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서킷에서 치열한 레이싱을, 때로는 로드에서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즐긴다. IT 유튜버 김기연 씨는 바쁜 일상에서도 심 레이싱으로 로망을 채운다.
profile
김기연
· 유튜브 채널 <사는이유> 운영
심 레이싱을 처음 시작한 계기는?
전역 후 복학을 준비하며 계약직으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컸다. 레이싱 영상을 보며 아버지 차나 렌터카로 간간이 열정을 해소하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심 레이싱 장비를 발견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사준 플레이스테이션 2와 레이싱 휠로 즐기던 기억이 떠올랐다. 10년 넘는 시간이 흐른 만큼 기술이 크게 발전했을 거라 기대하며 본격적으로 심 레이싱 장비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장비를 구매하며 입문하게 됐다.
실제로 자동차를 좋아하나?
그렇다. 유치원 때부터 아버지와 외출하면 혼자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는 상상을 하며 놀았다. 성인이 되어서는 실제 차량뿐 아니라 GT 시리즈와 랠리 같은 레이싱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심 레이싱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차와 관련된 거의 모든 로망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릴 적 동경하던 차나 현실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차를 가상으로 몰아볼 수 있다. 비록 실제 차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레이싱에 몰입하면 상당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차량으로 스포츠 주행이나 서킷 주행을 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며, 사고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심 레이싱은 컴퓨터를 켜고 레이싱 휠만 연결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과속이나 칼치기 같은 일탈도 심 레이싱으로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다. 심지어 음주운전도 가능하다.(웃음)
실제 자동차를 타는 감각과 심 레이싱이 어느 정도 유사한가?
장비와 몰입도에 따라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70% 정도 유사하다고 느낀다. 레이싱에 완전히 몰입할 때는 90% 이상 유사한 것 같다.
심 레이싱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실제 차량의 물리 데이터를 디지털로 구현하며, 개발 과정에서 실제 차와 트랙 테스트를 진행한다. 배기음도 실제 차량의 소리를 녹음해 디지털화하고, 트랙은 레이저 스캔으로 고저 차와 노면까지 세밀하게 재현한다. 이처럼 환경이 정교하게 설계된 덕분에 장비가 좋을수록 현실감이 크게 증가한다.
최근 VR 장비로 심 레이싱을 체험했는데, 정말 놀라웠다. VR에서는 실제와 95% 이상 유사하게 느껴졌고, 만약 차량의 움직임에 맞춰 시트가 움직이는 모션 시트까지 더해진다면 현실과의 차이를 거의 느끼기 어려울 만한 수준이었다.
평소 어떻게 심 레이싱을 즐기나?
두 가지 방식으로 즐긴다. 지인들과 함께 하거나 혼자 플레이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심 레이싱 서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레이싱을 하며 즐겼다. 하지만 지금은 주로 혼자 목표를 설정하고 기록을 경신하는 데 집중한다. 피곤한 날에는 노래를 틀어놓고 기나긴 산길을 아무 생각 없이 운전하기도 한다. 같은 심 레이싱 장비로 기분에 따라 원하는 레이싱 게임을 선택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즐긴다.
심 레이싱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가 뭐라고 생각하나?
단연 레이싱 휠이다. 초·중급자 단계의 레이싱 휠은 핸들과 페달을 세트로 판매한다. 상급 제품으로 갈수록 제품의 파워가 강해 핸들에 전달되는 피드백이 강해지는데, 그 덕분에 주행 정보를 더욱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다. 몸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시트나 수동기어도 중요하지만, 심 레이싱의 본질과 현실감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핵심은 레이싱 휠이라 생각한다.
심 레이싱을 취미로 즐기는 데 비용을 어느 정도 투자했나?
PC와 모니터에 400만원, 심 레이싱 장비에 250만원 정도 투자했다. 제품은 모두 인터넷으로 구매한다. 국내 사이트로는 지티기어(GTGear)를 애용하고, 부속 장비들은 해외 직구를 하기도 한다.
