한 작명이 아닐 수 없다. 현지에서도 아이들이 이름이 알려지자 ‘아이 이름을 장난으로 짓냐’며 빈정대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귀네스 팰트로는 이에 대해 ‘애플’은 어감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깔끔해서 선택하고, ‘모지스’는 남편이 속한 콜드플레이의 2003년 라이브 앨범 속 노래 제목이라고 밝혔다. 여담으로 콜드플레이의 인기곡 ‘Fix You’는 크리스 마틴이 아버지를 잃은 귀네스 팰트로를 위로하기 위해 쓴 곡이다.
“ 저는 엄마가 된 지금이 제 모습 중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고 생각해요.”
- 귀네스 팰트로
Issue. 사랑은 식어도 우정은 여전하다
귀네스 팰트로는 크리스 마틴과 결혼 12년 만에 이혼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이혼 후에도 이들의 관계는 어긋나지 않았다. 귀네스 팰트로가 콜드플레이의 싱글 <Everglow>에 코러스 보컬로 참여하는 등 두 사람은 여전히 친한 친구 사이로 지낸다. 심지어 귀네스 팰트로와 새 남편 브래드 팔척, 그리고 크리스 마틴과 그의 새 여자친구 다코타 존슨까지 네 사람이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전남편뿐 아니라 브래드 피트를 포함한 전 남자친구들과도 여전히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다.
귀네스 팰트로의 이모저모
1. 2013년 미국 연예 주간지 <피플(People)>이 주관한 ‘2013년 가장 아름다운 여성’ 1위에 선정됐다.
2. 채식주의자이며, 한국 음식 마니아로 유명하다. 하지만 50대가 된 이후에는 ‘에라 모르겠다’ 하며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씻지도 않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도 한다고.
3. 건강용품 회사 ‘구프(Goop)’의 대표다. 2020년 넷플릭스와 협업해 6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귀네스 팰트로의 웰빙 실험실>을 론칭했다. 에너지를 이용한 치유, 환각제 복용법 등의 영상이 유사 과학을 퍼뜨리는 행위라고 비판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