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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스펙트럼의 정점, 스칼릿 조핸슨

뛰어난 연기력과 매력적인 보이스, 털털하고 당당한 모습까지.
‘미녀 배우’라는 납작한 수식어로는 그를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 그 매력의 시작을 알아보고자
그의 연기 인생을 되돌아본다.

 

 

ⓒ alamy

스칼릿 조핸슨

· 1984년생

 

화목한 가정, 이란성 쌍둥이, 외동딸

스칼릿 조핸슨은 오빠 둘과 배우로 활동 중인 쌍둥이 남동생 헌터 조핸슨까지 3남 1녀 중 외동딸로 태어났다. 유복한 가정에서 부모와 오빠들의 사랑을한 몸에 받고 자랐으며, 유럽계 미국인 부모의 유전자 덕에 어릴 적부터 남다른 미모를 뽐냈다.

 

영화 <노스> 출연진과 스칼릿 조핸슨 ⓒ alamy

 

운동화 밑창이 닳을 만큼 숱한 오디션 도전

지금은 ‘고혹적인 보이스’로 칭송받는 스칼릿 조핸슨이지만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 때문에 숱한 오디션에서 탈락하는 아픈 경험을 했다. 고작 세 살 때 연기에 대한 갈망이 움텄다는 그는 어릴 적부터 지향점이 분명한 아이였다. 그는 쌍둥이 남동생 헌터 조핸슨과 함께 오디션을 보러 수없이 다녔는데, 남동생만 합격하자 어머니에게 극도의 히스테리를 부릴 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8세 때부터 3년간 리 스트라스버그 액터스 스쿨에 다니며 연기를 공부한 그는 여덟 살 나이에 연극 <소피스트리> 무대에 섰다. 영화 데뷔작은 로브 라이너 감독의 노스(North)>(1994)로 당시 스칼릿 조핸슨은 열 살이었다.

 

온전히 집중할 무언가가 있을 때 제일 행복해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하나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스틸 컷 ⓒ alamy

 

탄탄한 기본기 갖춘 할리우드 배우

스칼릿 조핸슨은 거의 10년 동안 무명 배우 생활을 하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4)를 통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영국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또 탄탄하게 다진 그의 연기력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004)에서 한층 빛을 발했다. 이후 천재 감독 우디 앨런의 뮤즈로 <내 남자친구의 아내도 좋아>(2008)에 출연하고, 연이어 <아이언맨 2>(2010)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으며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독립영화에도 자주 출연해 각종 영화제의 여우주연상 단골 후보가 됐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스틸 컷 ⓒ alamy

 

클래식 영화의 헤로인

스칼릿 조핸슨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천일의 스캔들>(2008) 등 클래식한 영화에 심심찮게 등장했다. 현대극에서 보여준 당돌한 팜 파탈 이미지와 더불어 시대극에서 사려 깊고 진중한 모습까지 소화한다. 스칼릿 조핸슨의 연기 스펙트럼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alamy

 

현시대의 마릴린 먼로

스칼릿 조핸슨은 2009년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의 메이크업 광고 화보를 촬영했다.

이 화보에서 그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마릴린 먼로의 트레이드마크 표

정을 그대로 재현했다. 163cm의 아담한 키에 볼륨감 넘치는 몸매, 하얀 피부와 도톰하고 붉

은 입술은 얼핏 보면 마릴린 먼로로 착각할 정도다. 세계적인 유명 패션 디자이너와 포토그래

퍼도 스칼릿 조핸슨이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의 마릴린 먼로를 그대로 빼닮았다고 입을

모았다.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예요.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뜨거운 것이 좋아> 속

마릴린 먼로가 생각나요.”

- 돌체앤가바나 디자이너 스테파노 가바나

 

<루시> 스틸 컷 ⓒ alamy

 

한 얼굴로 두 감정을 소화하는 배우

수많은 영화를 거치며 인정받은 스칼릿 조핸슨의 연기력은 뤼크 베송 감독의 영화 <루시>(2014)에서도 빛을 발했다. 특히 감정이 사라져가는 연기를 위해 얼굴 근육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연기가 압권이다. 극 중에 약물중독으로 감정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어머니와 통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수화기를 댄 감정이 남아 있는 우측 얼굴은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고, 감정이 사라진 좌측 얼굴은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추후 <결혼 이야기>(2019)에 스칼릿 조핸슨을 캐스팅한 노아 바움백 감독은 “한쪽 눈만 눈물을 흘리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배우”라며 스칼릿 조핸슨의 연기를 칭찬했다.

 

Episode. 운명처럼 다가온 ‘블랙 위도우’

 

스칼릿 조핸슨을 대세 배우 반열에 본격 올린 배역은 단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블랙 위도우’다. 사실 마블은 블랙 위도우가 처음 등장하는 <아이언맨 2>에서 해당 역에 또 다른 스타 배우 에밀리 블런트를 내정했지만 스케줄상 스칼릿 조핸슨을 최종 캐스팅했다. 스칼릿 조핸슨은 이 영화에서 배우 인생 처음으로 액션 연기를 펼쳤다.

ⓒ alamy<br>
ⓒ alamy

 

2019년은 스칼릿 조핸슨의 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 오프닝 역대 1위를 기록한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연출한 <조조 래빗>(2020),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 스칼릿 조핸슨이 명연기를 펼친 이 영화들은 모두 2019년에 개봉했다. 특히 <결혼 이야기>에서 이혼 과정을 겪는 ‘니콜’ 역으로 분해 열연을 선보였다. 이 영화들로 대중의 찬사는 물론이고 수많은 영화제에서 그에게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겼다. 그 덕분일까. <포브스>가 공개한 ‘2019 할리우드 여배우 수입 순위’에서 한화로 약 648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Issue.

영화 <그녀>(2014)는 근미래 SF영화로,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그린다. 스칼릿 조핸슨은 영화에서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 역을 맡으며 목소리 연기만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슈는 영화 개봉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벌어졌다. 지난 5월, 오픈AI가 공개한 ‘챗GPT-4o’의 인공지능 ‘스카이(Sky)’의 목소리가 영화 <그녀> 속 스칼릿 조핸슨의 목소리와 유사했던 것. 이에 스칼릿 조핸슨은 오픈AI가 자신의 목소리를 모방했다며 공식 성명을 내고 법정 대응을 시사했다. 그의 성명에 따르면,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은 스칼릿 조핸슨에게 새로운 챗GPT 시스템을 위해 목소리를 빌려줄 의향이 있는지 물었고, 스칼릿 조핸슨은 이를 거절했다. 샘 알트먼은 GPT-4o 발표 이틀 전 제안을 다시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는 재차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에 오픈AI는 챗GPT ‘음성 모드’ 서비스 출시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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