주력으로 즐기는 레이싱 게임은?
일반 로드 카가 주력인 아세토 코르사, 그리고 GT 레이싱을 다룬 아세토 코르사 컴페티치오네를 즐긴다.
레이싱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심 레이싱을 추천하나?
심 레이싱은 실제 운전 기술 향상에 도움이 된다. 심 레이싱에서는 차량이 코너를 돌 때 앞바퀴가 미끄러지는 언더스티어나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 같은 상황을 자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현실 운전에서는 드물기 때문에 대처 능력을 기르기 어렵다. 하지만 심 레이싱에서는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위기 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는 핸들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 균형을 맞추는 카운터 스티어링을 연습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기술은 현실에서도 도움이 된다.
물론 심 레이싱과 현실 운전은 완전히 같지 않다. 심 레이싱에서 익힌 감각은 참고하는 정도로 현실 운전에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입문 희망자를 위해 나만의 팁을 알려준다면?
심 레이싱을 처음 시작하면 누구나 어려움을 겪는다. 차가 혼자 돌거나 벽에 부딪히는 일이 반복된다. 실제 운전 경력이 많더라도 마찬가지다. 심 레이싱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서툴 수밖에 없다. 이는 정상적인 과정이니 본인 실력을 탓하거나 좌절하지 않길 바란다.
초보 단계에선 출력이 낮은 차량과 쉬운 트랙 하나를 선택해 연습하는 것이 좋다. 한 트랙에서 며칠간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점차 감각이 생긴다. 이후 조금씩 차량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며 단계적으로 실력을 쌓아가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연습하면 어느새 실력을 갖춘 심 레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심 레이싱을 넘어 실제 서킷 주행에 도전하고 싶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분야지만, 빠른 시일 내에 서킷 주행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더 나아가 기회가 된다면 아마추어 경기에도 출전해 보고 싶다
유튜버 김기연의 심 레이싱 장비
한 공간에서 유튜브 촬영과 심 레이싱 게임을 병행한다. 핵심 장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하나의 장비만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굳이 고르자면 시트다. 지금은 접이식 시트를 이용 중이다. 모니터와 PC를 세팅한 한 책상에서 유튜브 촬영과 심 레이싱을 함께 즐긴다. 그 때문에 심 레이싱 장비를 선택할 때도 편의성을 중요시한다. 책상에 레이싱 휠을 장착할 수 있지만, 안정성과 현실성이 아쉬워 접이식 시트를 선택했다. 일상생활이나 유튜브 촬영 시엔 시트를 접어 보관한다. 편의를 위해 접이식 시트를 선택했지만 보다 현실적인 레이싱 감각을 위해 모션 시뮬레이터 등 보다 높은 단계의 시트로 업그레이드하고 싶다.
휠베이스, 스티어링 휠
중국 심 레이싱 장비 브랜드 심매직(Simagic) 제품으로, 성능과 가격 모두 합리적이다. 한국 공식 온라인 스토어 GTR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입문자에게도 추천할 만한 장비다. 휠베이스와 스티어링 휠까지 150만원 정도.
액세서리
심 레이싱을 즐기다 보면 손과 발에 땀이 나서 핸들을 놓치거나 발이 페달에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생긴다. 글러브와 신발을 착용하면 땀 때문에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 글러브를 사용하면 사고로 토크가 강한 피드백을 보낼 때도 손 부상의 위험이 줄어든다. 글러브는 카트 레이싱용 제품을 사용 중이다.
쉬프터, 핸드브레이크
쉬프터는 기어 변속, 핸드브레이크는 드리프트를 위한 장비다. 서킷, 랠리뿐 아니라 로드 드라이빙 등 아케이드 심 레이싱 게임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추천한다. 가볍게 즐기기 위해서라면 굳이 비싼 장비가 아니어도 괜찮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