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은 그녀를 ‘Free Classic & Jazz 장르를 개척한 이 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아티스트’로 평가하며, 음악계의 전설 ‘키스 재럿’에 비견한다. 그런 그녀가 불현듯 독일 와인에 매료되어 ‘유니와인’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최근 신반을 발매한 그녀가 ‘음악과 와인의 페어링’을 주제로 한국에서 이벤트를 기획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티스트 유니로서의 삶과 와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 이야기, 유니가 소개하는 독일 와인까지 그녀를 만나 깊은 대담을 나눴다. 매력적인 소재로 숙성된 그녀의 이야기는 독일 와인만큼이나 독특한 향미를 지녔다.
완벽한 음감만큼이나 섬세한 미각으로 한국에 독일 와인을 소개한다. 절대음감과 더불어 ‘절대미각’이라 불리는 유니의 와인 사랑은 예사롭지 않다.
독일 와인에 빠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부터 와인을 좋아했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프랑코니아 지역에 살게 되면서 이 지역 와인을 처음 접했다. 독일에 머물며 매일 한 잔씩 마시다 보니 독일 와인이 매력적이더라. 처음에는 집 앞 슈퍼마켓에서조차 저렴하고 좋은 와인이 많다는 데 감탄했다. 그러면서 점차 더 좋은 와인을 찾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고, 독일에 수많은 훌륭한 와이너리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코로나19 시기에 공연이 줄어들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와인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주변이 온통 포도밭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책을 하며 와인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좋아하는 레스토랑이나 와인 숍에 가면, 앨범 커버를 보고 음반을 사듯 궁금한 와인을 골라 시도해 봤다. 셰프, 소믈리에, 와인 숍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얻고, 직접 와이너리를 방문해 궁금한 점을 물으며 시음도 했다.
독일 와이너리는 보통 850년, 900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내가 사는 동네인 뷔르츠부르크 근처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레지던스 궁전이 있다. 그 지하에는 1150년 대주교가 만든 와인 저장고가 숨겨져 있다. 뛰어난 품질에 가격까지 합리적인 독일 와인이 왜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를 계기로 독일 와인을 한국에 소개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해 지금에 이르렀다.
다른 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일 와인의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한국에 독일 와인을 알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음악을 할 때 겪는 어려움과 다르지 않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모두가 알지 못하듯, 독일 와인도 품질이 뛰어나지만 이를 알리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좋은 것에 대한 가치는 결국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이런 어려움은 음악을 하면서 익히 경험한 만큼 부담스럽지 않았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숨은 보석 같은 와인을 찾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좋은 와인을 선별하려면 미각이 뛰어나야 할 것 같은데, 음감 못지않게 미각도 뛰어난 편인가?
주변에서는 ‘절대미각’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웃음) 절대음감처럼 미각도 예민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종종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할 기회가 있는데, 그때마다 와인을 맛보고 느껴지는 대로 말하면 ‘정확하다’며 와인 전문가의 칭찬을 듣곤 한다.
음악과 와인을 페어링한다고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와인마다 고유의 ‘주파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과 와인의 페어링이란, 음악이 와인의 주파수를 서포트하면 그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짙은 색의 레드와인을 마실 때는 진한 블루스 음악을 들으면 깊은 풍미가 더 잘 어우러진다. 반대로 투명한 피노 누아에는 섹시하고 약간 높은 주파수의 음악이 잘 맞는다. 이런 음악이 와인의 섬세함과 밸런스를 강조한다.
상큼한 실바너나 피노 블랑 품종의 와인을 마실 때는 보사노바 같은 밝고 가벼운 곡이 어울린다. 이런 음악이 와인의 상쾌함을 배가해 마시는 순간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독일 와인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전통과 혁신의 조화다. 독일 와인은 그 기원을 고대 로마 제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궁전의 지하, 19대째 이어오는 개인 와이너리, 850년 동안 이어져 온 귀족 가문의 와이너리를 방문해 보면 그 전통이 묻어나는 동시에 오랜 시간 깃든 정성과 장인정신이 와인에 담겨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흥미로운 것은 독일 와인이 전통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와 트렌드, 현대 기술을 효율적으로 받아들이며 혁신을 추구한다. 최근 독일의 기후변화로 슈패트부어건더(피노 누아) 같은 품종이 더 잘 자라고, 이런 변화에 발맞춰 독일 와인은 미래의 와인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미 유럽의 와인 경매, 와인 대회 등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발전적 미래를 감지한 사람들 사이에 조용히 입소문이 나고 있다.
독일 와인이 궁금한 독자에게 추천하는 와인이 있다면?
화이트와인으로는 실바너, 레드와인으로는 슈패트부어건더를 추천한다. 실바너는 프랑코니아 지역을 대표하는 품종으로,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리슬링처럼 독일에서 사랑받는 품종이지만, 실바너는 리슬링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초록빛이 연상되는 상쾌한 맛이 특징이며, 산미가 적당히 살아 있으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특히 한국 음식과 조화롭게 어울린다. 한 모금 마시고 나면 하루가 산뜻해지는 기분이랄까.(웃음) 살짝 스파클링와인을 연상시키는 밝고 경쾌한 느낌이 있어 특히 상쾌하고 가벼운 화이트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슈패트부어건더는 독일에서 생산되는 피노 누아다. 독일의 깁스코이퍼(Gipskeuper)와 무셸칼크(Muschelkalk) 토양은 독일 와인의 매력과 아로마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토양에서 자란 포도는 와인에 섬세하면서도 구조적이고 우아한 맛을 더한다. 대부분 사람은 독일이 전 세계 피노누아 생산량 3위를 차지하는 것을 모른다. 나는 원래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좋아했는데, 마실수록 독일 피노 누아의 깊은 풍미에 매료됐다. 독일에서는 잘 만들어진 피노 누아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느낀 즐거움을 한국의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
‘유니와인’이라는 이름으로 독일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현장에서 들어보기 전까지는 즉흥연주를 알 수 없듯, 와인도 병을 열고 냄새를 맡아보기 전까지 그 매력을 알 수 없지 않나.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두 가지를 함께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벤트를 기획했다. 와인 테이스팅과 즉흥연주를 페어링해 와인의 맛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음악과 와인, 좋아하는 두 가지를 모두 소개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나?
‘유니와인’이나 ‘유니뮤직’이나. 즐거움을 공유한다는 단순한 철학을 가질 뿐이다. 원대한 수익 사업이나 목표를 추구하기보다는 그저 사람들이 독일 와인의 매력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확장하고 알리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독일 와인과 피아노의 페어링
2025 YUNI WINE CONCERT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독일 와인과 아티스트 유니의 음악이 만난다. 유니의 즉흥연주와 와인을 페어링한 특별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참석자에게는 독일 와인 1병과 유니의 신작 CD를 제공한다.
일시 2월 6일(목) 오후 7시, 2월 12일(수) 오후 7시
장소 베어홀(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644 지하 1층)
초대 이안 다가타(와인 저널리스트) * 2월 12일 참석
문의 02-550-8545(사전 예약 필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