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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나 도난당한 절규,
도둑이 남긴 ‘조롱 쪽지’

  • 입력 2025.04.22 17:00
  • 김진우 에디터

뭉크의 '절규'는 1994년과 2004년 두 차례나 도난당했다. 수십억에서 수천억 원대의 가치를 지닌 명화들이 이렇게 쉽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현상은 무엇 때문일까?

인터폴과 유네스코의 보고에 따르면, 도난 미술품 거래는 마약, 돈세탁, 무기 거래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암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화들 중 일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은밀한 지하실에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모나리자 Mona Lisa│ 레오나르도 다빈치 Leonardo da Vinci

도난 1911년 ▶ 회수 1913년

ⓒwikipedia<br>
ⓒwikipedia

루브르 박물관에서 유리 케이스 설치 작업을 했던 빈첸초 페루자는 1911년 8월 21일 월요일 아침, 박물관이 문을 닫았을 때 흰 작업복을 입고 들어가 모나리자를 벽에서 떼어냈다. 그는 작업복으로 그림을 감싸 무사히 박물관을 빠져나왔고, 약 26시간이 지나서야 그림이 사라진 사실이 발견됐다. 체포된 페루자는 나폴레옹이 이탈리아에서 약탈해 간 작품을 되찾는다는 애국적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이 그림은 다빈치가 프랑수아 1세에게 직접 선물한 것이었다. 2년 후 페루자가 피렌체의 미술상에게 판매를 시도하다 체포되었고, 모나리자는 다시 루브르로 돌아왔다. 이 사건은 오히려 모나리자를 세계적인 명작으로 더욱 유명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데번셔 공작부인 조지아나의 초상화 Portrait of Georgiana, Duchess of Devonshire│ 토머스 게인즈버러 Thomas Gainsborough

도난 1876년 ▶ 회수 1901년

ⓒwikipedia<br>
ⓒwikipedia

'범죄계의 나폴레옹'이라 불리던 애덤 워스는 런던 본드 스트리트의 애그뉴 갤러리에서 경매 사상 최고가인 10,000기니에 낙찰된 지 불과 3주 만에 이 그림을 훔쳤다. 1876년 5월의 안개 낀 밤, 워스는 공범들의 도움으로 갤러리 1층 창문을 통해 침입해 캔버스를 칼로 잘라내어 코트 속에 감추고 사라졌다. 원래 감옥에 갇힌 형제의 보석금을 마련하려는 목적이었으나, 형제가 다른 방법으로 풀려나자 그림을 25년간 자신의 트렁크에 숨겨두었다. 1901년 핑커톤 탐정 사무소의 중재로 25,000달러를 받고 그림을 반환했으며, 그 이듬해인 1902년 1월 8일 워스는 세상을 떠났다. 이 그림은 1994년에 데번셔 공작 가문이 약 40만 달러에 다시 구매하여 원래 소장처인 채스워스 하우스로 돌아갔다.

 

센 강변의 풍경 Paysage Bords de Seine│ 오귀스트 르누아르 Auguste Renoir

도난 1951년 ▶ 회수 2014년

ⓒwikipedia<br>
ⓒwikipedia

1951년 11월, 볼티모어 미술관에서 열리던 특별전시회 중 가로 23cm, 세로 14cm의 작은 르누아르 유화가 사라졌다. 미술관은 보험사로부터 2,500달러를 받고 소유권을 넘겼고, 그림은 60여 년간 행방이 묘연했다. 2012년 버지니아의 한 여성이 벼룩시장에서 7달러에 이 그림을 구입했다고 주장하며 경매에 내놓았으나,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도난 기록을 발견하면서 FBI 수사가 시작되었다. 여성의 주장은 가족들의 증언과 맞지 않았고, 2014년 1월 10일 법원은 '도둑으로부터는 적법한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미술관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같은 해 1월 31일, FBI는 그림을 볼티모어 미술관으로 반환했다.

 

절규 The Scream│ 에드바르 뭉크 Edvard Munch

도난 1994년/2004년 ▶ 회수 1994년/2006년

ⓒwikipedia<br>
ⓒwikipedia

뭉크의 '절규'는 십 년 간격으로 두 차례나 도난당하는 기막힌 운명을 겪었다. 1994년 2월 12일 릴레함메르 올림픽 개막일, 오슬로 국립미술관에서 두 남성이 단 50초 만에 그림을 훔치고 "허술한 보안에 감사한다"라는 조롱 섞인 메모를 남겼다. 이 메모는 범행의 대담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노르웨이 전역에 충격을 안겼다. 다행히도 영국 형사들의 함정 수사로 3개월 만에 그림은 회수되었다.

2004년 8월 22일에는 무장 강도들이 대낮에 뭉크 미술관에 들어가 경비원을 위협하고 '절규'와 '마돈나'를 벽에서 떼어내 달아났다. 2006년 8월 31일 두 그림이 회수되었으나, '절규'는 복구 불가능한 습기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 사건들은 미술관 보안 강화의 계기가 되었으며, 2004년 도난 후 뭉크 미술관은 10개월간 문을 닫고 보안을 재정비했다.

 

Info. 가장 많이 도난당한 화가

1위 파블로 피카소 (1147점)

2위 닉 로렌스 (557점)

3위 마르크 샤갈 (516점)

4위 살바도르 달리 (504점)

 

연간 전 세계 도난 미술품: 약 5만~10만 점

도난 미술품 회수율: 10% 미만

도난 다발 지역: 유럽(특히 파리),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리비아

출처: 2012, 미술품 도난 등록 기관(Art Loss Register, A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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